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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ghee Mar 22. 2024

적응은 커녕 아직도 이해 불가인 그들의 문화속에서

얼마 전

미국 대형 수퍼마켓인 트레이더 조스(trader Joe's: 교민들은 상인 조씨 라고 부른다^^)에서 파는 한국 김밥이 광풍을 불러온 적이 있었다.

3불 99전에 파는 냉동김밥을 먹고 어느 미국인이 인스타에 올리자 너도 나도 달려가 사먹어 보고 생각보다 맛있다는 입소문을 냈

그로 문 열자 마자 다 팔려버렸다는.

그래서 트조 김밥 한번 사 먹어 보는게 소원이라는 말이 돌 정도였으니

광풍 맞다!.


그 상황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내가 유학오던 시기가 지금 같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때도 이렇게 한국의 위상이 높았다면 그 고생 덜하고 쉽게 적응했을텐데..하는 맘이 들었지만

나 아닌 사람들이라도

이제는 큰 고생없이 이 곳에 적응하게 된 사실만으로도 다행이고 이미  험란한 시기를 다 겪었지만

그럼에도 지금의 상황의 유익을 끝자락에서라도 누릴 수 있으니께 기쁘지라~


암튼

그때로 또 돌아가 이야기를 풀어본다.

둘째의 첫번째 필드 트립..

스쿨버스를 타고가는 내내

나는 궁금했다.

저 엄마들 손에 들린 저 이불은 도대체 뭘 위한 것일까?

아이들 낮잠 자는 시간이 있나?

내가 가정 통신문을 제대로 읽은 건 맞나?

혹 게임같은 걸 위해 이불을 가져오라고 한 것은 아닐까 등등

이런 저런 궁금증은 내 안에 불안증까지 유발하여 덜컹거리는 스쿨버스에서 속이 울렁거리기까지 했다.


그리고 공원에 도착했고 스쿨버스에서 내린

미국엄마들은 잔디밭에 다들 들어가더니
옆에 끼고 있던 이불을
잔디밭 위에 쯔~~왁 펼치고는
그 위에 다 올라가 앉는게 아닌가!


엥?
이건 무슨 획기적인 생각들인가!
이불이 돗자리?

아무리 잔디밭 위라 해도 흙바닥 위에 이불이라니..

흙바닥에 앉으면 안돼! 라고 가르침 받으며 자라온 동방예의지국 출신인 로서는 도저히 이해되지않는 상황이었다.


그러고 보믄

이들은 집안에서도 신발을 신고 사는 민족들이니..

나중에야 또 알게 된 일이었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병원에 가면 더 깜놀..


그 병원균이 득시글거리는 병원 바닥에 그냥 아이들을 기어다니게 하고


식당이나 화장실 등에서도

가방이 늘 바닥에 있는 걸 보게 되면

손은 죽어라 닦지만 그들의 위생에 대한 개념을 이해할 길이 없고 이 문제는 이민 30년이 된 이 시점에서도 연유를 모르겠다.


허긴 생활뉴스를 보면 부엌의 도마가 변기보다 더럽고

뭣이가 뭣이가 들여다 보믄 몽땅 변기보다 더 더럽다는 결과들이니 그들은 이미 알고있다는 것인가? 


암튼

미국에서는
이불처럼 생긴 걸 블랭킷( blanket)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담요 비슷하지만 얇은 이불처럼 생겼다.

그 위에 다들 앉아있는

이 어처구니없는 모습들이라니..그들은 눈이 세 개인 사람들이었고

눈 두 개인 내가 비정상인이 되어버린 느낌이었다.


그저
다른 한 곳에
엉덩이 가릴만한 천 냅킨을 펴고 앉아
무심히 바라보았지만
내 맘은
호수 위의 백조같았다.
백조는 물 위에 우아하게 떠 있지만, 물 속에서는 쉴 새 없이 발길질을 하고 있다는 바로 그 상황..

아 이게 뭐야..
난 누구? 여긴 어디?

동물원의 원숭이가 된 기분이 이런 것이려나..

그래도
둘째는 신이나서 아이들과 뛰어돌아다니고 놀이터 물체들에서 노느라 정신이 없다. 그래 너만이라도 잘 자라면 엄마의 이 황망함이야 뭐..쓰레기통에 꾸겨넣을 수 있다 생각하며
애써 태연을..

아이들은 놀다 지치면 엄마들에게 가서 간식이랑 음료수를 먹는데

또 한번 허걱이다!
모든 애들이 다 완전 불량식품들을 하나씩 쪽쪽 빨고 나타났다.


비슷한 걸 찾지는 못했지만
이렇게 생겼고
비록 당시 한국도 크게 발전한 나라는 아니었지만
최소한 빨갛고 파랗고 이런 음료수를 아이들에게 먹이진 않았던 것 같은데..저런 걸 마시던 때는 60년대 정도?

나의 상상속의 그 선진 나라..미쿡에서 아이들에게 이런 불량식품을?

둘째도 엄마 나 저거..하지만 없는  어쩌나.
그냥 쥬스마셔 하며 우아하게 쥬스를 내밀지만 싫다고 하며 뛰어가버렸다.

괴상한 나라야..
이불을 깔고
삼원색 음료수에..

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되었고

한꺼번에 태풍처럼 몰려온 이방의 생경한 문화에 좌불안석이었다.

그리고 점심시간..우헤헤헤헤 ㅋㅋㅋ


미국에 오면서
주방용품 몇개를 가져왔는데
그 중에 찬합이 있었다.
새것이어서 버리기도 아깝고 그냥 필요하지않을까 해서 가져왔고
이렇게 소풍을 간다하니
안성맞춤이라 생각했다.

김밥 가지런히 담고
단무지 몇개 썰어넣고
과일 깍아 썰어넣고...

깔끔하게! ㅋㅋ

점심시간이 되어
나도 엉덩이 깔고 앉고 남은 공간에
도시락 펼쳐놓고 둘째를 먹이는데

미국아이들은
엄마에게서 무슨 누런 봉지 하나씩을 받아들고  그 안에서 빵을 꺼내 먹는다.


가난한 나라도 아니고 선진대국 미국에서

누런 종이봉투 라니! 물론 나의 편견이 가득한 시선이 었지만 그때의 충격이란 지금도 웃음이 난다.


예전에

친구 어머니가 미국에 와서 하셨다는 말이 생각난다.

잘 사는 줄 알았더니 모두 판자집에서 사는구나!

미국집 지붕이 모두 슬레이트고 벽 또한 나무로 된 것을 보시고 한 말씀이었다.


인터넷 없던 시절 이었기에

모두 마음속에 각자 그려왔던 미국이란 나라에 대한 그림들이 현실속에서 하나하나 덧칠..아니 새로운 도화지에 다시 그리는 시기를 거쳐야 그 나라를 알게 되던, 물론 그 그림은 아마도 죽을 때꺼정 완성되기는 힘들지만.


암튼 한참 후에야
누런 종이봉투는 샌드위치나 칩,과일등을 담는 런치 백으로 브라운 백이라 부르고

특히 필드 트립 갈 때는 이 브라운 백에  샌드위치를 넣고, 한꺼번에 차에 싣는 경우가 많아서 이름을 봉투위에 써가야 한다 는 걸 알았다.  

플라스틱 백 보다는 친환경적이라 훨씬 좋을테고.( 30년전..한국에서는 돌가루 종이라고 부르던 이런 누런 봉투는 군 고구마 담을 때나 쓰는 것이었고 조금 진화된^^가정은 하얀 종이를 쓰던 시절이니까 내 눈에는 후진국스러워 보였던 것이지만 )


빵은 미국아이들의 가장 기본적인 점심인
peanut butter and jelly sandwich 라는 걸 알았다.


미국 국민 간식이라 불리는 이 샌드위치를

이제  나도 즐겨 먹지만  영양가는 1도 없는 샌드위치다.
어째 저런 허접한 걸 먹는건지..
특히 소풍날은 평소보다 훨씬 맛난 것들을 정성스레 싸가는 동양 문화권 출신 아줌마에게 너무나도 낯선 풍경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정성을 다한 나의 도시락은 왜  창피했던건지..

지금이라면 당당하게 펴놓고 먹을텐데 ㅋㅋ
당시만 해도 정말 이 소외감은 뭐라 표현할 수가없었다.자존감이 낮아 그렇다고해도 뭐 항변하지 못하겠지만
모두 노랑색 옷을 입고 있는 대열에 혼자 파랑색 옷 입고 앉은 꿔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라..어서 집에 갔으면..어서 이 시간이 끝났으면..하는 맘 밖에는 없었다.

그럼에도 내 기억엔 무슨 생각이었는지
옆에 있던 선생님에게 먹어볼래 하고 권했고 몇개를 먹더니 맛나다고 ㅋㅋ 정말 그렇게 생각했는지는 아직도 모르지만 ^^

그러니 트조 김밥 파동을 보며

얼마나 부러웠는지!

만약 지금이라면 나의 김밥을 보고 침을 흘리고 있었을 그들일텐데..아까비...^^

어찌되었든 뭐 그렇게 필드트립도 짧은 학기도 끝이 났다.


3월중순에 들어가서 5월 초에 방학을 했으니
겨우 6주 정도 다녔던것 같다.

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라고 하던가?

둘째가 다니던 유치원에서 미국문화의 반은 배운듯하다. 매일이 긴장이고 매일이 황당함에 얼굴이 벌게지는 상황이었지만

덕분에 아직도 그때의 경험을 기반으로 잘난 척하고 살고 있으니 말이다.


암튼

오늘도 내 인생이다! 를 부르짓으며
9월 부터는 좀 더 넓고 좋은 아파트로 이사를 했고 둘째는  근처에 있는 ymca 부설 early childhood center에 등록을 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둘째는
아직 배우고 습득하는 나이에 속해있기에 큰 갈등없이   잘 자라고 있었고 첫째도 나름 씩씩하게 적응하는듯했다.

문제는 엄마인 나였다.

엄마 혼자 이런 문화차이, 문화장벽 앞에서 우왕좌왕하고 있었고.
그 장벽 앞에서 무모한 꿈을 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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