문까지 안내는 해 줄 수 있지만, 문을 여는 것은 너야.
문까지 안내는 해 줄 수 있지만,
문을 여는 것은 너야.
영화 ‘매트릭스’의 대사 中
우리 인생은 어떤 선택을 받는지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1977년 행태경제학의 거장 트버스키(Tversky)와 카너먼(Khaneman)은 속성비교이론(Feature Matching Theory)을 통해 인간의 선택이 어떤 경로로 결정되는지를 증명했다. 인간의 선택은 크게 3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는 선택의 수많은 대안들을 좁히는 과정이다.
1단계를 통해 우리는 최종 대안을 2개까지 압축한다. 1단계는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2단계와 3단계는 불과 1초도 걸리지 않는다. 2단계는 최종적으로 2개의 대안만 남은 상황에서 일어난다. 인간은 2개만 남은 대안의 공통되는 속성(common feature)을 빠르게 찾아내서 선택의 기준에서 삭제한다.
2단계를 통해 공통 속성이 제거되면, 대안 A의 차별 속성(unique)과 대안 B의 차별 속성만 남게 된다. 그럼 우리는 다시 0.5초도 안 되는 짧은 순간에 하나의 차별 속성을 나에게 좋다(good)고 규정하고, 다른 하나를 나에게 나쁘다(bad)고 단정한다. 그럼 마지막에 선택받는 것은 뭘까? 차별 속성(unique) 중 나에게 좋은 속성(good), 바로 유니크 굿(unique good)이다.
대안 전체가 아니라 유니크 굿만 선택받는 것이다. 선택은 찰나의 순간에 일어나고, 아주 작은 차이 하나로 결정된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선택을 하며 산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무의식적으로 벌어지는 이런 기재를 ‘선택의 뇌’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친구들과 운동을 끝내고 목이 마른 상태에서 편의점에 들어갔다고 상상하자. 무엇을 마실지 결정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음료수의 숫자는 무수히 많다. 이때부터 선택의 뇌가 작동한다. 빨리 음료수를 마시는 행동이 우리 몸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선택의 뇌는 아주 빠르게 마실 수 있는 음료수의 대안을 축소하기 시작한다.
1. 뭘 마시지?
2. 오늘은 탄산음료가 당기네?
3. 환타나 사이다보다는 콜라가 낫겠다.
4. 콜라는 코카콜라? 아니면 펩시콜라?
우리도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선택의 뇌는 수천 개의 음료 중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라는 2개의 대안만을 남겨 놓는다. 그리고 다시 아주 빠른 시간에 둘 중 하나를 고르는 두 번째 선택의 뇌가 작동한다.
1. 둘 다 가격이 같네?
2. 둘 다 용량도 같네?
3. 코카콜라는 맛이 좀 상쾌했지?
4. 펩시콜라는 디자인이 마음에 드네.
두 번째 선택의 뇌는 2가지 대안의 공통되는 속성을 찾아내서 순식간에 삭제한다.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의 가격과 용량은 공통 속성이다. 공통 속성은 선택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공통 속성이 삭제되면 차별 속성만 남게 된다. 그럼 이번에는 세 번째 선택의 뇌가 작동한다.
1. 난 지금 상쾌한 게 필요해! 코카콜라!!
코카콜라의 상쾌함이 최종선택을 받았다. 이번에는 상쾌함이 유니크 굿이었다. 선택은 냉정하다. 음료수가 아니라 내가 선택받는 상황, 불과 1초 만에 상대방에게 삭제되는 기분은 어떨까?
머피의 법칙이란
나쁜 일이 생긴다는 뜻이 아냐,
일어날 법한 일이 일어난다는 의미지.
영화 ‘인터스텔라’의 대사 中
난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는데, 왜 남들보다 좋은 선택을 받지 못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까지 공통 속성만 열심히 생산했기 때문이다. 선택의 1단계만 통과할 뿐, 2단계에서 매번 삭제되고, 최종단계에는 한 번도 진입한 적이 없다. 공통 속성은 최종선택의 과정에서 완전히 삭제된다. 우리가 공통 속성을 만들기 위해 쓴 에너지는 무용지물이 되어 버린다.
누구나 한 번뿐인 인생을 열심히 산다. 부러운 인생을 사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훨씬 많다. 모두 선택의 문제다. 우리가 부러운 인생을 살지 못하는 이유는 좋은 선택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열심히 살았지만 선택받지 못하는 이유는 유니크 굿을 생산하지 않고 공통 속성만 열심히 만들었기 때문이다. 공통 속성은 제아무리 창의적이라도 삭제된다. 선택의 뇌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래서 달라져야 살아남을 수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공통 속성은 선택의 과정에서 완전히 배제된다. 일단 유니크해야 선택의 2단계로 진입한다. 차별화는 선택의 2단계로 진입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지금 당신의 행동은 독창적인가? 한번 되짚어 보자. 혹시 나는 남들이 가는 길을 따라 걷고, 똑같이 시험을 보고, 공부를 하고,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하고, 대출을 받으며 살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는 우리 에너지의 대부분을 공통 속성에 사용한다. 독창성을 만들어야 최종 선택을 받을 수 있는데도 말이다. 선택을 받으려면 일단 달라야 한다. 독창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독창성을 선호도로 바꿀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선택받을 확률이 높아진다. 이런 힘을 핵심 경쟁력(unique good)이라고 부른다. 핵심 경쟁력은 사람의 무의식을 지배하는 힘이다.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의 에릭 앤더슨 교수와 MIT 던컨 대학의 시메스터 교수는 소비자들의 구매 의사 선택에 관한 재미있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 실험은 동일한 재질과 품질의 34달러짜리 여성 의류를 가격을 각각 34달러, 39달러, 44달러로 책정하고 전혀 다른 장소에서 판매했다.
과연 어떤 가격표를 붙인 옷이 가장 많이 팔렸을까? 소비자들은 3가지 가격의 옷을 같은 장소에서 비교할 수 없다. 가격만이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34달러가 최저 가격인지, 44달러가 최고 가격인지도 소비자는 알 수가 없다. 오직 가격의 숫자만이 선택의 고려대상이다.
정답은 39달러 가격표를 붙인 옷이었다. 왜 그럴까? 우리는 가격의 끝에 '9'나 '8'이 붙어 있으면 싸다고 믿고 산다. 선택의 뇌는 39달러를 40달러대가 아닌 30달러대라고 믿는다. 선택은 과거부터 쌓여온 무의식이 결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 늘 반복된다. 특히 구매과정에서 빈번하게 일어난다.
컬럼비아 대학의 시나 아이엔가 교수와 마크 래퍼 교수는 샌프란시스코의 마트에서 '잼'과 관련한 구매 의사 선택 실험을 했다. 선택의 옵션이 많을 때와 적을 때, 구매 선택에 변화가 있을까? 다시 말해, 진열된 잼이 30개일 경우와 6개일 경우, 구매비율의 변화가 있을까?
결과는 놀라웠다. 진열된 잼의 종류를 6가지로 줄였을 때, 판매가 10배나 증가했다. 옵션이 30가지일 때는 3%에 불과하던 구매비율이, 6가지로 줄이자 30%로 높아졌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선택과 관련한 정보가 많을 때, 사람들이 선택을 미루는 경향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선택의 과부하'라고 부른다. 더 많은 대안이 오히려 빠른 선택을 방해한다. 선택의 과부하는 레스토랑의 세트메뉴를 탄생시킨 이론으로도 유명하다. 수많은 메뉴를 고르는 스트레스를 선택하는 것보다, 쉽게 고를 수 있는 세트메뉴를 선택하는 것이 손님들에게는 훨씬 편하다. 물론 레스토랑 사장님의 매출도 덩달아 올라간다.
인간의 무의식은 그다지 체계적이지 않다. 선택의 뇌는 직관을 선호한다. 선택의 뇌를 이해해야 핵심 경쟁력을 만들 수 있다. 핵심 경쟁력을 만들어야 선택받는다. 핵심 경쟁력은 차별화하고 선호도를 높이는 힘이다. 핵심 경쟁력은 다양한 방법으로 만들 수 있다. 한 번에 만들어지는 경쟁력은 세상에 없다. 하지만 만들기만 하면 무조건 선택받는 힘이 핵심 경쟁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