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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콘텐츠 검수도 크리에이티브해야

콘텐츠가 크리에이티브해야 한다면 콘텐츠 검수도 크리에이티브해야 한다.

위기가 뭡니까? 위기의 정의가 뭔가요?
기업 위기관리 자문과 컨설팅을 하다 보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자 제가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입니다. '위기'라고 하면 직감적으로 사람들이 느끼는 정의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금전적, 정신적 피해를 입거나 신체적 상해를 초래하는 것, 기업의 이미지와 명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 다툼에서 화재, 갑작스러운 사고, 자연재해까지...


이것은 실제 기업 위기관리를 위한 위기의 정의와 범주에 당연히 포함되는 것들입니다. 그런데 이제 언제든지 다양한 형태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모바일 디바이스가 필수품이 되고 디지털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전혀 예측 불가능했던 위기의 종류와 위기 확산의 양산이 추가되기 시작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사소한) 불만이 위기가 되는 시대

그중에는 과거 개인의 호불호 영역으로 평가절하했던 상대적으로 사소한 '불만'이 거대 위기가 되어 기업의 명성을 훼손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개인이 미디어가 되는 환경 속에서 불만이 개인의 사적 영역에서 공적 영역으로 쉽게 옮겨가고 게이트키핑 시스템이 무너진 일부 언론 미디어들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면서 쉽게 공론화되고 대중의 불만이 쉽게 폭발하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해프닝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안들도 위기로 정의되고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거나 해프닝으로 넘어가야 할 사안들을 과도하게 인식하고 개입하면서 오히려 이슈를 키우는 상황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동전의 양면과 같은 마케팅과 위기 

최근 여러 기업의 마케팅 콘텐츠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마케팅 활동은 기본적으로 퍼포먼스 극대화를 목표로 합니다. 그래서 도전적이고 대론 고정관념과 일반적 상식의 선을 넘나들며 사회적 이슈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그 결과 오히려 사회적 역풍이 일어나기도 하고 한 편에선 노이즈 마케팅이다 평가하는 아수라장이 전개되기도 합니다. 마케팅 활동으로 발생한 위기에 대해 위기관리를 성공적으로 해내면 또 그것이 마케팅 활동의 일환이 됩니다.


최근 이런 일들이 많다 보니 마케팅 활동과 마케팅 콘텐츠의 사전 검수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저희가 수년 전부터 대기업과 다양한 브랜드의 콘텐츠 사전 사후 검수 작업을 하면서 업데이트하고 있는 가이드라인의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대원칙] 

1. 다른 기업과 조직의 실패 사례 지속적인 반면교사 정례화와 검수 가이드라인 업데이트

2. 기획자의 관점이 아니라 오디언스의 관점과 수준에서 기획

3. 특정 성별에 따른 종교, 국적, 인종, 정치 성향, 사상 등을 차별하거나 지지하는 자세를 지양

4. 다양성을 존중하고 중립성을 유지하는 원칙 유지

5. 젠더 이슈 발생 가능성에 대한 사전 이해와 공감 필요

- 조직 내부 젠더 감수성을 강화하여 콘텐츠 검수 필요

- 콘텐츠 검수 자는 남성과 여성을 함께 배치

- 오인될 수 있는 젠더 이슈 관련 주제, 표현 사전 검수

- 육아, 살림, 가사일 등의 역할을 여성으로 고정하는 표현 배제

- 특정 성별이 상대적으로 훨씬 적게 보이지 않도록 주의


[주요 체크 포인트]

1. 성희롱, 성추행 등을 연상시키고 있는가?

2. 특정 성별을 비하하거나 차별하고 있는가?

3. 특정 성별 역할을 고착화하고 있는가?

4. 과도한 성적인 표현을 통해 성적 대상화하고 있는가?

5. 직업, 연령, 학력 등 각 계층 간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가?

6. 종교, 국적, 인종, 정치 성향, 사상 등을 차별하고 있는가?

7. 갑질 표현으로 오인할 수 있는 내용이 있는가?

8. 역사와 과거 사건을 과도하게 재해석하고 있는가?

- 역사적 사실과 인물에 대한 세대별 인식 수준의 차이 고려

9. 동물 학대로 오인할 수 있는 요소가 있는가?

10. 출연자의 개인적 부정 이슈가 있는가?

11. 코로나 방역수칙을 준수하고 있는가?

12. 민감한 사회 이슈를 연상시키고 있는가?

13. 폭력을 정당화하고 있는가?

14. 사회적 윤리에 반하는 내용이 있는가?


최근 마케팅 활동 및 콘텐츠 사전 검수의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검수 작업이 마케팅 기획과 콘텐츠의 크리에이티브를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결과가 자명하다 확실히 판단되는 것은 강하게 제언해야 합니다. 하지만 검수 활동이 기획 과정을 쉽게 재단하고 나아가 비난하는 활동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협업하는 과정이 되어야 합니다. 위기관리가 마케팅 활동을 방해하거나 저지하는 활동이 아닌 안전한 마케팅 활동을 보장하는 나침판이나 구명정이 되어야 합니다.


둘째, 다양한 관점이 필요합니다.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좀 더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제언을 할 수 있지만 모든 상황을 예견하고 준비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내부 관련자의 관점에서 검수 시스템과 외부 위기관리 컨설턴트 관점의 검수가 시스템에 의해 체계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정 관점에서 작동되는 검수는 이슈를 놓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이 다양한 관점을 사전에 확인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콘텐츠 기획부터 게재까지의 스케줄링이 여유로워야 합니다. 시즌성을 강조하는 콘텐츠를 제외한 오늘 기획해서 내일 게재하는 방식이 지속된다면 구멍을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콘텐츠 검수도 크리에이티브해야 하는 시대

최근 이슈가 되었던 GS25 홍보 포스터

최근 GS25 홍보 포스터 논란에 대한 의견을 여쭤보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전례가 있었던 기업, 사전 기획과 대응 등에 대해 여러 문제가 보였습니다. 그리고 콘텐츠 사전 검수에 중요성이 다시 한번 강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부분에서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도 매주 다양한 기업들의 마케팅 기획과 콘텐츠를 검수하고 있지만 그 콘텐츠를 우리가 사전에 확인했을 때 지금의 위기를 정확하게 예견했을까? 생각해 보면 100% 자신이 없습니다. 두렵기까지 합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이제 콘텐츠 검수도 크리에이티브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존의 원칙과 가이드라인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면서 살아있는 가이드라인으로 만드는 것은 기본입니다. 여기에 더해 크리에이티브한 마케팅 기획자와 콘텐츠 창작자만큼 검수의 관점이 크리에이티브하지 않는다면 이런 유사 이슈를 사전에 감지하기 힘들겠다 판단이 듭니다.


"이제 콘텐츠가 크리에이티브해야 한다면 콘텐츠 검수도 크리에이티브해야 합니다"


[참고 글] [온라인 위기관리 Q&A] 콘텐츠 검수가 필요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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