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실패, 두려움 극복기 (1)
<내향 육아> 이연진 지음 위즈덤하우스
어느 날 나처럼 많이 지쳐있는 사람이라면 잠시 생각해봐야 한다. ‘육아’ 자체가 힘든 것인지, 긴장과 초조에 사로잡힌 내 마음 때문에 힘든 것인지. 내향인은 무엇보다도 가볍고 편안 난 마음을 가꾸는데 집중해야 한다. 수능 날 답을 밀려 쓴 나, 파김치 엄마였던 나는 아무 잘못이 없다. 그걸 몰랐을 뿐.
아이를 키우며 매일 시험대 위에 올라선 느낌이었다. 특히 시어른들 오시는 날, 영유아 검진 날, 동네 엄마들 만나는 날이면 수능 날 아침처럼 몸과 마음이 뻣뻣하게 굳어졌다. 모두가 자신을 채찍질하며 뛰어갈 때, 몇몇은 그마저도 웃으면서 할 때, 나는 길을 잃은 심정이었다.
언젠가 한 아이돌 그룹이 무대에 오르며 ‘놀자’라 외치던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들은 큰 무대에 오른다고 생각하면 공연을 망쳐서 놀고 온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무대에 선다고 했다. 그러면 결과가 훨씬 만족으러웠다고. 인상적이었다. 육아하는 이에게도 그런 마음가짐이 필요하지 않을까? 마음이 자꾸 작아지거나 바스락거린다면, 조금 느슨해져야 할 때다. 더 힘내자고, 더 잘하자고 다짐하는 그 지점에서 일단 한번 멈춰보는 것이다. 그렇게 마음이 말 같게 개어오면 외치는 거다 “아가야, 놀자!”
1년 전, 아이의 유치원 입학을 앞두곤 잠을 설쳤던 기억이 난다. 새로운 풍경 앞에 설 때면 으레 그렇듯 긴장되고 두려웠다. 아이가 친구들과 잘 지낼지. 크고 작은 어려움은 어따ᅠ갛게 극복해 낼지. 아이를 믿는 대신 의심했고 의심해씨 때문에 걱정했다. 유치원 생활에 대한 책들을 열심히 찾아 읽히고, ‘이럴 땐 이렇게, 저럴 땐 저렇게’바지런히 조언했다. “친구랑 잘 지냈어?”“오늘 잘했어?” 떨리는 마음으로 묻고 또 물었다. ‘엄마가 이만큼 신경 쓴다’는 걸 보여주면 아이가 안심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엄마의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을 지켜보던 아이는 동요했다. 엄마의 걱정 어린 질문과 충고는 새 출발을 하는 아이에겐 짐이 될 뿐니었다. 다가오지도 않을 일들을 걱정하느라 미리 지치는 일도 줄었다. 걱정과 염려의 때를 아이에게 옮기지 말자, 매일 다짐한다. 잔잔한 마음이란 얼마나 값진다, 아이를 키우며 깨닫는다.
두려움 따위, 내 스타일로 가볍게 날리는 건 어때?
100일 잔치 따위, 호텔 100일 파티로 바꿔 버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