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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ka Sep 29. 2020

나의 바다, 나의 크루즈

11. 돌아와요 시모노세키항에

세월이가면 가슴이 터질듯한 그리운 마음이야 잊는다해도

한없이 소중했던 사람이 있었음을 잊지 말고 기억해줘요.

 
장소는 시모노세키. 통유리로 바다가 보이는 뷰가 장관인 레스토랑에서 우리는 저녁을 먹고 있었다.


방파제 바로 앞 그 레스토랑에서, 우리는 항상 정해진 자리에 앉아, 항상 정해진 메뉴인 스테이크를 -그는 미디엄 레어로, 나는 미디엄 웰던으로- 주문 한다.

그는 덜익힌 스테이크에 소스 없이 소금만 살짝 뿌려 먹는 걸 좋아했다.


유후인에서 학회를 마친 그를 만나 세시간 정도 차를 달려 이 곳으로 넘어 왔다. 그와 알고 지낸지는 4년.

다른 학생들의 눈이 있어 벳뿌 근처에서는 데이트 하기를 곤란해 하는 그를 위해 우리는 학교 앞을 벗어나서 다른 도시로 옮겨 다니며 데이트를 해 왔다.

처음엔 난 선생이고 넌 학생이라 안된다던 그였다.

11월의 시모노세키의 날씨는 추웠지만 얼굴에 와 닿는 바닷바람은 어쩐지 부드러웠다. 바닷가 마을 특유의 냄새가 섞인 그 바람이 싫지 않았다.


처음 이 곳에 왔던 일을 생각한다.  


칸몬카이쿄를 보여 준다며 안내 했던 그를 따라 3년 전쯤 왔었다. 큐슈섬과 일본 본토를 연결하는 해저 터널인데, 학교를 빠져나와 우리가 자유로워 질 수 있다면 사실 난 어디라도 좋았다. 그 해저 터널을 지나면 큐슈섬을 벗어나 일본 본토 최 남단의 야먀구치현에 들어가게 된다.

석양을 보며 자리 잡았는데 어느 새 밖은 어두워져 있다. 지난 생각을 하며 이미 식어버린 스테이크를 한 점 입으로 가져간다. 고기가 입안에서 걷돈다.

일본에 있는 동안 선생님이였고 아빠였고 오빠였고 가장 친한 친구였던 그와 보낸 꿈만 같았던 4년.

미친듯이 사랑을 했다.

그를 위해서라면 일본에 남을까도 생각 했었다.

그러다 보니 도망치듯 이렇게 먼 곳까지 와 있었다.

우리는 늦게 그 레스토랑을 나와 차 안에서 동이 트기를 기다렸다. 그날 일출이 어땠는지 이제는 기억 나지 않는다.

아직 기억 하는 것은, 해 뜨기를 기다리며 잠시 눈을 붙였던 그의 옆모습을 보며, 이제는 내가 이 사람을 그만 놓아 줄 때가 되었음을 느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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