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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수 May 03. 2024

결국 자뻑에 빠지는 순간은 우리에게

#자존감 #나다움


자뻑에 빠지는 순간은 우리에게 소중하니까요. 


다른 사람의 북리뷰를 읽을 때 나는 책의 A to Z까지 잘 정리된 글을 읽어 내려갑니다. 그런데 내가 쓴 북리뷰를 읽을 때는 사뭇 다릅니다.


내가 쓴 나의 글이기 때문에 그것이 사실 그대로를 요약한 리뷰인지, 나의 생각과 느낌을 적은 리뷰인지 잘 알고 있어요. 사실 그대로를 요약한 리뷰는 굳이 내가 쓴 나의 리뷰를 읽을 이유가 별로 없습니다. 잘 쓰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내가 쓴 나의 북리뷰를 읽을 때 저는 나의 생각과 느낌이 잘 배어든 글을 더 좋아합니다. 내가 쓴 내 글을 읽고 또 읽어요. 그러니 저는 나르시시즘, 즉 자뻑이 매우 강한 듯합니다. 내가 쓰고 내가 좋아서 웃다니 이게 살짝궁 이상하지요?


요즘 세상에 정보는 넘치고, 북리뷰 안 보더라도 인터넷교보문고나, 온라인 서점 yes24 혹은 알라딘을 들어가 보면 맛보기 몇 장, 작가가 가장 하고자 하는 바 들어가는 말, 전체를 파악할 수 있는 목차,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리뷰가 늘 있습니다. 저는 북리뷰를 읽을 때 지식이나 혹은 책 속 한 줄을 담으려고 글을 읽지는 않는 거 같아요. 물론 내가 몰랐던 것들은 다시 한번 검색하여 상세히 알아두고 몰랐던 부분에 관해서 study라는 제목의 비밀글로 다시 남겨두긴 합니다. 그 study조차도 내가 관심이 큰 분야입니다. 관심도 없는 물질의 화학구조나 양자이론을 study로 메모해 두지는 않거든요. 결국 내가 북리뷰를 읽을 때는 책을 읽을 때와 마찬가지로 나를 건드리는 문장이나 내용을 찾아내려고 했던 것 같아요. 글쟁이라 그런가 그런 것들이 또 글을 쓸 수 있는 새로운 인연이 되거든요.


길게 쓰긴 썼는데 결국 나는 스스로가 쓴 북리뷰를 사랑한다는 말이고, 스스로 쓴 북리뷰 중에서 나의 생각과 느낌, 즉 내면이 깊숙이 배어있는 글을 애정하여 읽고 또 읽는다는 말이었네요. 자뻑도 이 정도면 심각한 수준입니다. 그렇죠?


우리 반 아이들은 나작가와 붕어빵입니다. 수업시간에 아이들에게, 서랍 속에 굴러다니는 포스트잇에 자기 얼굴을 멋대로 그리게 하고, 그 포스트잇이 거울이라고 합니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가장 멋지니?"

처음에는 꺄르르 웃던 아이들은 어느새 몰입합니다.

"거울아! 거울아! 너는 뭐 먹을 때 행복해?"

"거울아! 거울아! 너는 무엇을 갖고 싶어?"

"거울아! 거울아! 너는 언제 가장 행복했니?"

"거울아! 거울아! 너는 언제 가장 슬펐어?"


아이들은 금세 몰입했고, 자기가 끄적거린 어설픈 포스트잇 막그림과도 쉽게 대화에 몰입합니다.(수업 전에 사실 제가 먼저 해 보았는데, 저도 그러고 몰입해서 잘 놀게 되더라고요.) 실컷 거울놀이를 한 뒤에는, 뒷장을 넘기라고 해요. 글을 쓰기도 하고 편지를 쓰기도 하는 등 여러 활동을 하는데 그 결과는 매우 잘함이 보장됩니다. 아이들은 이미 몰입되어 있고 열정적이거든요. 열정적으로 적고, 지우개로 고치고, 망쳤다면서 다시 달라고 하고 다시 쓰겠다고 하면, 이미 배움은 성공적이죠. 몰입은 이미 즐거움이고, 몰입하는 순간부터 치유되며, 자뻑에 빠지고, 자기애와 자존감이 충전됩니다. 


물론, 누군가로부터 추앙받고 인정받는 것이 가장 크게 자존감을 고양시키기는 하지만, 그것은 나의 소관이 아니니까요. 아쉬운 대로, 스스로 자뻑에 빠져서 자기애를 즐기면서 자존감을 충전할 수 있도록 그리 우리를 설계하셔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세상에 이리저리 치이고 상처받을 땐, 

블로그도 쓰고, 

내가 쓴 나의 리뷰도 다시 읽어 보고,

포스트잇에 내 얼굴을 그리고 혼자 놀기에 몰입해 보기도 합니다.


자뻑에 빠지는 순간은 나에게 소중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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