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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Mar 08. 2023

핀란드 아빠의 밥상머리 영어교육

놀이인척 공부 가르치는 그, 내 아이들이지만 부럽다.

배경 이미지 출처: Pexels




밥상머리 영어교육: 시제


딸은 감기 때문에 학교를 가지 않았다. 딸과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그가 핀란드어로 '어제 학교에 갔다.'를 시작으로 서로 다른 시제의 문장들을 말했고, 딸은 그 문장을 영어로 바꾸어 말했다. 딸은 부사의 위치를 헷갈리는 것 빼곤 시제에 대한 개념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초등 1학년이 벌써 현재완료는 물론이거니와 과거완료에 대한 개념까지 이해하다니 신기했다.


문득 핀란드어에는 완료시제가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에게 물었더니, 거의 일치하는 시제가 있다고 했다. 그래서 딸이 완료시제를 거침없이 말한 건가? 완료시제가 한국어에는 없다고 하니 그가 핀란드어는 미래시제가 없다고 했다. 이 추운 나라에 미래가 어디 있겠냐며 농담을 던지는데 핀란드식 냉소적인 유머가 재미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씁쓸해졌다. 그러게 왜 난 이 추운 나라에 살고 있는 걸까?


"Finnish doesn't have future tense. It is a cold country. There is no future in Finland."




나도 놀이를 가장한 공부를 했다면...


그가 놀이인 양 아이들에게 공부를 시킬 때 종종 내 아이들이 부럽다. 나도 저렇게 배웠다면 공부를 더 즐기지 않았을까 싶다. 어린 시절 꽤 오랫동안 수학을 정말 좋아했다. 장래 희망이 수학자라고 할 만큼이었다. 그때마다 나의 아빠는 수학으론 먹고살기 힘들다며 내 꿈에 흠집을 냈다.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 수학을 예전처럼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성인이 되어서는 그저 옛날이야기로 잊기까지 했다. 


얼마 전 아들과 함께 수학공부를 하면서 어린 시절 수학을 좋아하던 나를 잠깐 마주했다. 마흔이 넘어도 저 구석 어딘가에 남겨있던 수학을 즐거워하던 나를 마주하곤 흠칫 놀랐다. 만약 그 즐거움을 이어가도록 누군가가 이끌어줬어도 결국 수학에 흥미를 잃었을까? 내가 자란 시절이 그런 여유가 있던 시절이 아니어서 어쩔 수 없었을 거라 여기지만 그래도 왠지 아쉽다.


그가 아이들이 흥미를 보이거나 재능이 있는 것들에 대해 놀이인척 더 가르쳐주는 모습을 볼 때마다 좋은 아빠라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해진다. 때론 남매에게 경쟁심리를 부추기는 것 같을 때도 있어 좀 그만했으면 할 때도 있다. 그러나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조금씩 더 쉽게 영어도 수학도 삶도 배울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그가 존경스럽고 내 아이들의 아빠라는 게 너무 좋다.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자랄까? 내가 느꼈던 부모님에 대한 아쉬움을 내 아이들은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어떨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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