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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땅 작가 Jan 22. 2022

지리교사 주역을 만나다.

40. 뇌수(雷水) 해(解): 문무대왕릉과 원자력발전소

겨울방학이 되어 경주에 왔다. 이번이 세 번째 경주 여행이다. 엄동설한에 쌍둥이 유모차를 밀고 다녔던 첫 번째 여행 때는 고단함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두 번째 여행에서는 아직 아이들이 어린 티를 벗지 못해 손이 많이 가는 여행이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달랐다. 이번에는 아이들이 계획을 세웠다. 엄마는 회계를, 아빠는 운전기사를 맡았고.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무엇을 보고, 먹을 것인지'는 아이들이 정했다. 아이들은 첫째 날 경주 엑스포를 시작으로 둘째 날에는 불국사, 문무대왕암, 양남 주상절리를, 셋째 날에는 대릉원, 첨성대, 동궁과 월지, 교촌마을, 넷째 날에는 경주국립박물관 등을 여행 코스로 잡았다. 쌍둥이들의 코스는 무난하면서도 짜임새가 있었다. 아이들이 많이 성장했다는 생각에 나와 아내는 흐뭇하게 여행을 다녔다. 육아의 어려움(☵)에서 아등바등하다가(☳) 벗어난 느낌이라고나 할까. 뇌수 해(䷧) 괘가 보인다.

䷧ 뇌수 해

해(解) 괘에 대해  <단전>에서는 "험해서 움직임이니, 움직여 험한 데서 벗어나는 것이 해(解)이다."라고 하였다. 부모를 돕겠다며 짐 가방을 하나씩 끌고 가는 아이들 덕분에 나는 빈 손으로 편하게 다닐 수 있었다. 고단함에서 해방(解放)되었다.


어지러운 파도 위에 용 한 마리

여행 코스 중에 뇌수 해를 닮은 곳이 있었다. 문무대왕릉이다. 문무왕은 나·당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당을 한반도에서 몰아낸 인물이다. 삼국 시대를 종식시킨 문무왕은 죽어서 자신이 나라를 지키는 용이 될 테니 동해에 장사 지내라고 유언하였고, 그의 아들 신문왕이 이에 따랐다는 전설이 <삼국유사>에 남아 있다. 이러한 전설이 남아 있는 곳이 문무대왕릉이다.

경주 봉길리 앞바다 문무대왕릉은 죽은 문무왕을 장사 지낸 곳이라고 알려져 있다. 문무대왕의 영혼이 서려있는 탓일까. 고운 모래 해변으로 거센 파도가 하얀 포말과 함께 밀려드는데 그 기세가 사납다. 파도가 부서지며 우레 소리가 나자 놀란 갈매기들이 떼 지어 날아간다. 혼란스러운 전란(☵)을 해결(解決)하고,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문무왕(☳), 사납게 부서지는 바다 한가운데(☵) 머리를 풀어헤치고 승천하는 용(☳)처럼 보이는 문무대왕릉이 뇌수 해(䷧)의 상이다.

문무대왕릉(왼쪽), 안내표지석(가운데), 봉길리 해변의 파도(오른쪽)


월성원자력 발전소

문무대왕릉의 남쪽으로 해변을 따라 가면 월성원자력발전소가 보인다. 발전소 건설 당시 행정구역 명칭이 월성 군이었기 때문에 이 발전소에는 경주가 아닌 '월성'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바다(☵)를 등지고 전력(☳)을 생산하는 모양이 뇌수 해의 상이다.

원자력 발전은 1970년대만 해도 석유를 대체할 신세대 에너지로 인식되었다. 원자력 발전소를 운영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매우 경제적으로 보인다. 투입되는 비용에 비해 생산되는 전력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전 운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핵폐기물은 수 십만 년 동안 사라지지 않는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원자력 발전의 위험성이 알려지면서 원자력발전소는 혐오시설이 되어버렸다.

냉각수로 이용된 데워진 바닷물도 문제이다. 원자로에서 발생하는 열을 냉각시키기 위해서는 막대한 양의 물이 필요하다. 원자력발전소가 하천이 아닌 바닷가에 건설되는 이유가 이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데워진 바닷물은 바다의 수온을 높인다. 원자력발전이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어 지구온난화와 무관하게 보는 경우도 있지만 바닷물을 직접 데워 지구 기온을 높인다는 점에서는 문제가 심각하다.

운전 중 배출되는 방사능 폐기물의 처리 비용, 수명이 다한 원전 철거 비용, 폐열로 인해 발생하는 생태계 파괴 등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는 현재의 세대가 미래세대에게 넘겨주는 빚과 같다.

월성원자력발전소에는 6호기의 원전이 있다. 이 중 월성 1호기가 1983년 운전을 시작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노후화된 월성 1호기는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월성 1호기에 대해 2015년 2월 27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고, 월성 1호기에 대해 2022년까지 운전할 수 있도록 허가했지만 수명이 임박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원자력발전소가 여려 문제점(☵)이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그렇다면 이것은 반드시 해결(解決)할 과제이다. 그리고 이를 해결해야 하는 사람은 미래 세대(☶, 3남)여서는 안 된다. 기성 세대(☳, 장남)가 이 문제를 해결하여 미래 세대가 가벼운 마음으로 새 시대를 열게 해야 한다.

월성원자력발전소(출처:한국수력원자력 홈페이지, https://www.khnp.co.kr/)


신호등 앞에서

여행 여독(餘毒)이 풀리지 않아 밥해먹기가 귀찮다. 아이들이 만두를 먹자고 한다. 집 앞에 만두집이 있는데 맛이 담백하니 좋다. 아내는 어플로 만두를 번개(☳)처럼 결재했다. 곧 우리 가족들의 배고픔(☵)은 해결(䷧)되리라.

만두집에 가기 위해 횡단보도에 서서 신호를 기다린다. 쌩쌩 달리는 도로(☵) 앞에 멈춰 서니(☶) 수산 건 괘(䷦)다. 이내 신호가 바뀌었다. 파란불이다. 험함(☵)을 뒤로하고 나아간다(☳). 뇌수 해(䷧)다.  

䷦ 수산 건 - ䷧ 뇌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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