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은 준비된 사람에게만 찾아와.
행운은 준비된 사람에게만 찾아와.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의 대사 中
운은 움직인다. 운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운은 쉽게 잡히지 않는다. 운은 스스로 찾아온다. 운은 준비된 사람에게 찾아온다. 준비된 사람만이 운을 잡을 수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나영석 PD는 '1박 2일'의 예능 감독이었다. 나영석은 유명했지만 운은 없었다. 준비된 연출자였지만 주어지는 기회는 많지 않았다. 그는 야외 버라이어티를 예능의 대명사로 만든 사람이다. 지상파에서 그가 던질 수 있는 건 직구뿐이었다. 하지만 나영석은 변화구도 던지고 싶었다. 2013년, 드디어 그에게 운이 찾아온다. 케이블 TV에 입성한 것이다.
나영석이 준비했던 변화구는 운을 만나자 화려하게 꽃핀다. 구장이 바뀌자 그의 구질도 바뀌었다. 우선 본인이 창조한 야외 버라이어티의 통념을 깨기 시작한다. 첫째, 개그맨을 위주로 캐스팅하지 않았다. 둘째, 시즌제를 도입했다. 셋째, 예능도 시리즈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꽃보다 할배는 통념을 깨고 탄생한 예능이다. 꽃보다 할배는 꽃보다 누나, 꽃보다 청춘 시리즈로 삼진을 이어갔고, 최고의 변화구 삼시세끼와 윤식당의 모태가 되었다. 그는 직구도 다시 던지기 시작했다. 신서유기 시리즈는 나영석표 예능의 결정판이다.
나영석은 공영방송 출신이다. 공영방송은 규제도 심하고, 다양한 기회가 주어지기 힘든 구장이다. 아무리 좋은 구질을 갖추고 있더라도 던질 수 있는 공은 제한된다. 하지만 그는 운을 믿고 오랫동안 준비했다. 팀을 만들고, 팀워크를 다지고, 함께 미래의 경기를 디자인했다. 운을 잡자마자 그는 펄펄 날았다. 팀을 준비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할 성과였다.
네가 왜 멸종했는지 알겠어.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3’의 대사 中
픽사는 세계에서 제일 멋진 스토리텔링 기업이다. 회사는 미국 캘리포니아 에머리빌에 위치하고 있다. 현재의 사장은 에드윈 캣멀이다. 픽사는 애니메이션 제작사로 유명하지만, 사실 컴퓨터 그래픽 기술의 태동기부터 기술 발전을 주도해온 선구자였다. CG 업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렌더링 소프트웨어 렌더맨을 개발했다. 픽사는 준비할 줄 아는 회사였다.
픽사의 전신은 ‘루카스 필름’의 컴퓨터 그래픽 부서였다. 조지 루카스가 갑작스러운 이혼소송에 휘말리며 급전이 필요해지자 부서를 스티브 잡스에게 1,000만 달러에 매각했다. 1986년, 스티브 잡스는 이 회사의 이름을 픽사(PIXAR)라고 지었다.
사실 스티브 잡스는 픽사의 컴퓨터 하드웨어에 주목했었다. 렌더링 소프트웨어와 3D 애니메이션도 훌륭하지만, 픽사의 3D 애니메이션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홍보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믿었다. 그는 픽사의 하드웨어 제품인 ‘픽사 이미지 컴퓨터’에서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했다. 물론 이 계획은 철저하게 실패로 끝난다. 이 실패 속에서 운이 찾아왔다.
픽사 이미지 컴퓨터 홍보를 위해 픽사는 짧은 애니메이션 필름을 제작했다. 제목은 ‘룩소 주니어’였다. 이 애니메이션은 학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으면서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까지 올랐다. 잡스는 기술과 예술이 합쳐진 3D 애니메이션에 매료되어 수익과는 상관없이 1년에 한 편씩 애니메이션을 만들도록 지원했다.
그럼에도 픽사의 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하지만 잡스는 준비를 멈추지 않았다. 1988년, 잡스는 30만 달러의 자비를 지원해 애니메이션 ‘틴 토이’를 제작한다. 살아 움직이는 장난감과 아기의 이야기를 다룬 ‘틴 토이’는 컴퓨터로 제작된 영화 중 최초로 아카데미 단편영화상을 수상한다. 그 이후에도 잡스는 9년 동안 자비로 약 5,000만 달러(애플에서 현금화한 돈의 절반 이상)를 픽사에 투자했다. 그는 의기소침해진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미국 영화 산업에는 두 개의 브랜드만 존재합니다. 바로 ‘디즈니’와 ‘스티브 스필버그’죠. 나는 ‘픽사’를 세 번째 브랜드로 만들고 싶습니다. 성공적인 브랜드는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경험이 필요합니다. 경험은 시간이 지나면서 얻어지는 신뢰의 반영입니다. 미국의 부모들은 디즈니가 제작한 훌륭한 애니메이션 영화를 통해 만족스럽고 적절한 엔터테인먼트를 제공받았다고 믿습니다. 이렇게 형성된 신뢰는 부모들과 디즈니 모두에게 이익이 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디즈니란 브랜드는 그들의 새 영화에 관객들을 더 쉽고 확실하게 끌어들이는 힘이 되었습니다. 나는 시간이 지나면, 픽사가 디즈와 같은 수준의 신뢰를 상징하는 브랜드로 성장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후 픽사는 무려 9년을 준비했다. 컴퓨터로만 제작한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미국의 3번째 대표 브랜드가 되겠다는 원대한 준비였다. 그리고 대운은 1995년 갑자기 찾아왔다. 픽사는 디즈니와 손잡고 ‘토이 스토리’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픽사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이었다. 작품의 제작이 구체화될수록 잡스는 성공을 확신했다. 뭔가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잡스는 ‘토이 스토리’ 개봉에 맞춰 주식 공개를 결심한다.
계속 적자를 보던 회사가 주식을 공개하겠다는 건 정신 나간 소리였다. 하지만 잡스의 예감은 적중했다. 1995년 11월 22일 ‘토이 스토리’가 공개되자 시장은 요동쳤다. 엄청난 흥행 수익에 평단의 극찬까지 받은 ‘토이 스토리’는 미국에서만 1억 9200만 달러, 해외에서 3억 5700만 달러를 벌어 그해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영화가 됐다. 그리고 11월 29일 기업 공개일이 되자 주식은 주당 39달러에 팔렸고 픽사는 1억 3970만 달러의 자금을 확보했다. 대성공이었다.
고래를 만나는 건 운이지만,
잡는 건 실력이다.
고래잡이 마을 ‘라 말레라’ 격언 中
토이스토리가 성공하고 10년이 지난 2006년 1월 24일, 디즈니가 픽사를 인수했다. 표면상으로는 인수였지만, 적극적으로 구애한 쪽은 디즈니였다. 사실 ‘토이 스토리’를 제작할 때만 해도 픽사는 디즈니의 하청업체일 뿐이었다. 애니메이션의 모든 권리도 디즈니의 소유였고, 속편을 제작할 권리도 디즈니에게 있었다. 큰 수익이 나지 않으면 돌아오는 이익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픽사는 준비를 멈추지 않았다. 이후 잇달아 수작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브랜드를 키워나갔다.
픽사가 눈부시게 발전하는 동안 디즈니는 멈춰 있었다. 대중은 디즈니라는 브랜드보다 픽사를 더 신뢰하게 됐다. 실제로 디즈니의 자체 제작 애니메이션들은 부진을 거듭했다. 이런 디즈니에게 픽사는 구세주였다. 불과 500만 달러짜리 회사였던 픽사의 가치는 10년 만에 74억 달러가 됐다. 그리고 애플로 복귀한 잡스는 개인으로는 디즈니의 최대주주가 됐고 이사회 멤버가 됐다. 디즈니가 픽사를 인수한 것이 아니라, 픽사의 잡스가 디즈니를 인수한 모양새였다.
현재까지 제작된 픽사의 작품은 21편이다. 그중 단 한 편도 적자를 보지 않았고, 모두 큰 성공을 거두었다. 9년간의 연구와 이후 10년간의 멈추지 않는 준비가 만든 기적이었다. 준비하면 운은 찾아온다. 하지만 준비를 멈추면 운은 바로 우리 곁을 떠난다. 멈추지 않고 준비하는 일만이 운을 잡는 유일한 방법이다. 준비가 실력을 만든다. 운은 실력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어느 대기업 부사장 최종면접 이야기다. 명문대만 나와서 경영학 박사를 한 A후보. 그는 훌륭한 스펙에 비해 직장운이 없었다. 지방대를 나와서 박사가 된 B후보. 그는 스펙에 비해 좋은 직장을 거쳤다. 면접이 끝나고 회장이 인사팀장에게 말했다.
B로 결정하지.
스펙은 A가 훨씬 낫습니다만...
난 운 없는 사람이 싫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