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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승 강경빈 Apr 14. 2020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

먹고 자고 싸고 놀고. 코코의 일이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고, 누굴 위해서 하는 일도 아니다. 하지만 나는 코코의 일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코코의 일은 나를 웃게 한다. 매일 같은 패턴이 반복되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날마다 새롭다.



코코의 일 - 잠 편

코코가 잠을 자는 자세는 크게 두 가지다. 웅크리고 자거나, 누워 자거나. 개의 조상은 늑대다. 동물은 배가 약점이다. 배를 보호하기 위해 웅크리고 잔다. 작은 기척에도 금방 깬다. 늑대 유전자가 남아있는 개들도 웅크려 자는 게 기본자세다. 개가 배를 보이며 누워 자는 건 안전감과 편안함을 느낀다는 뜻이다. 코코가 배를 보이며 잘 때면 편안함을 제공해 준 것만 같아 뿌듯하다. 귀여움은 덤이다.

공놀이 하다가 지쳐 잠든 강아지



코코의 일 - 놀이 편

누워서 스마트폰을 하다 보면 코코가 공을 물어와 내 앞에 툭 던져둔다. 공놀이를 하자는 뜻이다. 코코는 의사표현이 뚜렷하다. 코코가 물어온 공을 모른 채 하며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면 코로 내 손을 밀쳐낸다. 스마트폰 말고 자기한테 관심을 가지라는 뜻이다.


그렇게 시작되는 공놀이의 끝은 아무도 모른다. 나는 끝없이 공을 던지고 코코는 끝없이 공을 물어온다. 그야말로 공놀이 지옥이다. 산책하지 않은 날에 지옥문이 열릴 확률이 높다. 코코는 하루에 써야 되는 에너지가 정해져 있는 게 확실하다. 에너지를 다 써야 공놀이가 끝난다.

공 던지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강아지



코코의 일 - 밥 편

사료 한알을 물어서 던진다. 던지기를 몇 번 반복한다. 신나게 던지다 보면 사료가 냉장고 아래로 굴러들어간다. 처음에는 자기가 꺼내보겠다고 냉장고를 벅벅 긁는다. 사료가 나올 리 없다. 몇 차례 벅벅 긁다가 안 되겠으면 나를 쳐다본다. 나더러 꺼내 달라는 거다.


냉장고 밑에 들어간 사료 한 알은 꼭 먹어야 한다. 밥그릇에 사료가 수북이 쌓여있어도 던진 사료를 먹지  못하면 밥그릇은 거들떠도 안 본다. 내가 사료를 꺼내 주면, 그 한 알을 먹은 후 나머지 밥그릇의 사료를 비우기 시작한다.


맨손으로는 냉장고 밑에 들어간 사료를 꺼내지 못한다. 도구를 사용해야 한다. 도구의 조건은 냉장고 밑을 훑을 만큼 얇고 길어야 한다. 처음에는 자를 사용했다. 자가 편하기는 한데 항상 휴대하는 아이템은 아니라 불편했다. 자와 비슷하면서 항상 휴대할 수 있는 도구가 필요했다. 정답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누군가 내게 갤럭시 노트를 사용해서 가장 좋은 점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냉장고 밑에 들어간 사료를 꺼낼 수 있다  


노트 펜은 사료를 꺼내기에 최적화된 도구다



코코의 일 - 응가 편

코코는 똥을 싼 후 온 집안을 뛰어다니며 쾌변의 기쁨을 온몸으로 표현한다. 발걸음만 봐도 똥을 쌌는지 오줌을 쌌는지 알 수 있다. 코코 화장실은 작은방에 있다. 코코가 작은방에서 종종걸음으로 걸어 나오면 오줌을 싼 것이고 똥꼬 발랄하게 뛰어나오면 똥을 싼 거다. 종종걸음도 발랄하게 뛰어나오는 모습도 귀엽다.



일상의 소중함

우리 부부는 베트남으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그곳에서 하루에 40만 원쯤 하는 풀빌라에 묵었는데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면 잔고가 부족한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만큼 행복한 ‘며칠’이었다. 풀빌라가 좋은 건 알겠다만 이제는 손 떨려서 못 간다. 통장잔고는 작고 소중하다.


첫 번째 결혼기념일은 가평의 한 펜션에서 보냈다. 반려견 동반 펜션이었다. 코코와 함께한 여행에서 우리는 완벽한 하루를 보냈다. 행복은 특정한 감정상태가 아니다. 기분을 좋게 만드는 다양한 감정 모두 행복이다. 소소하더라도 기분 좋다면 그것이 행복이다. 특별하지는 않지만 미소 짓게 되는 하루, 내가 코코의 일에서 에너지를 얻는 이유다.


뒤통수마저 귀여운 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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