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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예 Mar 03. 2023

한 시간(1 hour)의 두 얼굴

4%, 어쩌면 기적

엊그제 motivation이라는 앱을 깔았다. 명언 비스무레한 문장들을 주기적으로 띄우는 게 이 앱이 하는 일이다. 네이버 블로그를 할 때도 명언 위젯을 상단에 배치한 사람답게, 아이폰 잠금화면에도 명언을 띄우기로 했다. 물론 이런 문장들이 백이면 백 마음에 와닿는 건 아니다. 문장과 나 사이에도 ‘케미’란 게 있달까? 따지자면 낚시와도 같다. 잔챙이를 한 10마리 낚는다면 1마리 정도는 제법 실한 녀석을 낚는 원리다.


그렇게 하루에 몇 차례인가 잊을만하면 메시지가 떠오른다. 내 반응은 대개 시큰둥하다. 애당초 뭘 기대하고 깐 것도 아니긴 하지만. 간혹 좋은 문장을 만나면 ‘오!’하고 감탄하고 캡처하거나 적어서 남기고, 그렇지 않은 문장은 흘려보낸다. 쓰고 보니 흡사 회전초밥 같다. 맛보고 싶은 접시는 꺼내고 관심 없는 접시는 지나쳐 보내는…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그러다 오늘은 불쑥 한 시간에 대한 회초리 같은 문장이 떡하니 튀어나왔다. 운동을 땡땡이치고 카페에 앉아있는 나를 사찰한 듯한 저 문장. 도둑이 제 발을 이렇게 저린다. 과연 AI의 시대가 이미 도래했구나… 내가 숨어서(?) 커피 마시고 띵가띵가 노는 건 어떻게 알고…! 빅 브라더 어디에 있는 거야.


나는 후루룩 들이마신 커피 한 컵을 잠깐 쳐다도 보고, 꺼내두곤 엎어만 둔 책도 들여다 보고, 다시 꿈벅이며 주삿바늘처럼 따끔한 문장을 요모조모 읽어도 본다. 마지막 문장이 역시 압권이다. 와인의 코르크 마개처럼 내 입을 틀어막는다. 그것도 아주 단단히.

‘변명하지 마세요’라니. 너무 단호한 거 아니야? 이제 막 변명하려던 참이었는데!


그나저나 1시간이 고작 4%였다는 사실을 좀체 믿을 수가 없다. 그래서 계산기를 두드렸다. 1/24*100(%)=4.166(%)라고 하니, 4%가 맞긴 맞는데…

수능도 4%에만 들면 1등급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4%는 희소하고, 인터넷 쇼핑에서 4% 할인을 해 준다고 하면 ‘이게 무슨 할인이야, 할인도 아니네’하고 코웃음이 나올 만큼 4%는 작다고 여긴 반면 1시간은 결코 짧지만은 않다. 1시간이면 이런 글을 빠르게는 3편도 쓸 수 있는 것이다! 허세 한 번 부려봅니다…  이렇듯 내내 1시간은 긴 시간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4%에 불과하다는 게, 도통 이상하다. 아무래도 4%를 낮잡아 본 탓이다.


언젠가 바다가 썩지 않는 이유는 3%의 소금 때문이라는 말을 들었다. 작은 것은 잘 보이지 않아 간과하기가 쉽다. 그러나 얼핏 보기엔 사소한 것들이 실상은 큰 차이를 만든다. 명품은 큰 윤곽 보다도 작은 디테일에서 판가름 나듯이. 4%인 한 시간이 하루에 미치는 파장은 꽤 크고, 하루가 삶에 미치는 영향이야 두말할 것 없다. 그러니 지금 이렇게 느긋하게 커피나 마시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독촉하려는 것은 아니고.


거꾸로 생각하면 4%만 바꾸면 된다는 얘기도 되니까. 썩지 않기 위해 3%의 소금을 넣으면 되고 하루를 변화시키기 위해 한 시간을 움직이면 된다는 얘기도 된다. 어디까지나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 찾아보니 사해(死海)의 농도는 30%란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살아있는 것과 죽어있는 그 사이에서 어느 장단에 맞춰야 좋을는지.

나의 경우는 가만히 가슴에 손을 얹어본다. 내면의 소리이든, 양심이든, 이름이 뭔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그런 친구가 대체로 올바른 길잡이가 되기 때문이다.


오늘은 그 친구 왈, 하루에 한 시간은 되도록 운동하는 것이 좋긴 좋겠다고 타이른다. 끙. 괜히 뜨끔한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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