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방인 Jan 16. 2020

내가 싫으면 남도 싫다

내가 할 일을 남에게 미루는 사람이 있다. 바빠서일 수도 있고, 자신 없는 일일 수도 있으며, 엮이고 싶지 않은 일이기도 한 경우에 그런 경우는 종종 발생하기 마련이다. 여러 가지 이유는 결국 내가 “하기 싫은 일”이라는 것으로 귀결된다. 내가 하기 싫은 일이니까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야지, 혹은 지시해야지라고 생각하고 은근슬쩍, 혹은 과감하게 대놓고 일을 미루어버리는 사람.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미루는 사람이 너무 얄밉고 너무 싫은데, 나는 그런 적이 없었느냐라고 되뇌어볼 때 자신 있게 그런 적 없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부탁이 되었던 지시가 되었던 내가 하기 싫은 일을 다른 사람에게 하게 하는 행위가 한 번도 없었던 사람이 있을까.


그렇다면 내가 하기 싫은 일이지만 다른 사람은 좋아하는 일이 있을까. 나에게는 자신 없는 일이지만 그 일을 다른 사람이 자신 있어하는 경우는 물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전문가가 있고 담당이 있는 것이다. 또한 나는 바쁘지만 바쁘지 않은 사람이 있는 경우도 물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효율적으로 업무를 분담하고 업무분장을 하는 것이리라. 내가 엮이고 싶지 않은 일인데 엮이고 싶어 하는 일은? 있다. 이 일을 통해서 내가 드러나 보이고 싶고, 이 일을 통해서 능력을 인정받고 싶어 하는 사람. 물론 있을 수 있다.


그런데 흔하지 않다. 내가 자신 없고 엮이고 싶지 않고 바쁜 상황에서 내 일을 맡아주고 싶어 하는 사람은 결단코 많지 않다. 자신감으로 포장하고, 바쁘다로 포장하지만 결론은 내가 하기 싫다라는 것이다. 내가 하기 싫은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을까?


먹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러나 먹은 것을 치우는 일은 즐거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먹은 것을 치우는 일은 누가 해야 하는 것일까? 나는 하기 싫다. 그런데 문제는 상대방도 하기 싫다는 것이다. 심지어 나 혼자 먹은 것을 상대방에게 치우게 하는 것은 더더욱 상대방이 싫어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가끔 그런다. 우리는 내가 하기 싫은 일을 다른 사람들이 해주기를 원한다. 내가 하기 싫은 일을 상대방에게 억지로 하게 한다.


내가 하기 싫으면, 남도 싫다라는 너무나도 간단하고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를 그 순간 왜 깨닫지 못하는 것일까. 나만 아니면 되는 것일까? 일단 나에게 일이 맡겨진 상황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되는 것일까? 나의 관심과 에너지는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이 되어 있다. 어떻게 하면 하기 싫은 일을 내가 하지 않을까에만 머리를 굴리고 있다. 상대방의 입장은 전혀 생각해보지 않은 채로 말이다.


모두가 하기 싫은 일이면 모두가 안 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우리가 살아가면서 하는 일들은, 특히 회사에서 하는 일들은 대부분 모두가 안 하면 안 되는 일들이다.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다. 그런데 나는 싫다. 그런데 상대방도 싫다는 생각은 하기도 싫고 할 마음도 없다. 이로 인해 갈등이 생기고 싸움이 생긴다. 해야 할 일이지만 해야 할 사람이 정해지지 않은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다. 민주적으로 혹은 강압적으로 할 사람을 찾으면 된다. 그러나 애초에 해야 할 사람이 어느 정도 정해진 상태에서라면 문제는 크게 발생한다. 당연히 해야할 사람이 해야 되는 일을 해야할 사람이 아닌 사람이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겨버리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을 하면서 화를 내는 이유 중 하나는 일이 많아서라기보다는 이 일을 왜 내가 해야 되느냐라는 의문일 것이다. 바쁘고 힘들지만 내가 해야 할 일이라면 어쩔 수 없이 하게 된다. 그런데 내가 왜 이 일을 해야하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는 순간, 이 일을 잘 마무리해야겠다라는 생각보다는 어떻게든 대충, 빨리 이 일을 마무리해야되겠다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너무나도 간단하다. 내가 좋으면 남도 좋다. 내가 싫으면 남도 싫다. 내가 싫어서 내가 안 해봤자, 하기 싫은 사람이 어차피 해야 한다. 모두가 싫다. 그렇다면, 나에게 주어진 일이었다면 군말 없이 하자. 피곤하고 힘들지는 모르겠으나, 나 혼자만의 싫음으로 마무리하자. 나도 싫고 너도 싫고 모두가 싫은 것보다는 나 혼자 싫은 게 차라리 낫다라는 생각을 한번 해 보자.

이전 02화 미안한 것과 고마운 것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