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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Apr 14. 2022

슈퍼에서 병아리 콩 찾기

스웨덴 브랜드의 병아리콩, 프랑스 맥주가 러시아 산이라고? 

배경 이미지 출처: Pexels



장보는 중 같은 장소를 빙글빙글 돌게 되었다. 여기 어디에 병아리 콩이 있어야 하는데, 눈에 띄지 않았다. 결국 점원을 불러 세워 병아리콩의 행방을 물었다. 마스크를 쓰고 영어를 해서 그런지 점원은 잘 알아듣지 못했다. 병아리콩에 해당하는 핀란드 단어를 중얼거렸지만, 마스크의 장벽에 가로막힌 듯싶었다. 콩 종류를 찾고 있는 것을 어설프게 알아들은 점원은 가공된 콩이 진열된 코너로 나를 이끌었다. 병아리콩 제품을 찾아 이 콩인데 말린 제품을 찾고 있다고 하자 원래 내가 서성이던 곳으로 되돌아와 선반을 살피더니 결국 다른 동료를 불렀다. 다시 병아리콩 사오정 놀이를 하다 겨우 의사소통이 된 두 번째 점원이 제품이 선반에 없다며 무전기로 다른 동료에게 병아리콩 재고를 확인했다. 마침내 해당 제품이 러시아 제품이라 선반에서 뺐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줄곧 구매하던 병아리콩 브랜드는 스웨덴 건데, 포장을 러시아에서 했나? 대체 제품을 주문해달라는 요청을 넣는 것으로 점원과의 대화는 끝났다. 


전쟁을 겪고 있는 나라에 비하면 별일 아니지만, 전쟁의 여파는 생활에 서서히 조용히 스며들고 있다. 슈퍼마켓 대부분의 제품 가격이 1~20센트씩 상승하는 것을 지켜봤는데, 일부 제품이 선반에서 사라진 것 까진 미처 몰랐다. 아니 내가 사는 물건이 아니라 관심이 없었다. 동네의 슈퍼 매니저가 페북에 더 이상 러시아산 물품을 취급하지 않겠지만, 현재 가지고 있는 물량을 소진해야 하기에 해당 슈퍼에 있는 유일한 러시아산 제품에 대한 판매 수익을 적십자를 통해 우크라이나를 돕도록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던 게시글이 떠올랐다. 해당 제품은 의외로 프랑스의 대표 맥주 브랜드인 크로넨버그 1664 블랑이었다. 프랑스 맥주가 러시아의 제2 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만들어졌다니... 많은 맥주 브랜들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팔려 몇몇 거대 맥주회사만 존재하고, 한 브랜드의 맥주가 원래 생산지가 아닌 다른 나라의 이곳저곳에 공장이 있다는 것도 알지만, 마음으론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러시아에서 생산된 프랑스 맥주, 것도 한때 좋아하던 브랜드의 맥주... 실망스러웠다.


물론 전쟁 탓으로만 물건들을 구할 수 없는 건 아니다. 박테리아 오염으로 리콜되고 있는 초콜릿이라든지, 기준치가 넘는 살충제에 오염돼 한동안 보이지 않던 참깨와 그 여파인지 1,2 년이 지난 지금 잘 보이지 않는 참기름, 박테리아가 혼입 된 냉동식품 등등. 그냥 더 이상 수입되지 않는 제품까지... 제품의 부제가 내 삶의 영역 안으로 들어오지 않으면 미쳐 신경 쓰지 않는 일들이 누군가의 삶엔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이다. 내 삶을 조금 불편하게 한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이 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게는 지옥을 선사했을 테니... 그저 무탈하게 별일 없이 살아가는 게 행운이라는 생각을 잠시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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