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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ka Aug 04. 2021

이제는 말할 수 있다

크루즈 여행중 불법 체류의 실태

한국 국적을 얻으려 주경야독 하는 외국인들의 모습이 다루어진 뉴스를 보았다.


내 나라 대한민국은 그래도 참 살기좋은 나라라서 고맙다. 전쟁통엔 물론 힘들었지만, 적어도 어디 다른나라로 가서 난민신청을 해야하는 경우도 없었고, 우리 부모님 세대가 경제 성장에 뼈빠지게 이바지 하신 덕분에 지금은 세계에서 내노라 하는 여권을 나열할때 다섯손가락 안에 들 정도가 되었다.


비행기 조종에서는 숨죽이고 집중해야 하는 이,착륙의 시간을 ‘마의 3분’ 이라고 하지만, 크루즈에서는 출도착 30분 전이 가장 긴장되는 마의 시간이다.


홍콩이나 싱가폴 사람들은 자신들이 아시아의 어떤 민족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자부심으로 살아간다. 그런 경향은 체크인 때 가족 구성원들만 봐도 쉽게 나타난다.


한가족으로 등록된 일행중에 국적이 다른 여권을 소지한 사람이 한명씩 있다.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 국적이 대부분인데, 그들은 베이비시터들이나 가정부 들이다.


홍콩이나 싱가폴 엄마들은 여행을 오면서도 자기 아이들은 챙기지 않는다. 아기는 보모의 손을 잡고, 엄마들은 한껏 치장한 드레스 차림으로 배에 오른다.


그 보모들은 가끔 코리안 드림이나 재패니즈 드림을 꿈꾸며 배에 오기도 한다. 비교적 쉽게 얻을 수 있는 관광비자로 일단 배에는 탑승 했고, 기항지로 한국이나 일본이 포함되어 일단 입국이 되었으니 그대로 내려서 돌아오지 않는것이다.



우리나라 부산항에서도 중국 승객들의 집단 불법체류 사건이 있었다.


이런 상황을 미리 방지하기위해 하우스키핑 팀에서 꼭 하는 일이 있다. 항해 첫날, 방을 배정받고 온 손님들중에 현저하게 짐이 적거나 아예 없는 사람들이 있으면 보안팀에 보고가 올라간다. 그래서 우리는 요주의 인물로 눈여겨 본다. 그리고 기항지에서 관광 나갈때 배에서 못 내리도록 막는 경우도 있다.



나가사키의 작은 항구가 발칵 뒤집혔다. 마의 시간을 넘어 우리 배의 출항이 50분이나 지연되고 있었다. 승객 한명이 아직 탑승을 하지 않은 것이다.


출항이 지연되면 청구되는 정박비만 해도 어마어마 하다. 하지만 선장님은 혹시나 손님이 오시는길을 잃었을까 기다리는 쪽을 택하신다.


하지만 돌아올 리 만무하다. 그 승객은 아마도 이미 오래전부터 이 순간을 계획해 왔을거다.


“돌아오지 않은” 그 사람은 필리핀 국적의 베이비시터 였다. 그녀가 속해 일해주던 홍콩 가족이 불려와 조사를 받는다. 보모를 잃고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이 되지않아 어안이 벙벙한 그 가족들을 데리고, 돌아오지 않을 낌새는 있었는지, 언제부터 고용을 했는지 등등 철저하게 인터뷰를 한다.


그녀는 전에도 자신의 친언니가 일본 도쿄에서 일하고 있다는 얘기를 가끔 흘린적이 있다고 한다. 그녀는 백프로 자신의 언니가 살고 있는 도쿄로 날아갔을 것이다.


나머지 수사는 일본에 맡기기로 하고, 배에서 우리가 보관하고 있던 그녀의 여권을 당국 관계자들에게 맡기고 늦어진 출항을 준비한다.


늦어진만큼 어디서 어떻게 속도를 내서 다음 목적지에 맞출것인지, 그럴려면 연료는 얼마나 더 들것인지 같은 복잡한 계산은 선장님과 기관장님께 맡기고 우리 프론트데스크 팀은 출항 방송을 한다.


“승객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피치못할 사정으로 출항이 지연되어 죄송합니다. 다음 목적지에는 늦지 않게 도착할 예정입니다. 편안한  저녁 시간 보내십시요.”


불법체류를 감수하면서까지 말도 안통하는 외국에 살고 싶은 심정을 나는 솔직히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이 찾고 있는 것은 막연한 자유인걸까.

그 자유라는 것은 외국에서 자신을 투명인간으로 만들어도 될 정도로 중요한걸까.


손님의 생사을 확인   어 쉽게 잠 들지 못하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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