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너도 사랑해야지.” J가 가끔 하는 말이다.
J에게 장난을 치거나, 괘씸하게 굴 때마다, J는 포기한 듯한 표정으로 "에휴, 이런 너도 사랑해야지…(어우 괘씸해)" 하고 말한다.
어렸을 때는 싸이월드에서 백문백답이 유행했었다.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질문을 하고, 답을 찾아가는 수밖에 없는지 최근에 산 책은 <진짜 좋아하는 일을 찾는 나와의 워크숍>이라는 질문 툴키트로 이루어진 책이다. 그리고 자주 보는 유튜브는 질문과 답을 하며 진행되는 인터뷰 형식의 <요즘사>라는 채널이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 그리고 타인에게서 받는 질문을 통해 새로운 깨달음을 얻곤 한다. 질문과 답을 주고받는 그 과정에서 서로의 세상은 넓어진다.
어제 오피스에서 JW님과 W님과 함께 번아웃에 대한 인터뷰를 했다. 그 질문과 답, 대화를 하면서 나는 수많은 대상들과 나 스스로를 계속 비교하고, 자신의 부족함만을 떠올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부족한 부분을 채우면 또 다른 결핍이 떠오르고, 그 끝없는 욕망과 좌절 속에서 헤매고 있었다. 스스로에게 늘 엄격했다.
악순환이었다.
한 번 풀린 실타래처럼 안 좋은 생각들은 계속 이어진다.
지금까지 너무 좁은 세상과 획일화된 역량들만이 강조된 곳에서 ‘그곳에서의 멋진’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현실은 늘 그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그 괴리감 속에서 지쳤다.
그리고 ‘그곳’ 이 나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세상 전체에서 버림받을 거라고 생각했다. 스스로 그곳에 최적화되기 위해 애써왔고, 그것밖에 할 줄 아는 게 없을 테니까..
하지만 지금은 그저 하루하루 잘, 재밌게, 열심히, 내 모습으로 살아가면 되는 거라는 걸 알아가고 있다.
누구에게, 아니면 어떤 조직에서 멋져야 할 필요도, 대단해 보일 필요도, 다른 사람이 잘하는 것을 똑같이 잘해야 할 필요도 없었다.
여기 제주에서 내가 본 많은 사람들은 어디에 얽매이거나 스스로를 잃으면서까지 매달리지 않는 것 같다.
S의 표현을 빌리자면 ‘뭔가 제주도엔 다양한 사업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살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며 시간을 채우는 자유로운 사람들이 참 많아 보인다.‘라고 한 것처럼.
그리고 ‘이런 나도 사랑해야지.’ 아니, 이제는 ‘이런 나니까 사랑해야지.’
내가 찾고 싶었던 답은 이미 내 안에 있다. 그리고 JW님은 나보다 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H님은 이미 그 실마리를 알고 계신 거 같고, 잘 해내실 거예요."
번외 1.
오늘은 패션 브랜드 런칭을 위해 첫 단계를 시작했다. 제작 과정, 시장 조사, 브랜드 키워드, 무드, 스타일, 그리고 무드 보드를 뮤즈를 중심으로 리뷰했다. 하고픈 일을 신나게 하는 것들로 하루가 꽉꽉 채워지고 있는 것 같아서, 이런 경험들로 두려움을 이겨내게 된다.
영상
J가 보내준 영상.
Q. 안녕하세요. (중략) 저는 아직까지 누군가의 롤모델인 적은 없으니까.. 많은 기대를 받는 배우로 산다는 건 어떤 걸까 궁급합니다.
A. 전 정말 죄송한데, 전 신경 안 씁니다. '누군가의 롤모델이다.' '그 사람들에게 어떤 배우로서 우뚝 서 있는 모습을 보여 줘야겠다.' 전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그냥 제 일을 할 뿐이에요. 나만 잘하자. 진짜 농담이 아니라, 남을 의식하는 순간 비극이 오는 것 같아요. 허세가 들어가고. 내 일을 제가 열심히 하는 것뿐이에요.
노래
Earth, Wind & Fire - September (Official HD Video)(자막 켜고 들어야 제맛이에요)
제주에 온 지 딱 3주째인 9/21일이다.
서울에서 찾아와 지금 오피스에서 같이 글을 쓰고 있는 S가 준 노래를 첨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