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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ka Sep 30. 2020

나의 바다, 나의 크루즈

14. 울지마, 이모가 놀아줄께 -(1)

“나도 내 휴가를 온 건데 애들만 보다 가고 싶진 않아” 하며 손님이 데스크에 와서 갑자기 울음을 터트렸다.  

신입 때는 ‘아니 저런 심약한 엄마가 있나.. 자기 애기를 자기보다 더 잘 돌보는 사람은 여기 없을 텐데...’

아무 것도 모르는 저 애들이 불쌍하다고 생각을 했다.

호주 승객들 중에는 한 팔에는 애기를 안고, 다른 한 손엔 맥주병을 들고 있다던가, 한 팔엔 애기, 다른 손으로는 담배를 피는 등.. 모성애를 자극 시키는 상황이 종종 있다..
 

쉬고 싶은 엄마들을 위해 우리가! 이모가 된다.

엄마가 원하는 시간 동안 객실에 가서 자유롭게 아이들이랑 놀아 주다 오면 된다.

호텔에서 프론트 데스크라고 하면 체크인이나 체크 아웃 시간 외에는 한가할거라 생각 하실 지 모르겠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크루즈의 프론트 데스크는 단순한 리셉션이 아니다. 선내의 모든 활동과 교류, 소통의 중심이 되는 곳이다.

체크 인/아웃은 기본이고, 안내 방송을 하고, 선상 신문도 이 곳에서 발행이 되고, 때로는 환전, 그리고 정산 하시는 승객들의 은행 관련 업무도 봤다가, 심장병, 당뇨병, 혈압등의 이력이 없으신지 체크 후 멀미약을 나누어 드리니 약국 비슷한 업무도 하는 것 같고, 오셔서 넋두리를 하시는 승객님들의 인생 상담도 다 들어드리니, 가끔은 심리 상담사도 된 것 같은 멀티 태스킹을 하게 되는 것이 그 곳이다.  

우리의 베이비 시팅 시스템에는 엄격한 연령 제한이 있어, 12 개월 미만은 허락이 안된다. 그리고 직원은 무조건 두명이서 짝을 지어 간다. 혹시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혼자서는 감당하기 힘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보통은 방 안에서 아이들을 돌보지만, 부모들이 객실 밖으로 나가도 좋다고 허락을 해주는 경우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조깅 트랙 산책을 가던지, 선내 카페에 가서 간식을 먹이던지, 선내 액티비티에 참여를 한다.

베이비 시팅 요청은 낮 시간에도 있고 저녁 시간이 될 수도 있는데 특히 신청이 많은 날은 보통 크루즈에서 두번째 밤인 포멀 나이트(Formal Night) 이다.


이날은 선내 드레스코드가 정장이다. (물론 강제적인 것은 아니다) 전문 포토그래퍼들이 돌아다니면서 가족사진이나 프로필 사진도 찍어주고, 또 선장님과의 포토 타임도 있기 때문에  거의 모든 손님들이 그 날 만큼은 턱시도에 드레스를 입는다. (그 사진들은 나중에 한 장에 20 달러에 살 수 있다)

그래서 포멀 나이트에는 저녁 식사 후 엄마 아빠들끼리 바에서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싶기도 하고, 공연을 보러 가고 싶기도 하기 때문에 베이비 시팅 요청이 쇄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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