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절대로 듣지도 이해하지도 못할 선율들
폭염경보가 내린 어느 여름날, 온 사방을 둘러봐도 사람이라곤 보이지 않는 한여름의 강변 자전거 도로. 찌는듯한 열기 속을 시네마천국 OST를 들으며 달렸다. 지글지글 끓는 우레탄 바닥, 울창한 초록과 완벽한 단색의 파랑, 후덥지근한 공기를 가르며 귀로 흘러들어오던 지난 세대의 명작···. 그 시공간은 내겐 어떤 감정의 수원지다.
그날 강변 자전거도로에서 느낀 아름다움을 많은 친구들에게 얘기했다. 애인에게도, 가족에게도, 낯선 이에게도. 어떤 이는 전혀 이해를 못 했고, 누군가는 고개를 끄덕여줬지만 듣는 이의 반응과 상관없이 나는 늘 말을 제대로 못 했다고 느낀다. 내가 느낀 아름다움을 제대로 전달하는 데 성공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애초에 그게 가능하긴 할까? 흘러간 시간과 함께 나를 통과해버린 어떤 선율을 남에게 이해시킨다는 게.
출근길 만원 지하철에서 우연히 나와 같은 시공간에 들어서게 된 사람들을 둘러본다. 대부분 귀에 뭘 꽂고 있다. 모두의 머릿속엔 어떤 선율이 흐르고 있을까. 나는 절대로 듣지도 이해하지도 못할 선율들. 그러면서도 함께 이리 흔들리고 저리 흔들리는 우리들.
지하철이 터널을 지나는 동안은 공간이 찢기는 듯한 굉음 때문에 이어폰을 꽂고 있어도 노래가 안 들린다. 그럴 때 나는 상상한다. 목청이 어마어마하게 좋고 목소리가 근사한 누군가가 불쑥, 어떤 이해할 수 없는 용기로 이 틈바구니를 찢고 노래를 한 곡 불러줬으면 좋겠다고. 그 이의 목소리가 들릴 때까진 난 계속 시네마 천국 OST를 듣고 있으련다. 지하철은 우리를 각자의 회사로 실어 나른다.
-일러스트레이티드 에세이 <때려치지 않는 사소한 이유>는 매주 월, 수, 금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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