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oka Sep 24. 2020

나의 바다, 나의 크루즈

7. Alpha to Remember -(3)

세번째 건은 80대 할아버지 뇌졸중 환자 였는데, 식사를 하시다가 갑자기 마비가 오셨다. 몸의 오른쪽이 서서히 굳어 갔고, 우리 의사 선생님 이하 의료팀은 당시 위치상 가장 가까웠던 일본 육지팀에 신속히 구호를 요청 했다.

나는 통역으로 알파팀에 불려가게 되었다.


오키나와를 떠난지 불과 세시간 만의 일이었다.  다시 배를 돌려 병원이 있는 육지 쪽으로 가자면 시간이 너무 지체되 환자의 상태가 어떻게 악화 될 지 모르고, 다음 기항지까지 도착이 늦어지니 4000명 승객들에게 불편을 끼치게 되는 것이다.


우리 헬기 착륙장에는 5톤 이상의 헬기는 착륙 할 수가 없도록 만들어져있다. 너무 무거우면 그 무게를 감당 할 수 없는 것이다. 당시 일본 병원에서 보내 준 응급 수송용 헬기는 6톤에 육박했다. 헬기는 착륙 할 수 없었고, 상공에서 침착하게 와이어를 내려 환자와 그의 가족을 이송 하는 방향으로 이루어 졌다. 숨이 멎을 정도로 긴박했다. 하지만 침착하고 신속하게, 그리고 일본 사람들 특유의 완벽 주의가 조합되어 너무도 멋있는 응급수송을 또 한 건 해 냈다.


환자가 헬기에 무사히 올라가는 장면을 보고, 나는 안심 했다. 어쩌면 일본에서 치료를 받게된 이 중국 할아버지가 참 잘됐다는 생각도 했다. 일본에서는 뇌졸중 경과 4시간 안이라면 사람을 살릴 수 있다. 뇌를 자극시키는 아주 센 주사를 쏴서 막힌 곳을 뚫어 주는 것인데, 4시간이 지나면 소용이 없다고 했다. 손님이 쓰러진 것을 발견하고 모든 것이 1시간 이내에 진행 되었으므로 나는 이 사람은 살았구나, 하고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며칠 후, 손님의 경과를 물을 겸 일본의 병원에 전화를 했더니, 손님 개인정보를 철저히 보호하려는 병원 입장에서는 손님의 현재 상태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보도 줄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가족이랑 직접 통화를 해서 묻는 것은 상관 없다고 귀띔해 주었다. 가족을 찾았지만 그 때 병실에 없었던 모양인지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았다. 후에 오키나와 현지 에이전트를 통해 손님이 깨어나서 아주 잘 적응 하고 있고, 3주 정도의 요양과 재활을 병행 한 치료만 마치면 집에 가셔도 좋다는 확답을 받았다.

다다음 주, 다시 오키나와에 들어갔을 때, 할아버지와 함께 병원에 동행했던 아드님이 우리 배에 찾아오셨다. 아버지를 살려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러 직접 선물을 들고. 오키나와 명물 흑설탕이 들어간 유명한 캔커피 선물 세트였다. 선장님은 내가 아니였으면 그 때 헬기를 부르는 것은 불가능 했을 지도 모른 다며 나에게도 한 캔 내려 보내셨다. 그런 칭찬 뒤에 마시는 커피는, 오키나와의 흑설탕이 정말 맛있어서 인지, 아니면 선장님의 따뜻한 말씀 때문인지, 아니면 뿌듯함에 울컥 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유난히 달콤하고 맛있었다.

나는 그 한 캔을 원샷으로 비웠다.

그리고 선장님은 중국으로 향하는 길에 그 손님을 다시 배에 태워 집까지 모셔다 드리기로 했다. 고국을 한달 만에 찾은 할아버지는 어떤 기분이셨을까.

헬리콥터 작전에 나갈때는 완전 무장


이전 06화 나의 바다, 나의 크루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