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초등 2학년, 학습상담
거침없이 깊은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핀란드어가 아주 능숙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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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8. 24
오전 9시 30분, 딸의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위해 그와 함께 학교로 향했다. 딸이 다니는 학교는 보통 6년간 담임이 바뀌지 않는데, 1학년때 담임이 다른 학교로 이직하면서 딸은 새로운 담임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아마도 그 탓에 딸의 담임선생님이 조금 서둘러 상담을 잡은 듯했다. 상담하는 장소에 자리를 잡자 선생님은 모두가 잘 볼 수 있는 위치에 있는 타이머를 15분으로 맞췄다. 연이은 학부모 상담을 제시간에 끝내려는 담임선생님의 노력이었지만, 상담시간 내내 시간에 쫓기는 느낌이라 조금 불편했다. 아이를 향한 선생님의 시선보다는 부모의 시선을 알고자 하는 상담이라 우리가 이해한 아이의 학업성취와 태도, 생활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딸은 감정표현이 풍부해서 좋고 싫음이 명확한데, 가끔 부정적 감정이 우세한 때가 있어 그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 학업성취는 대체로 좋은 편이라 크게 염려하지 않는다. 수학도 잘하고 영어도 잘한다. 특히 영어는 혼자 유튜브 보고 배워서 유튜브 시청을 크게 제재하지 않는다. 가끔 어떤 동영상을 보는지 확인하는 정도다. 한국어는 아쉽게도 영어보다 많이 뒤처지지만, 훗날 아이가 한국어로 의사소통을 능숙하게 하고 싶을 때 어렵지 않게 따라잡을 수준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현재 수준이 나쁘다 볼 수 없다. 아이에게 되도록 한국어를 사용하지만 딸이 알아듣지 못해 영어로 설명해 주는 경우가 많고, 딸이 한국어보다 영어가 편해서 영어로 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손재주가 뛰어나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즐기고 잘한다.'
위와 같은 정도로 딸에 대한 내 견해를 전달하자 딸의 담임선생님은 딸이 우등생이라 했다. 딸이 모든 수업에 굉장히 적극적이고, 특히, 영어는 상당히 긴 문장도 핀란드어로 번역해서 반 친구들에게 설명해 줄 정도로 잘한다 했다. 그가 딸이 여러 언어에 노출되어 있어 간혹 핀란드 문법을 실수하는 것 같다 하자 선생님은 딸이 아직 초등학교 2학년이라 그렇다 했다. 2학년 학습목표가 핀란드어 수준을 충분히 끌어올려 3학년에 추가되는 과목과 심화되는 과정들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현재 딸은 충분히 2학년 과정을 잘 따라가고 있으니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며 그의 염려를 잠재웠다.
나는 딸의 제1언어가 핀란드어고 똑똑하니 이중언어자라는 걸 감안하지 않고 단일언어자로 핀란드어를 아주 잘하는 수준으로 이끌어줬으면 하는 바람을 피력했다. 하나의 언어를 충분히 잘해야 그만큼 깊은 사고가 가능하니 딸이 핀란드어를 아주 잘해서 자기가 가진 재능을 맘껏 펼치기를 원한다고 첨언했다. 추가로 우리는 담임선생님에게 수학과 영어가 2학년 수준을 넘어설 정도로 월등한 수준인 걸 감안해 딸이 수업시간을 지루해하지 않도록 적절한 배려를 해주도록 부탁했다. 아들이 예전에 수학교재를 추가로 받아 수업시간에 다른 아이들보다 더 많은 문제를 풀도록 배려받은 경험을 나누며 딸이 수학과 영어 수업시간에 흥미를 잃지 않도록 신경 써주길 당부했다.
딸의 담임선생님은 현재 학습 뒤쳐짐을 따라잡도록 도와주는 특수교사가 2학년 아이들의 핀란드어와 수학 학력평가시험을 진행하고 있음을 알렸다. 3학년 때 갑자기 어려워지는 교과목 내용을 따라갈 수 있도록 아이들을 이끌어주기 위해 도움이 필요한 아이를 파악하기 위한 시험이지만, 뛰어난 아이들을 파악하고 배려하는데도 활용하겠다 했다. 또한 딸은 집중하기 위해 몸을 움직여야 하는 아이 같다 했다. 수업시간에 가끔 선생님을 등지고 있는데, 주의를 주면 바로 자세를 고쳐 앉아서 문제가 되진 않는다 했다. 딸의 움직이며 집중하는 특성과 반 아이들 각각의 특성을 고려해 적절한 자리 배치를 새로 할 생각이라 했다. 핀란드는 학습할 때 움직여야 능률이 오르는 아이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문제 삼지 않아서 움직여야 집중을 잘한다는 딸에게 다행이다.
이외에도 나는 딸이 문제지 같은 걸 풀며 느끼는 성취감을 즐기니, 이 점을 활용해 딸이 지루함을 느끼지 않도록 도와줄 수도 있겠다는 의견을 냈다. 요즘 딸이 나와 함께 영어책 읽는 걸 좋아하는데, 그때 스스로 소리 내 읽는 걸 즐긴다는 것도 알렸다. 딸이 영어를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엄마와 함께 즐겁게 책 보고 즐기는 시간에 사용하는 언어, 유튜브에서 무언가를 배우는데 필요한 언어로 인식하고, 수학도 마찬가지로 놀이로 접근하는 성향이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공부를 해야 한다고 인식하기보다는 놀이로 인식하고 즐기는 딸의 태도가 오래도록 지속되면 좋겠다는 바람도 강조했다. 우리의 욕심이 많아서였을까? 학습상담이 제한된 15분을 넘기고 조금 더 대화를 이어간 뒤에야 급하게 마무리되었다. 다행히 못다 한 이야기는 없었다.
Olet todella taitava englannin kielessä. Osasit hienosti kääntää open vähän pidemmätkin ohjeet suomeksi ja autoit kavereita kirjan peliä pelatessa. Kiitos!
영어를 매우 잘합니다. 긴 문장의 영어도 핀란드어로 번역가능하고 수업시간에 친구들을 돕기도 합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