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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ka Sep 24. 2020

나의 바다, 나의 크루즈

6. Alpha to Remember -(2)

내가 직접 관여하게 된 두번째 알파 사건은 전일 해상일을 보내고 있던 평화로운 아침에 일어났다.(크루즈에는 Sea day와 Port day 가 있다. Sea day는 전일해상일로, 어디에도 머물지 않고 항해만 하는 날. 그리고 Port day는 기항지 일정이 있는 날로, 관광을 하러 나갈 수 있다)


우리 배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이 제주도에 있는 한 곳으로 나왔고, 한국어로 응급 호송 수단을 요청할 사람이 필요했다.


환자는 50대 중국인 아주머니. 멀쩡하던 눈이 아침에 일어나니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는다는 것이었다. 정말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 난다면 어떻게 처신 해야 할까. 그것도 말도 안 통하는 여행지에서. 아무튼 우리는 최선을 다 했지만 원인 파악이 안되고 무엇보다 시간을 지체해서는 안 되겠다는 결론으로 한국의 큰 병원으로 옮겨 더 세심하게 검사를 받자는 쪽으로 의견이 기울어졌다.

조종실에 가서 선장님 옆에서 육지에 전화를 걸고, 우리의 위치를 알려 주고, 감사하게도 정말 한국에서 재빠르게 보내주신 응급선박이 우리 배 옆에 접근 하는 것이 보였을 때, 나는 안도의 숨을 내 쉬었다. 우리는 또 어느 때보다 신속하고 진지하게 환자를 이송 했고, 우리 선장님은 이후에 한국 병원에 다시 전화 해 보라고, 환자가 잘 도착 했는지 걱정이라며 애프터 서비스 정신 까지 발휘 하셨다.


환자는 선착장에 이미 대기하고 있던 앰뷸런스에 실려 병원에 잘 도착했고 검사 결과도 걱정 했던 것 보다는 괜찮다고 했다. 다행이다. 대단한 일을 한 것은 아니지만, 내가 유용한 일을 한 것에 보람을 느꼈다.


특히 바다위에서 30년을 사신 노련한 선장님께서 “이번 건은 내가 봐온 응급 호송 중 가장 빠른 응대였어. 코리아 최고다!” 라고 모든 사람 앞에서 극찬을 해주셨을 때 나는 한국이 워낙 잘해서 이런건 일도 아니라며 둘러댔지만 아, 한국인이라서 너무 자랑스러웠다.

 

Captain Pehrsson, 스웨덴 출신 선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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