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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ka Sep 30. 2020

나의 바다, 나의 크루즈

16. 마린과 엔진과 호텔사이

배 안에는 크게 마린, 엔진, 호텔, 이렇게 세가지 부서가 있고 크루즈를 일반 배 들과 명확히 구분 짓는 선은 분명히 내가 근무하는 호텔 부서의 유무에 있다.


호텔이 없다면 그 배는 화물선이나 다름이 없어진다.

호텔 부서가 존재 함으로서 5 성급 Passenger Ship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마린은 선장님 이하 고위 항해사들로, 배를 운전하는 조종실이 주된 일터이다.

그 외에도 배 안의 경찰이라고 볼 수 있는 보안팀도 마린 부서에 속한다.

엔진은 기관장님을 대장으로, 배를 움직일 연료와 기계적인 쪽을 돌보는 사람들.

이 둘 사이에는 늘 미묘한 긴장감이 있는데, 일단 땀 뻘뻘 흘리며 하루 종일 기계만 다루는 엔지니어들을 마린 사람들이 약간 무시하는 경향이 있어서이다.


그에  질세라 엔진 사람들은 마린 팀을 보고 조종실에 앉아 우아하게 돈 벌어 간다며, 과연 제 아무리 실력 있는 쉐프라도 불이 없다면 계란 후라이 하나 라도 만들 수 있을까? 라는 식으로 말한다.

같은 해양 학교에서 다른 과를 공부했을 뿐일텐데 둘은 어쩜 이렇게 물과 기름이다.
 

팽팽한 이 둘 사이에 백조처럼 우아하게 (하지만 떠 있기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발을 동동 구르며) 있는 부서가 바로 우리 호텔이다. 로얄캐리비안의 호텔부서에서 가장 중요시 생각하는 것은 GOLD Standard 이다.

각 알파벳의 약자를 풀이하면 이렇다.

G – Greet & Smile (웃으며 인사하기)
O – Own the Guests’ Experience (고객과의 교감)
L – Look the Part (용모 단정)
D – Deliver the WOW (감동 선사)

예를 들면 look the part 는 유니폼은 단정하고 깨끗한지, 손톱과 머리가 단정한지, 신발이 깨끗한지, 화장은 너무 연하지도 과하지도 않게 잘 했는지, 남자들의 경우 면도를 말끔히 잘 했는지, 담배 냄새가 안 나는지 들을 매일매일 살핀다. 고객과의 첫인상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첫인상은 만나고 15초 만에 결정 된다고 한다.


화물선과 크루즈선을 나누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는 우리 호텔을 세부적으로 들여다 보면,

호텔을 총 지배하는 대장은 호텔 다이렉터(HD)


이하 F&B 다이렉터(Food & Beverage) 가 이끄는 레스토랑과 바, 카페의 웨이터, 바텐더, 바리스타들


게스트 서비스 매니져(GSM- 일반 호텔의 GM)가 이끄는 프론트 데스크 팀


이그제큐티브 하우스 키퍼(EH)가 이끄는 하우스 키핑 팀


크루즈 다이렉터(CD) 가 이끄는 엔터테이너,가수, 댄서, 오케스트라 단원 등 뮤지션들, 스포츠 스태프


M&R (Marketing & Revenue) 매니져가 이끄는 이윤을 창출 하는 부서들 - 카지노, 미술품 경매사, 포토그래퍼, 면세점, 에스테틱 스파, 네일/헤어 살롱, 기항지 관광 예약


등이 있다.

법적으로 정해 놓은 선상 최장 근무기간은 10개월. 그 이상은 일을 못하게 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집중력과 일의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바깥 공기도 마시고 땅도 좀 밟으며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돌아가야 다시 웃으며 승객들을 대할 수 있고, 일에 감사 할 여유도 생기게 된다.

처음 입사를 할 때는 범죄 회보 기록서 라든지 신변 체크를 위한 여러 가지 서류가 필요하지만, 일단 한번 배에 있으면 그 후에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 미국 워킹 비자인 C1D, 2년에 한번씩 갱신해야 하는 Medical Record 정도면된다.


이렇게 해서 모여진 서로 다른 65개국 출신 승무원들이 종사하며, 협동해서 최선을 다해 승객들을 모시고 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도 언젠가는 우리 배에서 모실 수 있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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