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2
11월 17일, D-45일
2025년 1월 1일 인천공항 출발. 한 달 반도 남지 않았다.
10월 27일에 비행기 표를 끊고 지금까지 진척된 건 파리에서 2일 차부터 3박 머무를 에어비앤비 숙소를 예약한 것. 도착하는 날은 밤 11시 파리 도착이라 공항 근처에 있는 숙소에서 쉬고 다음 날 밝을 때 파리 시내 숙소로 이동하기로 했다.
남편은 날마다 유튜브 영상을 검색하며 여행 중 둘러볼 곳을 찾고 있다. 가끔 같이 보기도 하고 곁에서 흘려듣기도 하며 나도 조금씩 여행에 물들고 있다.
생각하면 갑갑해지기도 하고 두려움이 생기기도 하다가, 괜찮을 것 같다, 의외로 아주 잘 보내고 올 것 같다 싶기도 하다. 걱정보다는 조금씩 준비해보자 싶어서 간단한 여행 프랑스어 몇 마디 프린트해서 파파고의 발음을 들으며 연습해 본다.
오랜만에 서울에서 내려온 딸이
“엄마, 그동안 가보고 싶거나 해보고 싶은 거 생긴 거 있어?”
하고 물었다.
눈을 들어 잠깐 생각해 보니 딱히 떠오르는 게 없다.
다만 생각 속 노출법으로 걱정되는 공간에 조금씩 익숙해지려고 하고 있을 뿐. 엘리베이터를 탈 일이 있을 때도 호흡을 가다듬으며
‘괜찮다......, 괜찮네.’
한다. 좀 더 많이 연습하면 좋겠지만 시골에서는 별로 그럴 기회가 없다.
깊이 숨 쉬어 본다. 한 번 더, 후우.
숨은 들이쉬는 것보다 길게 후우 내쉬는 게 더 중요하다고 한다. 천천히 내쉬고, 내 코끝으로 드나들고 있는 공기의 흐름에 집중하자.
오늘은 2차 회의 끝에 파리 다음 일정을 대략 잡고 첫날 쉴 숙소도 예약했다.
2015년 1월 1일부터 파리에서 4박,
5일째 그라나다로 이동해서 그라나다, 말라가 주변에서 5박.
10일째 바르셀로나로 이동, 바르셀로나 주변에서 5박.
15일째 귀국.
서양화를 전공했으면서도 현지에 직접 가서 좋아하는 화가들의 원화를 볼 기회를 갖지 못했던 남편은 기대에 차 있다. 여행에 대한 이야기는 딸의 눈빛을 반짝이게 한다.
나는?
가슴속에 부담감이 불쑥불쑥 올라오긴 하지만 조금씩 호기심도 생기고 있다.
며칠 전 건강검진 결과 고지혈증과 척추 골다공증 진단을 받았다. 남편도 이미 혈압약을 먹고 있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매우 높다. 유럽 여행 가면 하루에 이만 보, 삼만보씩 걸어 다닌다는데, 둘 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데 의견 일치를 보았다.
남편과 함께 아침 운동을 시작했다. 오늘로 3일째.
아침에 눈을 뜨니 아니나 다를까 게으른 생각이 3초간 떠올랐다. 먼지를 털 듯 게으른 생각을 툭툭 털어버리고 일어나 거실로 나왔다.
10분쯤 지나자
“굿모닝”
하면서 남편도 기척을 내었다.
아직 하얀 달이 서쪽 하늘에 동그랗게 떠 있는 활짝 갠 아침 공기 속을 둘이 함께 나섰다.
작심 3일을 넘겼으니 이제 한 달은 거뜬히 지속할 수 있겠지. 더 건강하고 튼튼해진 몸으로 여행을 잘할 수 있을 것이라 믿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