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에세이
분명 곰팡이 냄새였다. 안방 제습 겸 오랜만에 방 벽에 부착된 에어컨을 틀었다. 참을 수 없는 곰팡이 냄새에 에어컨 청소를 안 해서인가 해서 아무리 살펴도 거기서 그런 냄새가 나는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습한 날씨에 며칠 집을 비워 두었더니 이제는 감당할 수 없는 곰팡이 냄새가 났다.
자세히 살피니 화장실 옆에 곰팡이가 있었고 안방 곳곳에도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보이는 부분은 구석구석 찾아내어 깨끗이 닦았고 이제 괜찮겠거니 하고 잠을 청하려 했으나 어째 곰팡내가 더 심하게 나는 것이었다. 축축한 걸 안 말려서 그런가 하고 제습기를 틀었더니 오히려 더 곰팡이 냄새가 나는 듯한데 느낌뿐인가 했다.
곰팡이 유무를 확인할 곳은 단 한 곳만 남았다. 책장 뒤였다. 그런데 차마 책을 다 꺼내 확인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책장의 책을 다 꺼냈다가 다시 정리하는 일은 웬만하면 하고 싶지 않았다. 코로나 시기에 방 재배치 이후로 그냥 그렇게 지내 왔는데 다시 뒤집을 생각을 하니 막막했다.
그래도 확인 한 번은 해봐야 속이 시원할 것 같아 한 간 한 간 책을 빼기 시작했다. 그리고 책장을 앞으로 꺼내자 벽지 아래 부분에 곰팡이가 덮여 있었다. 두 마음이 들었다. 그냥 둘걸 하는 후회와 방안 가득한 곰팡이를 두 눈으로 확인한 쾌감이 몰려왔다.
그냥 두었다면 몸은 편했을지 몰라도 곰팡이 속에서 계속 생활했을 테니 책장을 뺀 것은 잘한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앞으로 책장이 두 개 더 남아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그저 바라만 보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집에서 곰팡이가 사라지고 숨쉬기가 편해질 그날을 기대하며.. 오늘 잠은 다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