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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Mar 13. 2023

아침에 비위가 약한 아들

참 별 걸 다 닮았구나! 엄마 탓이니 널 최대한 이해하려 노력할게.

배경 이미지 출처: Pexels



한동안 아들의 아침은 계란말이, 오이 5조각, 방울토마토 2알, 치즈 얹은 마가린 바른 식빵이었다. 가끔 석류 한 줌이나 자두가 추가된다. 삶은 계란이 계란말이를 대신한 적도 있다. 단백질의 주요 공급원으로 계란대신 채식 살라미가 자리를 잡았던 적도 있다. 아들은 비위가 좀 약하다. 특히 아침에 심하다. 그래서 어느 날 계란말이가 역하다며 먹지를 못했다. 삶은 계란도 잘 먹다가 어느 날 역하다 했다. 점심이나 저녁에 먹으면 문제가 없는데, 아침에 가끔 거부반응을 일으킨다. 그 느낌이 상당히 싫은지 결국 계란을 멀리하고 있다. 언젠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다시 계란을 달라는 날이 오기를 기다릴 뿐이다.


내 아이니까 나를 닮은 게 당연하면서도 참 세세하게 별 걸 다 닮은 모습을 마주하면 당황스럽다. 왜 하필 약한 비위를 닮았니? 좋은 것만 닮아도 모자람이 상당한 나인데... 그는 비위 약한 아들이 이해되지 않는다 했지만, 억지로 계란을 먹으라 강요하지도 않았다. 다행이다. 우리 둘 다 음식 타박하는 걸 싫어하는데, 먹기 힘들어하는 걸 억지로 먹이진 않는다. 난 어린 시절 아침마다 구역질을 달고 살았다. 그렇다고 아침을 못 먹은 건 아니지만, 아침마다 나오는 구역질 때문에 상당히 괴로워했던 그 느낌을 여전히 기억한다. 게다가 언니, 오빠보다 자주 토했고, 배앓이를 했다. 지금도 많이 피곤한 아침이면 구역질을 할 때가 있다. 그래서 날 닮은 것 같은 아들이 더 안타깝고 왠지 미안하다.


아들이 그나마 꾸준히 먹던 채식 살라미를 계속 살 수 있으면 좋으련만, 사지 못한 지 오래다. 채식 인구의 증가로 다양한 채식 햄이 나오지만, 아들의 비위에 맞는 채식 햄은 한 종류다. 핀란드는 작은 나라라서 가끔 즐겨 먹던 제품들이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일시적인 경우도 있고, 그냥 더 이상 볼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저렴했지만 맛있던 브리치즈가 선반에서 사라졌고, 유일하게 좋아하는 파가 들어간 인스턴트 컵수프는 더 이상 눈에 띄지 않았다. 전에도 그런 적이 있는데, 다시 볼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아들이 유일하게 먹는 채식 살라미도 한동안 보이지 않다가 다시 보였는데, 이번엔 사라진 기간이 좀 길다 싶다. 더 이상 수입하지 않으면 어쩌지?


가족들에게 항상 풍성한 식사를 챙길 여력은 안되지만, 되도록이면 균형 잡힌 식사를 할 수 있게 하고 싶은데 쉽지 않다. 계란도 못 먹고 살라미는 못 사서 없는 아들의 아침이 마음에 걸렸다. 단백질이 부족해 보이는데, 어쩌면 좋을까 고민되었다. 사실 쉬운 해결책은 햄이라 할 수 있는데, 햄과 같은 가공육이 발암물질이라는 말이 걸려 되도록이면 피하고 싶다. 그렇다고 햄을 아예 안 주는 건 아니다. 아이들이 햄을 좋아해서 가끔 사다 먹인다.


아들의 균형 잡힌 아침에 대한 고민은 딱히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문제 같았다. 어느 날 문득 저녁으로 가끔 해주는 전이 떠올랐다. 주로 버섯전을 해주는데, 어쩌다 해준 생선전을 아들이 무척 좋아했다. 전을 만들 때 한꺼번에 많이 만들어서 냉동시켰다 오븐에 데워먹는데, 그 전을 아침에 하나씩만 데워준다면 아들 아침식사의 단백질 부족 부분을 채워줄 수 있지 않을까? 아들에게 아침에 시험 삼아 한입 먹어보고 역하면 먹지 않아도 된다고 하며 생선전 하나를 주었더니 먹을 수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렇게 아들의 아침에 생선전이 계란을 대신하게 되었다. 생선전이 질릴 수도 있으니 가끔은 버섯전이나 병아리콩전, 참치전 또는 새우전을 만들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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