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 놀이극? 상담 놀이. 모델놀이, 교육놀이, 엄마놀이
<마당을 나온 암탉> 황선미 지음. 윤예지 그림/사계절 출판사
"가족이라고? 나는 아기를 줄 생각이 없는걸." "뭐라고? 그러면 어쩌겠다는 거야? 넌 암탉 인네." "난 엄마야. 아기 날개를 자를 텐데 마당으로 보낼 것 같아?" "그것 때문에 도망쳤어? 겁낼 것 없어. 조금도 아프지 않아. 따끔한 정도 하고. 어쩌면 아픈 것도 모를걸. 날아갈까 봐 그러는 거야." (중략) "뽀얀 오리랑 짝이 됐어도 족제비에게 또 당하고 말았지. 그게 다 야생 오리 습관을 못 버려서 생긴 일이야. 헛간에서 알을 품도록 했다면 뽀얀 오리도 죽지 않고 지금까지 무리 속에 있었겠지. 하기는 뭐, 그랬다면 주인이 꺼내 가서 알을 품을 수도 없었겠지만!" 우두머리가 한숨을 쉬었다. 마지막 날 밤이 불현듯 떠올라서 잎싹은 진저리를 쳤다. '나그네, 이제야 네 마을을 알겠어. 우리는 같은 소망을 가졌던 거야. 좀 더 일찍 이 모든 사실을 알았더라면...' '사실을 알았더라도 나는 거절하지 않았을 거야. 알을 품는 동안 내가 얼마나 행복했는지 아무도 모를걸.'-106p
잎싹은 구덩이에서 나와 갈대밭을 내려다보았다. 떠나기에는 아까운 보금자리였다. 그러나 헛간처럼 그곳도 영원히 머물 곳은 아니었다.'나는 떠돌이야. 떠돌이한테 보금자리가 있을리 없지.'쓸쓸했다. 철망에 갇혀 사는 것도 싫었고, 그렇게 바라던 마당에 머물 수도 없었다. 갈대밭의 보금자리도 버려야 했다. 오늘 밤이 지나면 또 떠나야 한다. '왜 이렇게 사는지 모르겠어. 소망을 간직했기 때문일까. 그래도 마당을 나온 건 잘한 일이야. 철망은 말할 것도 없고.' - 119p
난다는 것은 멋진 일이었다. 족제비를 겁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 말고도 좋은 점이 얼마든지 있었다. 넓은 저수지의 끝에서 끝까지 금방 다녀올 수 있고, 갈대숲을 위에서 둘러보고 좋은 잠자리를 가려낼 수도 있었다. 닭은 흙만 뒤지고 사는데 야생오리는 달랐다. 땅과 물, 하늘까지 제 세상이었다. 초록머리를 보고 있으면 쓸쓸하면서도 부러웠다. 초록머리는 분명 자신의 자식이지만, 또한 야생 오리라는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닭은 날개를 포기해 버렸어. 어째서 볏을 가진 족속이라는 것만 기억했을까? 볏이 사냥꾼을 물리쳐 주는 것도 아닌데.' 초록머리는 잎싹의 쓸쓸함에 대해 알지 못했다. 초록머리는 초록머리대로 쓸쓸했다. 꼬꼬 거릴 수도 없는데 암탉을 따르고, 닮은 데가 많은 집오리들에게는 업신여김을 당하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이제 초록머리를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가까이 다가가는 것조차 꺼렸다. 무리가 없는 외톨이끼리 몸을 맞대고 잠들 수 있는 잠은 그나마 행복했다. 초록머리가 잡아 온 물고리로 배를 채우고 잠들 때마다 잎싹은 청둥오리를 생각했다. 초록머리의 기름진 깃털이 달빛에 빛날 때는 청둥오리가 더욱 생각났다. -135p
"내 또래는 잘 때 어른들 안쪽에서 자. 하지만 나는 파수꾼보다 밖에서 자야만 해. 다 같이 날 때도 어디에 있어야 할지 모르겠어. 어른 옆에 있으면 버르장머리 없다고 꾸중하고, 뒤에 있으면 흉을 봐." 잎싹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초록머리의 푸념을 들어주었다. "나는 어디서나 외톨이야. 꼭 이렇게 살아야 할까? 이제는 노력하고 싶지 않아. 엄마랑 있을 때가 행복하다는 걸 알았어. 그래서 다시 왔어, 엄마." 야윈 몸을 보면 초록머리가 힘들게 지낸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바람을 일으키는 날개를 보면서 잎싹은 이제 초록머리에게서 야생 오리 티가 제법 나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어린애처럼 볼멘소리를 해도 묵묵히 듣기만 했다. 초록머리가 먼저 바위굴로 들어갔다. 기다란 끈을 끌면서. - 165p
잎싹은 물고기를 쪼아 먹었다. 초록머리가 없다면 도저히 한겨울에 맛볼 수 없는 훌륭한 먹이었다. "잘 먹었어. 맛있구나." 초록머리가 활짝 웃었다. 잎싹도 미소를 지었지만 마음은 울적했다. "을 잘라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 그런데 발목의 끈은 어쩔 수 없어. 그건 내 아기라는 정표로 그냥 두자. 나그네들 속에서 너를 알아볼 수 있게." "엄마, 내가 떠나길 바라?" 잎싹은 초록머리의 눈을 들여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가야지. 네 족속을 따라가서 다른 세상에 뭐가 있는지 봐야 하지 않겠니? 내가 만약 날 수 있다면 절대로 여기에 머물지 않을 거다. 아가야."가, 너를 못보고 어떻게 살지 모르겠다만, 떠나는 게 옳아. 가서 파수꾼이 되렴. 아무도 너만큼 귀가 밝지 못할 거야""나는 괜찮아. 아주 많은 걸 기억하고 있어서 외롭지 않을 거다."-170p
세상 밖으로 다 같이 나가기
알고 있는 방법으로
주관을 담은 외부활동으로
생각을 담은 목소리를 당당히 내자.
그에 상응하는 타인과의 교류활동이
세상을 믿고 나아가게 한다.
어깨의 힘을 좀 더 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