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비유와 은유의 함정

내 의식 속에 없었다. vs. 사실과 다릅니다. 그런 일 없습니다.

와인 테이스팅 노트를 한참 쓸 때가 있었습니다. 음식이란 자고로 맛있다 맛없다만 있는 줄 알았던 시절입니다. 하지만 이내 다양한 맛과 향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국어를 좀 더 잘할걸'이란 생각을 여러 번 했었습니다.


처음에는 어휘력이 부족하다 판단했습니다. 와인 테이스팅 노트가 괜스레 볼품없어 보였습니다. 차선책으로 다양한 맛과 향을 적는 단어장을 만들어 놓고 마신 와인의 맛과 향의 느낌을 단어장과 매칭하곤 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수준이 되니 또 다른 장벽이 있었습니다. 와인의 맛과 향을 알아갈 때쯤 제가 만든 단어장과 매칭되지 않는 맛과 향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와인의 맛과 향에 눈을 뜨게 되었다는 것이죠.


그때 느낌은 굉장히 답답했었습니다. 사람이 만든 언어로 그 맛과 향을 표현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시점부터 맛과 향에 대해 비유와 은유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신의 물방울이란 와인 만화가 촉매제가 되었습니다.  


출처 : http://www.sommelier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7815


어떤 와인에 대해 "몽골 평야에 발레리나가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이 연상된다"라는 은유법은 몽골 평야를 모르는 사람들에겐 이해되지 않고 나아가 병맛 느낌이지만 "어릴 적 소독차 뒤를 따라가면서 맡은 향과 유사"라고 비유하면 동시대를 살았던 많은 사람들에게 적절한 비유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비유법과 은유법은 언어로 전달할 수 없는 수준의 느낌을 전달하거나 어려운 개념을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방법입니다. 하지만 비유와 은유 자체에 대해 이해도가 낮거나 리터러시 능력이 낮을 경우 사람마다 다양한 해석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는 '내곡동 땅' 의혹을 두고 자신이 한 해명에 대해 "'존재조차 몰랐다'는 해명은 부정확했다"며 "'제 의식 속에 없었다'라고 표현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오 후보는 오늘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내곡동 땅의 존재를 몰랐다고 해명하니까 알았는데 왜 몰랐냐고 논쟁이 붙는데, 제가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출처 : MBC뉴스 2021년 03월 31일자 오세훈 "내곡동 땅, 제 의식 속에 없었어…'존재 몰랐다'는 부정확"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정보 전달이 아닌 사실을 이야기하고 사실관계를 증명해야 할 때는 비유, 은유가 적절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금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저 메시지는 오히려 또 해석의 논란을 낳는 적확한 커뮤니케이션이 아닙니다. 사실관계 이슈를 표현의 논란, 단순한 말다툼 정보로 격하하려는 전략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비유와 은유가 때론 고급스럽고 명쾌한 의사 소통의 결과를 만들기도 하지만 말실수라 평가 받는 많은 사례가 또 비유와 은유입니다. 국민들과 대중들과 고객들과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 사회 지도자, 기업 리더라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말이 상대방의 관점에서 최대한 정확하게 이해될 수 있는 있는 말인지 생각하면서 커뮤니케이션해야 합니다. 또 다른 이슈를 만들지는 않는지, 지금 이 시점과 맥락에서 적절한지 항상 고민하고 확인하는 커뮤니케이션 습관이 필요합니다. 


마음 속에 있는 어떤 생각과 느낌을 적확한 말과 단어로 매칭해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본능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연습된 훈련된 커뮤니케이션이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서울시장 보궐선거후보자 토론회 관전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