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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미레짱 Aug 23. 2020

세상을 향해 엄마부터 즐겨야지. (1)

역할 놀이극? 상담놀이.모델놀이, 교육놀이, 엄마놀이.


 살림하고 일정 맞추는 조용함 속에서  여느 날과 다를바 없는 마음이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기다리는 전화가 있어 진동벨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는데.  갤럭시 s20 너머로 뜻밖의 목소리가 들렸다. 근 5년간 가뭄에 콩나듣이 들을까 말까 한 업무적이 목소리. 아, 이 안정적이고 익숙함 목소리.


 SNS활동이나 베페 이벤트 활동 영향일까? SDA엔터테인먼트라는 역상동에 위치한 스타트업 모델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경계심이 들끓고 말 한마디 한마디를 귀 기울였다. 1차 통화가 끝났다. 홈페이지, 구글링으로 회사 정보와 평판을 검색했다. 걱정이 들고 가슴이 조이듯 두근거렸지만. 조용한 육아 일상이 세차게 일렁일 정도의 신선한 바람이었다. 답답하고 좁은 육아 세계가 넓어질지도 모른다는 가벼운 희망감이 들었다.     



할 수 있는 육아로 주관 있게 진행하기


한동안 열리지 않았고 생각도 하지 못한 코엑스를 갈 일이 생겼다. 국제 유아교육전이 열렸다.  인성교구 호비가 다 끝나가고 한솔 핀덴, 프뢰벨 중 결정하려했다. 대중적인 웅진 싱크빅이나 잉글리시에그는 물론이고 매 해년 갱신되는 교구들 사이에서 끝없이 헤매던 나날들. 좋은 책이 꼭 나에게 맞는 건 아니고, 유행에 지난 게 나쁜 건 아니고, 아이가 어떤 걸 좋아할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체온 체크와 소독활동으로 벽이 느껴지고 정신없던 입장이었지만 입장 후 눈 돌아가기가 바빴다.


사전에 커피샾과 행사들을 확인하긴 했지만 보고 싶은 것 알아봐야 하는 것 사이에서 한참을 우왕좌왕하며 아이 없는 틈을 타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가운데 박스 블록을 에둘러 위치한 샾에는 아이 떡 뻥이나 동결 과일 간식부터 아토 로션, 변색 욕조까지 머릿속은 페어행사, 육아베템,신상 해외 도서들에 둘러쌓여 시간 흐름이 빠르게 지나가고 머리가 어지러워지고 있었다. 눈치챈 신랑이 일단을 프뢰벨 상담 먼저 하자고 끌었다. 이전 베페에서 봤던 아람 북스의 수과학책이 옛날처럼 딱딱하고 올드하지 않아서 혹하던 찰나에 프뢰벨 담당자와 눈이 딱 마주쳤다.   


165cm는 가뿐히 돼 보이는 키에 마르지도 통통하지도 않은 채격, 과하지 않은 미소를 띤 채 베이직 전집 토털 시스템을 보고 있는 나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보고 있는 거 있으세요?"여느 상담원처럼 당장에 잡아 끌 것처럼 공격적인 말투는 아니었다. "아니요 저희가 볼게요" 내 성격을 아는 신랑이 과한 영업을 막아주었다. "아~ 책 구성이나 교구 관련해서 궁금하신 부분이 있으시면 풀어드리려고요~일로 편하게 보세요~"적당히 맞출 줄 아는 이 멘트. 마음의 벽이 약간 편해졌다. 뭘까? 일전에 이뤄졌던 불편한 상담들보다 편하게 알아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리에 앉자 조곤조곤 쏟아져 나오는 나의 질문에 약간의 버거운 느낌이 있긴 했지만 돌리지 않고 하나하나 확인하고 답해주었다.


베이직, 프리미엄, 퍼펙트의 구성 차이, 수과학책 단품 구매 유무, 영사님의 교육 진행방식과 장기 방문 조절 유무, 은물 준은물 활용방법, 해당 개월 수와 종료 날짜. 일시 정시와 재구독 방법, 무엇보다 책의 구성과 내용 진행이 어찌 되는지, 코로나로 인한 건지, 토털 구축을 위한 리뉴얼인지 알 수 없는 홈페이지 폐쇄로 어떻게 소통되고 있으면 교사들 영업활동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지, 교구와 관련된 내용을 확인하다 보니 결제와 사은품에 대한 부분을 자연히 들을 수 있었다. 24개월 토탈로 4살 아이에게는 약간 늦은 감이 있지만 선생님과 친분을 쌓고 진행하기 위해 쉬운 내용부터 정하는 게 나쁠 것 같지 않았다. 사전에 결제되는 예약금과 매달 결제되는 교구의 가격과 더불어 20~30분 교육 시간에 따라 6~9만 원 정도의 교육비가 선생님에게 따로 지불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토탈을 구매할 생각이 있었지만 단품에도 관심이 있음을 눈치채 무리하게 토털만을 고집하지 않고 그저 신속하게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베페로 날아갈 것 같은 정신을 잡고 차례차례 다 짚어 주는 상담자의 대응에 고른 숨소리로 돌아갔다. 사은품으로 피터래빗 전집이나 교구장 등을 뜸 임 없이 미리미리 얘기해주고 계약서에 옵션사항을 명시하고나니 비로소 시원하게 상담을 마치고 계약한 느낌이 들었다. 이제껏 교구나 육아 관련 상담받으며  답답하고 회의감이 들었었다. 나의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고 다른 얘기만 계속할 때, 질문한 부분을 풀어주지 못해 도리어 짜증 내거나 이리저리 말을 돌리고 넘어가려는 상황에서 느낀 먹먹함을 통째로 보상맏은 기분이었다.


비단 타인에게서 뿐만 아니라 가족관계에서도 그랬다. 나의 질문에 당황하지않고 그에 상응하는 답변이 준비된듯 자연히 돌아오는 대화는 명쾌하고 시원했다. 찝찝함 없이 눈을 마주보고 끝까지 가는 과정에서 희열감, 만족감, 안정감까지 생겨야 앉을 마음이 드는 건 사람이라서일까? 여자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


세상을 집으로 끌어들여



sda 엔터테인먼트에서 1주일 만에 연락이 왔다. 꽤 늦어서 프로필 사진 폐기에 대해 안 그래도 연락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학원형 스튜디오와 에이젼시형 스튜디오의 중간단계이며 수수료나 활동 내용에 대해서 간단하게 이야기가 오고 갔다. 간단한 테스팅 후 프로필 사진을 찍고 활동 여부와 계약사항 상세 내용 상담을 위해 방문 일정을 정하기로 했다. 심호흡을 크게 하고 신랑과 통화를 했다. 약간은 당황해하고 재밌어하며 웃는 반응. 간만에 기분이 업되는 일이기도 하여 망설임이 느껴졌는데 아이의 안전걱정과 불안감이 있는 듯했다.


서칭해서 알아본 홈페이지 주소와 평판을 알려주고 가볍게 강남 나들이를 간다는 기분으로 생각하는 건 어떠냐고 알려주었다. 다시 주임 여사무원과 통화. 일자와 시간 준비사항을 물어보니 간단한 자기소개를 할 수 있고 이쁘게 하고 오면 된다 했다. 다시 신랑과의 통화가 기다리고 있었다. 지인 중에 학원 강사가 있어 알아보았다고. 학부모의 권유로 프로필 사진 정도까지 찍었는데 소극적인 아이들의 사회성을 길러주기 위해서 옛날의 태권도 학원처럼 한두 번씩 하기는 하는데 프로필 사진이나, 활동에 비용이 들어 어느 정도는 제한하는 것이 좋다며. 함께 기뻐하고 즐거워하지 못해서 서운함이 들었지만 혼자서 부족한 정보로 불안할 걸 생각하니 새삼 안심이 되었다. 그렇게 아이와 첫 강남 나들이, 사회생활 맛보기 일정이 잡혔다.


모델 촬영 약속을 마치자마자 한통의 전화가 또 걸려왔다. 뢰벨 담당자들의 방문 전화였다. 사전에 본품 책들은 발송받았다. 사은품과 오디오북, 교구 책장, usb와 같은 세세한 것들을 직접 방문해서 전달한다고 일정을 잡은 상태였다. 들뜬 기분에 다시 이벤트가 일어나니 둥 떠있는 기분과 긴장되는 마음에 어찌 가눌 줄 모른 채 손님들을 맞이했다.


오자마자 빠르게 책장과 교구를 배치하고 은물상은 주름과 금이 있어 차후 담당 국장이 다시 들고 온다 했다. 반사적으로 차와 간식을 준비하며 아이가 깰세라 조용 조용히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눴다. 혹시 빠트리거나 의사전달이 잘못되는 게 있을까 정신을 꽉 잡으려 애썼다. 희한하게도 이런 날은 꼭 무언가 빠지게 되어 후회하거나 불쾌감이 들아 기분이 처지곤 했다.


이건 무슨 상황일까? 아이와 읽고 싶은 이야기책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는 지도 관련 그림과 교구가 내 마음을 쏙 빼놓은 것처럼 눈앞에 놓여있다. 사은품 책장 자리와 책을 배치하고 진열하는데 직원들의 생각은 있돼 엄마의 의견을 배제하지 않았다. 프뢰벨의 교육이념을 너무 허세스럽게 자랑하지도, 엄마에게 과한 책임을 부여하지도 않는 배려 어린 어투로. 피터래뱃 책과 논어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안내한 후 은물과 애플리케이션 설치, 동영상 usb를 넘겨주곤  '엄마가 이뻐서 다해주는 거예요~"라는 말도 불편하지 않았다. 조금만 과하거나 강요가 있다면 '삐끗'할텐데 이 분들은 어쩜 이렇게 경계선을 넘지 않으며 할 말을 조곤조곤하는 걸까? 이래서 엄마들이 사교육에 빠져드는가 싶었다.


차차 영업실장, 관리 국장, 책 코디네이터, 교육 교사까지 각각 따로 구성되어 있다는 전화를 받으며 조직도가 그려져갔다. 배치돼 있는 직책? 직무에 맞게 이야기하고 활동하는 부분을 보니 한결 안심이 되면서, 한껏 빠져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걱정이 들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왜? 인터넷/모바일 상담이나 스마트한 사은품으로 마음을 뺏고 교육체계와 사람과의 관계란 1도 신경 안 쓰는 '요즘 스타일'이 묘하게 손이 가지 않았다. 불안정하고 방치에  가까운 자발적 유지관리 시스템은 아쉬움의 연속이었기 때문이었을까? '아'라고 말하기도전에 '아'라고 듣고 기대에 부응한 상호작용이 좋아서였을까? 조그만 것도 놓치지 않고 꼼꼼히 챙겨주었기 때문이었을까?


호텔 뷔페 100일 파티를 준비했을 때처럼 톱니바퀴가 딱딱 맞아 돌아가는 느낌에 '육아 효능감이  1단계 올라갔습니다.' 라고 패널창이 뜨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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