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주와 대나무 잔치

시골공방 꿈꾸는공작소 이야기 8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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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카주’라고 알아?

입으로 한쪽을 살짝 물고 ‘뚜우’나 ‘뿌우’ 하고 소리 내는 악기 말이야.

음계는 따로 없고 그냥 목소리로 높낮이를 연주하지.

목소리를 내면 떨림판과 본체를 지나며 소리가 부딪혀 변형과 증폭이 일어나는데, 방귀 소리 같기도 하고 개구리 소리 같기도 한 소리가 나. 그 익살스러운 소리를 들으면 처음엔 누구나 웃음이 터지지.

비틀스, 지미 핸드릭스, 에릭 클랩턴 같은 세계적인 음악가들도 카주를 연주에 포함시켰다고 해. 우리나라에서도 한대수, 그룹 10cm뿐 아니라 많은 인디밴드들이 카주로 매력적인 브리지를 구성했지. 휴대하기 가볍고 연주법이 간단한 데 비해 신선한 변화를 줄 수 있는 카주 연주의 장점 때문이겠지?

2005년이던가? 작곡을 공부하면서 서울에서 열린 백창우 노래캠프에 참여했거든. 그때 백창우 님이 소개해준 악기가 카주야. 빨간색과 금색의 양철 카주였어.

카주를 보고 남편은 연구심이 발동했지. 이리저리 불어보며 재미있어하더니,

“대나무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거야.

대나무는 예로부터 단소나 대금, 피리 같은 악기의 재료로 쓰였잖아. 게다가 우리 집 뒷산에는 대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어. 카주도 입으로 소리 내는 악기니 영 뜬금없는 소리는 아니지?

남편은 대나무를 잘라 카주 만들기에 돌입했어. 대나무 카주의 매력적인 포인트는 떨림판이야. 양철카주는 동그랗게 자른 비닐을 떨림판으로 만들어 쓰지만 남편은 대나무 속껍질을 써 보았어. 대나무를 반으로 쪼개어 안쪽을 보면 얇은 막으로 덮여 있는데 이걸 잘 벗겨보면 비닐 같은 조직이 일어나. 비닐 떨림판으로 내는 소리보다 대나무 속껍질로 만든 떨림판으로 내는 소리는 훨씬 시원스럽고 깊은 소리가 나는 거야.

대나무 마디 하나를 포함해서 자르면 한쪽은 열려있고 마디 쪽은 막혀있지. 열린 쪽 윗면에 구멍을 뚫고 속껍질을 딱풀로 붙여. 막힌 쪽은 드릴로 구멍을 내지. 열린 쪽을 취구로 하고 ‘뚜’ 소리를 내니 양철 카주처럼 재밌는 소리가 나.

대나무를 길게도 잘라 보고 짧게도 잘라보고, 구멍을 크게도 뚫어보고 작게도 뚫어보고. 떨림판을 속껍질뿐 아니라 비닐로도 붙여 보았어.

카주를 불 때 손으로 떨림판을 훼손시키지 않도록 보호 뚜껑도 이런저런 방법을 써서 만들어 달았지. 남편은 한 일주일 동안 날마다 조금씩 진화된 대나무 카주를 내밀었어. 그러다가 마침내 최종적인 대나무 카주 디자인을 완성했지.

호기심으로 개발한 대나무 카주는 대구지역 축제장, 성주 금수예술마을 체험수업뿐 아니라 공작소 체험학습에서도 굉장히 많이 활용해 온 매력적인 아이템이 되었어.

처음 신천에서 대나무카주 만들기 체험을 운영했을 때는 시민들이 직접 톱으로 대나무를 잘라서 만들도록 했거든. 사람들이 대나무의 작은 조각 하나 까지도 알뜰히 챙겨서 만들 정도로 인기가 좋았단다.

만들기도 쉽고, 아주 어린아이부터 누구나 즐겁게 연주할 수 있는 웃기는 소리 나는 악기.

아, 그런데 꼭 그렇지만은 않더라고.

장애인체육대회에 초대받아 카주 만들기 체험을 운영한 적이 있어.

한 젊은 여성분이 정말 정성스럽게 사포로 대나무를 다듬어서 예쁜 카주를 만들었거든. 어떻게 부느냐고 물어서 ‘뿌우’ 목소리를 내라고 알려주었더니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소리를 못 내시는 거야. 옆에 계셨던 도우미 선생님이 민망한 표정을 지으며

“이 분은 목소리를 못 내요.”

하시는 거야. 얼마나 당황스럽고 안타깝던지.

누구나 쉽게 연주할 수 있다고 했지만 정작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은 연주할 수가 없더구나. 생각지 못한 충격에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 여성분의 안타까운 모습이 잊히지가 않아. 카주 체험을 운영하면서 유일하게 슬펐던 순간이었어.

하여튼 카주는 독창적인 공작소만의 아이템으로 지금까지도 잘 활용하고 있어.

시간을 조금 넉넉하게 운영할 수 있는 꿈아이 수업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대나무 자르기부터 시작해.

대나무 숲으로 다 같이 가서 대표 선수 몇 명이 톱으로 대나무를 잘라. 아이들 키의 5~6배도 넘는 키 큰 대나무를 아이들이 산에서 끌고 내려오는 모습은 참 장관이었지.

공작소 앞에서 낫과 전지가위로 가지를 쳐내고, 너무 가늘거나 너무 굵은 부분을 잘라내고 나면 이제 악기를 만들 준비가 된 거야.

바이스에 대나무를 고정해서 아이들 마다 자신의 카주 재료를 톱으로 잘라. 선생님이 구멍을 뚫어주면 자리에 앉아 사포로 거친 부분을 곱게 다듬지. 대나무 속껍질을 벗기거나 그냥 비닐을 잘라 떨림판을 만들어 붙여. 대나무 속껍질은 소리는 좋지만 몇 번 연주하다 보면 터져 버려서 여러 개를 잘라 보물처럼 책갈피에 보관하곤 했지. 하지만 번거로워서 나중에는 비닐로만 떨림판을 만들게 되었어. 이제 보호뚜껑도 자르고 다듬어서 종이테이프로 고정시켜 줘. 마지막으로 목걸이끈을 끼워 매듭법으로 묶어서 목에 걸면 끝. 공작소표 대나무 카주 완성!

자, 이제부터 귀 아플 시간. 아이들은 30초 내로 부는 법을 터득해서 저마다 신나게 불어대기 시작해. 공작소 안은 떠나갈 듯 시끄럽지. 아이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하나씩 소환해서 같이 연주해 보기로 해. 신이 난 아이들은 춤까지 추면서 폴짝폴짝.

카주 만들기 수업이 끝나고 대나무가 많이 남았어. 대나무로 또 뭘 할까? 하니 아이들은 반지 만들기에 꽂혔어. 어느새 익숙해진 톱질로 대나무를 잘라 정성스레 사포로 다듬고 네임펜으로 하트도 그려 넣어 손가락에 끼우고는 흐뭇한 표정들. 또 동생 것도 만들고 엄마 드릴 것도 만들고.

공작소 바깥에 웃음꽃이 피었길래 내다보니 아이들을 인솔해 온 어머니들이 바닥에 퍼질러 앉아 가내수공업이 한창이야. 뭐 하시나 싶어 보았더니 가느다란 대나무 가지로 포크를 만들고 계셔. 가운데엔 이야기보따리가 한 무더기 쌓이고, 한쪽엔 가지런히 대나무 포크가 모이고. 모두들 한 살림 장만하셨지 하하.

아낌없이 주는 대나무로 대나무 잔치가 풍성했더란다.

#카주#대나무#악기#목소리#꿈꾸는아이들#꿈꾸는공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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