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예 May 01. 2023

변수의 상수 찾기

김영하 작가였나. 결혼에 관한 얘기를 하다 결혼이라는 것은 상대방에게 예측 가능한 존재가 되어주는 일이라는 말을 한 사람이. 나는 공감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세상엔 너무나 변수가 많으니까. 하나라도 제대로 된 상수를 두고 싶은 마음은 백번이고 천 번이고 납득이 가는 마음이라는 것을 안다. 방정식을 풀 때, 상수가 많아지면 풀기가 쉬워지니까. 쉬운 것을 갈구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잖아.


그러나 이것은 나라는 존재가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상수라는 믿음이 전제되었을 때 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하나 나는 이제 나조차도 나에게 변수였음을 퍼뜩 깨닫고야 말았다.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되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 변화무쌍한 삶의 방정식이 펼쳐지는 방식이었음을.


나 역시 나 스스로의 변수인 주제에 상수인 타인을 바라는 마음이라니. 그 마음을 두고 나약하다고 타박을 할 심산에서 글을 끼적이는 것은 결코 아니고, 다만, 타인이 내게 상수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보다는 내가 타인에게 상수가 될 수 있기를 바라기로 태도를 고쳐먹기로 결심했다고나 할까.


어차피 나는 나에게도 변수였고 마찬가지로 이 세상 그 무엇도 변수밖에 될 수 없겠지만, 그래도, 그럼에도 누군가에게 상수이고 싶은 마음을 간직하고 사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하늘과 땅과 같이 커다란 간극을 두고 있으므로. 변수가 가득한 세상 속에서 상수를 찾아 헤맬 게 아니라 나야말로 상수가 되겠다는 마음가짐. 나조차 나에게 변수인 주제에, 어쩌면 호기롭고 맹랑한 생각일지 모르지만. 이상향이란 어디까지나 도달할 수는 없되 가까워질 수 있는 어딘가에 위치하기 때문에 방향성만을 정할 수 있다 해도 큰 성과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변수의 세상 속에서 상수를 찾는 일. 기실 모든 것이 변수라는 것이야말로 지당한 상수임을 미처 알아채지 못할 때 해답과는 멀어지게 된다. 삶은 상수를 두고 변수의 정체를 밝혀내는 방정식보다는 다채로운 변수를 대입해서 번번이 다른 답을 내는 함수에 가까운 것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좀 이과 같았나. 엣헴.

매거진의 이전글 한 시간(1 hour)의 두 얼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