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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ka Sep 28. 2020

나의 바다, 나의 크루즈

9. 베트남, 나는 그 곳에 커피를 두고 왔네 -(1)

사랑도 크면 외로움이지

그러지,

차나 한잔 하고 가지



담배도 안 피고 술도 안 마시니 커피 정도야 괜찮겠지 하며 세상의 모든 커피를 즐긴다. 나는 밤에 커피를 마셔도 잘 자서 연한 아메리카노로 하루를 마무리 하기도 한다. 아침엔 진한 커피를, 오후의 티타임에는 달달하게 마시는 커피를 좋아한다.

심지어는 느끼한 음식을 먹을 때에도 콜라보다는 에스프레소를 언더록으로 마신다. (여러분도 해보세요! 정말 깔끔하고 맛있어요 !)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커피는 두번 생각 할 필요도 없이 스타벅스의 더블샷이다. 더블샷만을 위한 컵과 빨대도 있으니 특별하고 귀엽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 스타벅스가 처음 들어온 1999년, 내가 고등학교에 입학하던 해였다. 그때 부터 드나들었으니 내 반평생을 책임진 힘의 원천이다.


스타벅스는 세계 어딜 가도 크게 변함 없는 익숙한 맛을 전해주어서 좋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악마” 편집장 미란다의 까다로운 입맛도 사로잡은 브랜드다.

명불허전.


이런 스타벅스 빠인 내가 굳이 스타벅스를 찾지 않는 유일한 두 나라가 있다.

바로 베트남과 태국이다.

베트남이랑 태국에서는 어쩐지 스타벅스를 가지 않아도 괜찮아진다. 그냥 발길에 이끌려 들어가는 어떤 현지 커피점도 다 맛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에 가면 갓 내린 진한 커피에 연유를 타서 뜨겁게 마시고, 태국에 가면 자국 브랜드인 도이창 커피를 마신다.

태국 북쪽 치앙라이의 코끼리 산에 마을이 있었는데 너무 가난해서 예전 국왕이 여기서 커피라도 키워보자며 커피 재배를 권했다. 그 농사가 잘되어서 탄생한 지금의 도이창 커피는 태국 북쪽 사람들의 자부심이다.

방콕에서 한 시간 남짓, 김포에서 제주 가는 느낌으로 아주 잠깐 비행기를 타고 있으니 베트남에 도착했다. 겨우 한 시간인데 그것도 국제선이라고 기내식이 나온다. 그것도 아주 훌륭하게. 태국이나 베트남 항공의 기내식은 맛있어서 실패할 확률이 아주 낮다.

하노이 공항. 분위기부터 아주 살벌했다. 아오자이의 나라라더니, 북한에서나 볼 것 같은 국방색 제복의 직원들. 아직 공산국가의 분위기가 짙었다. 입국 수속을 하고 있는데 옆에 호주 멜번에서 와서 잠깐 경유 중이라던 벤자민은 화가나서 입이 퉁퉁 부었다. 다음 비행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서 시내를 좀 둘러보고 싶었는데 호주 여권 소지자들은 비자가 필요하다고 공항밖으로 나가는걸 허락을 안 해줬단다. 나는 비자가 필요 없지만 나가기도 전에 절제되고 보수적인 분위기에 벌써 주눅이 들어 오히려 안에 있고 싶은 심정인데.

밖으로 나오니 아직 남아있는 프랑스 식민 시대의 잔재인 불어와 티벳 중국어가 바탕이 된 그들의 언어만큼이나 복잡한 길거리가 펼쳐졌다. 매캐한 오토바이의 매연 섞인 공기와 시끄러운 소음이, 자주 내리는 비에 섞여 탄생한 동남아 특유의 냄새가, 그리고 잘 웃지 않는 사람들의 딱딱한 얼굴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랬다. 겨우 한 시간 남짓 날아왔을 뿐인데, 베트남의 분위기는 태국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상냥한 미소도 없었다. 익숙해 지기 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나트랑 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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