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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ray Feb 22. 2022

일상 에세이

우리의 모든 것이 담긴 공간. 집. 


집은 세상 사람들의 다양함만큼 다양하다. 형제자매는 물론이거니와 쌍둥이의 지문조차 같지 않은 것처럼 사람들이 사는 삶의 모습도 다양하다. 그러니 그들의 집은 말할 것도 없다. 분명 똑같이 생긴 아파트 공간인데 집을 꾸미는 사람에 따라 그 집의 생김새가 다르다. 


때로 집은 책을 읽는 도서관, 공부하는 독서실, 음악 연주하는 음악 전문 스튜디오, 춤을 추는 무대도 된다. 또 밥을 하는 식당, 커피를 내리는 카페, 사우나실 등 다양한 기능을 한다. 집에 걸린 작품은 집을 갤러리로 만들어 주기도 하며, 때로는 식물원이 되기도 한다. 또 집이 가구 전시장이나 옷가게로 변하기도 하고, 작은 문구점이나 때로는 쓰레기장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집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집의 효용성은 매우 달라진다. 


인테리어 잡지에 나오는 집마다 그 설계자의 독창성이 스며 나오고 그 집을 꾸미는 주인들의 솜씨도 예술이다. 또 집집마다 거실에 자리한 거대한 창문은 주변 환경을 모두 담은 큰 그림이 걸린 액자가 된다. 요즘은 자신들이 사는 집을 인터넷 공간에 올리는 분들도 많아서 나와 다른 사람들의 개성 넘치는 집 구경도 할 수 있어 흥미롭다. 


그런데 인스타에서 볼 수 있는 외국의 집들과 우리나라 집들의 특징 차이가 있다. 외국의 집들은 저 푸른 초원 위에 지어진 그림 같은 집들이 주로 등장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집 안에 배치된 가구나 구조에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땅 덩어리가 넓지 않은 우리나라의 주거형태는 이전보다 더 아파트를 선호하는 듯하다.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추어 지어진 아파트들과 어우러진 빌딩 숲 가운데에서 푸른 초원 위에 지어진 주택을 찾기가 어렵다.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를 설계한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건축에는 직선이 없다. 때로는 물이 흐르는 것 같기도, 또 때로는 사막에서 볼 수 있는 모래 언덕 같기도 하다. 이라크 바그다드 출신인 그녀는 어릴 적 모래 언덕이 수시로 변하던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에 담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후 그것을 건축으로 형상화시켰다. 어느 인터뷰에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삶은 격자무늬 안에서 만들어지지 않아요." 


이는 물론 자신의 디자인의 당위성을 설명하기 위해 한 말이다. 나는 그 이야기를 접하며 한 편으로 그녀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지다가도 우리나라의 집들을 바라보며 그 반대의 생각도 들었다. 격자무늬 안에서 만들어지는 삶도 있다고. 네모난 공간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참 다양하고 그들 나름의 희로애락이 있다고 말이다. 


그럼에도 푸른 초원 위의 집을 보면 참 부럽다. 빨강머리 앤이나 초원의 집 주인공들처럼 낭만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생길 것 같기도 하고. 잔디에 누워 한 없이 흘러가는 구름을 즐기고도 싶은데. 그럴 수 없으니 아쉽지만 아파트 보도블록 위에 친절히 마련된 벤치에라도 누워 볼까나. 하늘만 봐도 좋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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