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우울증에 시달린다고 표현한 어떤 여성이 저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아무 이유 없이 가슴이 답답하고 불안감을 느끼고 무기력함도 동반된다고 합니다. 그것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무척 힘들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그다음 질문은 전문적인 내용을 통해서 왜 이런지 좀 알려달라거나 혹은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달라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녀는 항우울제를 복용하고 있었습니다. 복용하면 잠시 괜찮았지만 복용하지 않으면 답답함과 불안감에 시달렸습니다. 그래도 병 자체가 삶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습니다. 그녀는 불편감만을 호소했습니다. 몸 아픈 것 말고는 딱히 문제도 없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갑자기 이야기가 연애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하니 그녀는 자신의 외로움을 이야기했습니다. 조금 괜찮은 사람이 있다면 당장에 만나서 연애하고 싶다고요. 나는 그것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이야기해주었습니다만....
프로이트의 사례 중 특이한 것이 있습니다. 불안 신경증에 시달리는 부인의 사례입니다. 불안 신경증에 시달리는 상황이 굉장히 교묘했습니다. 남편이 집에 있을 대는 불안해서 어쩔 줄을 몰랐는데 남편이 외지 출장만 나가면 불안증이 사라지는 겁니다. 불안이 어떤 식으로 일어나는지 프로이트는 그 부인과 남편의 부부생활을 통해서 추론을 하죠.
그 부인이 임신을 하고 있을 때는 불안신경증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출산하고 좀 지나면 다시 불안신경증이 시작이 되었고요. 남편이 잠자리를 거의 하려 하지 않았던 겁니다. 융의 아내도 이런 고생을 했죠. 엠마와 임신할 때를 제외하곤 같이 잠자리에 들지 않았으니까요.
그 부인의 불안 신경증은 남편이 같이 잠자리를 해주길 바라는 기대감에서부터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요즘이야 이런 게 흠은 되지 않겠지만 프로이트 당시에는 조금 드러내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했죠. 그래서 히스테리 문제가 굉장히 심각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담을 조금 한다면 정신분석이 태동하던 때에 분석가가 내담자의 성관계를 집요하게 추적했다는 비판을 접할 수 있습니다. 성의 문제가 불안과 직접적인 관련성을 가지기 때문이지요. 신체의 쇠약과도 관련이 지어집니다. 특히나 불안증 문제에서는 심리적 원인이 없이 이러한 신체적 원인만으로도 심리적 증상이 발생합니다. 이렇게 본다면 대화하던 여성은 우울증이 아닐 가능성이 더 높을 겁니다.
그녀와 대화로 돌아가 보죠. 저는 그녀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왜 약을 드세요?
우울증 때문에요
무엇 때문에 우울하신가요?
모르겠어요.
혹시 우울증이 심해질 때 주변에서 커플들이 생기지 않았나요?
많이 생겼어요
우울증 약을 끊고도 괜찮을 때는 주변에 커플이 생기는 일은 없었을 것 같아요
맞아요.
그녀는 저에게 우울증 약물이 별로 효과가 없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삶에서 만족을 누릴 수 있다면 그녀에게 약물은 불필요할 겁니다. 물론 젊은 여성이 연애할 기회가 있고 좋아한다고 고백해오는 남자들도 있을 수 있죠. 자연스러운 것이니까요. 차라리 남자 친구를 만나볼 것을 권했습니다. 그녀 역시도 괜찮은 사람이 다가와서 연애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약을 끊어도 상관이 없을 겁니다.
얼마 후, 그녀와 다시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연애를 하고 싶다던 소망은 온데간데없고 항우울제만 먹고 있었습니다. 연애하는데 실패한 걸까요? 그렇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다만 그 사람이 연애하는 것을 바라지 않았겠지요.
그녀는 신경증적으로 자신의 문제를 다루고 있었던 겁니다. 신경증은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것을 방해하고 고립시키죠. 병이 발달하기 가장 좋은 상황을 만드는 겁니다. 사랑을 하게 되면 신경증은 전반적으로 많이 좋아지게 됩니다. 그러나 신경증 상태에서는 다른 사람을 주변에 두지 않는 것으로 자기 자신을 사랑합니다.
그렇게 그녀는 연애의 기회를 버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에 몰두했습니다. 조금 격하게 이야기한다면 낫고 싶지 않은 겁니다. 신경증 자체는 연애하고 싶은 마음과도 비슷합니다. 하고 싶으면 하는데 하기 싫으면 안 하는 것이죠. 낫고 싶으면 낫지만 낫기 싫으면 안 낫습니다.
신경증이란 우리의 자아와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