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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미레짱 Nov 26. 2020

인테리어 소음 스트레스? 썩지 말고 호텔 가.

아이들과 나. 우리들만 있는 세상.

유난히 머리가 맑고 깨끗한 아침.

바스락한 이불의 푸근함, 공기의 온도와 습도가 산뜻하게 느껴진다.

찐 적 거리지 않는 장판에 닿은 발바닥.

빨래는 판판하게 마르고

새벽 동안 차게 식었다 따뜻해진

거실로 나온다.

이 오감을 느낄 수 있는 일상이 좋다.


심플한 몸채의 발뮤다는 보기보다 친해지는데

시간과 관심이 필요했다.

기화식가습기로 이중 분사돼서

물안개는 보이지 않는다.

본체와 덮개의 이음새는 금속으로 딱 맞지 않으면

어김없이 에러 소리를 낸다.

그래도 자동센서로 습도 조절하고

세척은 통세척인 속은 편하고 넓은 아이.

물건의 구조에는 이유가 있어

세심히 관찰하고 관리해줄수록 오래같이 할 수 있다.


수분감이 높고 흡수율이 좋은 로고나 알로에겔.

호호바씨 오일 성분의 함량이 높고

글리세린 등의 화학재료와 조합 비율이

피부 타입과 딱 맞아야 얼굴빛을 환하게 해 준다.

크림 타입 아이라이너는 잘 발리지만 금세 닳고 부러진다.

아모레 화장품은 유분이 겉돈다.

싸이닉 같은 부가 성분이 없는 기초화장품이

알레르기 유발 와 피부가 예민해지는 걸 막아준다.

일일이 확인할 수 없으니 각 분야의 대중적이거나

엄마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를 사용해본다.

찾아가며 사용하면 심한 피부병을 막을 수 있다.


밖을 향해 오그라드는 육아의 발걸음.

차곡차곡 쌓인 지식, 정보는

흔들림을 줄여준다.

세상에는 모르는 것이 존재해서

흥미로우면서 두렵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차분히 알아가며 기억하면 비로소 나를 믿고 사랑하게 된다.



<글 잘 쓰는 법, 그딴 건 없지만> 다나가 히로노부 지음. 박정임 옮김/ 인플루엔셜 출판사

"저는 그냥 제가 즐거워서 쓰는데요?"

지나치게 열의가 가득한 편지와는 다른 다이아몬드 출판사의 곤노 료스케라는 사람의 메일 중.

물론 거짓말을 해야만 하는 상황은 있습니다. 거짓말을 하는 관계는 여유가 있는 관계라고 생각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작은 거짓말을 쌓아가다가 자신의 거짓말에 무감각해지면 상대방과 마음이 통하지 않게 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먼저 '글 속의 거짓말'이라 무엇이며 그 폐해는 무엇인지에 대해 다나카 씨의 언어로 써보면 좋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 상대방이 거짓말을 하는지 안 하는지 즉 신용할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 방법을 익혀서'전달되는 문장'을 쓸 수 있게 된다. 이런 책을 저와 함께 만들어보실 순 없을까요.-30p

수필: 사상과 심상이 교차하는 곳에 생긴 문장. 사상은 결국 자신이 보고 들은 것, 알게 된 것이다. 세상의 모든 물체, 사건 사람은 '사상'이다. 그 사상을 접하고 마음이 움직여서 쓰고 싶은 기분이 생겨나는 그것이 '심상'이다. 이 두 가지가 갖춰졌을 때 비로소 에세이가 써진다. 사람은 사상을 보거나 듣고 그것에 대해 느끼고 생각한 것을, 쓰고 싶어 하고 또한 읽고 싶어 한다. "생각나는 대로 붓에 맡겨 쓸 수만 있다면 얼마나 편할까?"-47p

맞는 말이다. 읽는 사람을 상정하고 쓰지 않아도 된다. 그 글을 처음으로 읽는 사람은 분명히 자신이다. 그런 나 자신을 납득시킬 수 있다면 충분하다. 내가 읽어서 재미없다면 쓰는 것 자체가 헛된 일이다. -87p

이런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을 최대한 완곡하게 표현하면 '재미없는 사람'이다. 재미없는 사람이란 무엇인가. 바로 자신의 내면을 말하는 사람이다. (중략)이 사람들은 자신의 내면을 상대방이 무조건 수용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점에서 유아적이다. (중략) 에세이란 결국 심상을 기술하는 저술 형식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항상 사람의 외부에 있는 사실을 제시 헤서 흥미를 끌지 않으면 안 된다. 심삼을 말할 때는 반드시 사상이 어느 정도는 전제되어야 한다.-127p

글을 쓴다는 것은 세상을 좁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글을 쓴다는 것은 일단 자신을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접한 사상은 당신만 알고 있다. 당신이 품은 심상은 당신만이 기억한다. 당신은 세상 어딘가에 작은 구멍을 뚫듯이, 작은 깃발을 세우듯이, 쓰면 된다. 그러면 언젠가 누군가가 그곳을 지나간다. 그 작은 무언가가 결과적으로는 당신의 세상을 넓혀준다. -188p

우리가 인간에 대한 존경과 애정과 공감을 마음에 새기는 것은 각자의 고독 속에 있을 때다. 글을 쓰는 것, 그리고 읽는 것은 서로의 고독을 이해하고, 단 한 번뿐인 인생에서 세상에 대한 존경과 애정과 공감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일이다. 읽고 싶은 글을 쓰면 된다.-205p


 편하게 글을 쓰면, 내 말만 하는 두서없는 글이 된다. 지저분하고 맥락 없어진다. 정보와 지식, 세세한 단어를 잔뜩 담으면 영혼 없게 된다. 효용 있지만 차갑고 딱딱한 글이 된다. 여백이 없다. 갑갑하다. 답답해진다. 읽고 싶지 않은 글이 탄생한다. '마음을 담아 편하고 솔직하면서 섬세하고 예쁜 글을 쓰고 싶다.' 적당한 정보와 지식을 추출해서 몇 가지만 담는다. 한 번에 할 수 없다. 구상을 하고 퇴고를 해야 한다. 시간이 걸린다. 여러 번 다듬고 고친 글은 최초의 마음이 사라진다. '사상과 심상을 담아 진정성 있는 재미있는 글을 쓰고 싶다.' 짧은 시간 머리에 온갖 생각이 떠돈다. 그중에 괜찮은 말을 끄짚어낸다. 점점 말을, 글을 가리게 된다. 시간이 길어지고 어려워진다. 입술이 바싹바싹 마르고 눈이 자꾸 감긴다. 글을 잡는 손끝이 점점 무거워진다.... 아, 정도를 아는 글쓴이는 어떻게 해야 될 수 있을까?


예측 불가한 사고도, 엄마가 바꿀 수 있어.


윗집의 대대적인 인테리어 공사로 지진 정도의 소음으로 아이가 경기를 일으켰다. 혼자가 아니라 외면할 수도, 싸울 수도 없었다. 동의도 없이 한 달여간 진행될 일정이었다. 분노와 짜증으로 이어지는 공황 상황을 탈피하고자 캐리어에 짐을 쌓았다. 일단 집 앞 호텔을 향했고, 몇 번의 통화 끝에 2박 3일간의 호텔로의 도피? 피신을 택했다.



몇 년 만에 찾은 메리어트 호텔은 흐르는 공기와 시설이 주는 느낌이 바뀌어 있었다. 외형과 부대시설 등의 보습만 그럴싸하게 꾸며진 곳이 아니었다. 이제는 5성급 호텔이라는 등급이 의아하지 않았다.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응대, 컨시어지의 능숙한 상담은 로비에 발을 놓자마자 공기가 바뀜을 느낄 수 있었다.  인스타 이벤트 같은 소소한 재미로 생기었다. 스위트동에 는 어느새 활성화된 실내수영장과 키즈클럽이 자리 잡혀있었고, 골프동은 여전히 비즈니스 관련 인기척이 흐르고 있었다. 산책로에는 색다른 나무들과 숨겨져 있는 텃밭 산책로가 귀엽게 숨겨져 있었다.  아늑하고 평온한 공기가 흐르는 로비를 나오니 야외 잔디밭 쪽으로 주식 임시총회 모임의 심각한 분위기의 바로 옆쪽으로 아이와 내가 이방인처럼 걷고 있었다. 같은 공간 속 전혀 다른 공기. 이런 이질감이 낯설지 않았다. 그 안에 나는 평온한 손님이라는 역할을 주어진 지가 얼마만인지. 앞으로 이용할 날들을 생각해 1층 카페와 룸 구성들을 하나하나 스쳐갔다.


1. 마음이와 룸. 카페라테.  

'철컥'

카드키로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익숙하고 약간은 부담스럽지만 편안한 한실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문을 닫고 마음이를 폭신하고 사그락 거리는 매트 위로 내려놓으니 온몸을 감싸 안는 느낌이 느껴지는 걸까? 어리둥절하지만 이내 하나하나 느끼려 구르고 있었다. 정돈되어 있는 룸에 조용히 떠다는 공기는 한동안 느낄 수 없는 한정된 공간에서의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5분이라는 시간에 이렇게도 많은 오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새카맣게 있었먹은 듯했었다. 단둘이서 포토타임을 즐기고 편안해진 마음으로 카페를 갔다 왔다. 캐러멜 머핀과 커피를 마음 놓고 먹을 수가 있다니... 이런 호사를 내가 온전히 느끼는 게... 얼마만일까? tv장과 매트, 식탁을 누비며 잡고 물고 탐색하는 마음이. 그 옆에서 불안감이 있지만 꽤 느긋한 마음으로 바라보며 룸 이주는 안락함을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각자 음미하고 있었다.



2. 우리만 존재하는 것 같은 물놀이 타임.

하원하고 호텔에 들어오자마자 호기심 어린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여긴 어디예요?" 아빠는요?""찬우랑 왔어요?""엄마, 엄마~"

한바탕 탐험을 하고 이제는 <놀이 타임>. 우리에겐 종이 노트와 볼펜뿐이다. 선택하지 않고, 고민하지 않을 자유는 얼마나 큰 권리인지. 그림지도를 따라 호텔, 정원 순으로 명칭과 이야기에 집중하며 놀 수 있었다. 장난감과 자극에 둘러 쌓여 있는 키즈카페에서는 할 수 없는 집중도 높고 오붓한 시간을 보내었다. 외식으로 돌봄 스트레스(엄마와 아빠의 관리 압박), 메뉴 찾기 요리의 고민 없이 그저 간편한 룸서비스로 수다를 떨며 이유식, 죽을 먹이고 잠깐이지만 여유롭게 감자튀김 샌드위치를 먹으며 아이를 바라볼 수 있었다. 먹으면서 아이들이 노는 걸 바라보는 행복감이란... 육아 전에는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이제는 <목욕 타임>. 시간에 쫓기지 않아도 된다. 내일 일정을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무엇보다... 욕실 준비, 청소, 소음에 대한 부담감에서 벗어났다. 레이퀸 아기욕조와 유리벽에 실리콘 바닥까지 깔려있는 욕실은 생각지도 못한 '우리들만의 시간'을 안겨주었다. 이런 물놀이 시간이 있었을까? 이 정도의 해방감과 자유도를 느끼며 아이들과 놀 수 있었을까? 호텔링은 우리에게 선물 같은 시간을 안겨주었다. 큰 욕조에서 서로 마주 본 채 물장구를 치며 장난스러운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어느새 욕조로 들어온 마음이는 어설프지만 중심을 잡으며 흠뻑 흥에 겨운 누나의 모습에 시선이 고정되었다. 6개월도 안된 아이라 너무도 큰 몸짓에 흠찟거리면서도, 두 여자들이 만들어 놓은 자유로운 공기에 취해 얼굴 한가득 웃음꽃이 피어났다. '이야~ 첨벙첨벙' 두 팔을 힘차게 움직 이기작했다. 앞으로 몇 년이 지나도 시간이 흘러도 지금 이 '우리들만의 시간, 그 어떤 것에도 방해받지 않는 우리들의 시간'을 잊지 말자. 손끝에 닿던 물의 감촉을, 두 아이가 주었던 사랑에 찬 눈빛과 즐거움만 가득한 웃음을 결코, 결코 잊지 말았으면...




3. 감개무량, 무사히 조식 성공. 아이의 산책 세계로의 초대.


아침에 눈을 뜨고 세수를 하고 나니 잠에선 깬 하늘이가 ebs 방송 유치원을 보고 있었다. 마음이는 이불을 뒹굴거리다 tv장을 부여잡고 걸음마를 하고 있다. '그래, 이거지. 이게 바로 내가 원하던 육아의 아침 광경이야' 짜증의 목소리도, 싸움의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해야 할 일이 쏟아지며 일의 산에서 헤매지 않는다. 아이들이 부스스한 머리로 아침을 맞이하고 느끼고 있었다. 그래... 너희도 햇살을 느낄 수 있는 나이가 돼겠구나. 창 너머로 보이는 햇살을 품은 교회탑 종이 보였다. 그리고...... 우리는 초긴장 속에서(나만이지만) 호텔 조식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마음이는 자고, 하늘이는 팬케이크를 먹으며 주스를 마시고 몇 마디 이야기하며 엄마까지 한 손으로 팬 케이트를 먹었다. 얼마나 감동적인지. 아빠, 할머니 없이. 엄마 혼자 두 아이를 돌보며 외식까지 무사히 마칠 수 있다니... 이 기쁨을 동네방내 흩뿌리며 나누고 싶었다. (초긴장 상태로 손끝이 저릿했다.) 그 길로 내가 그토록 꿈꾸던 아이가 초대하는 자연관찰 산책시간이 펼쳐졌다!! 햇살을 따라 걸으며 꽃을 관찰하는 하늘이. 쏟아지는 분수 물줄기를 바라보며 신기한지 눈길을 떼지 못한다. 물고기가 있는지 살펴보기도 하고 바닥에 돌을 던져 보기도 한다. '그래. 이거지. 이게 아이들과 산책하는 느낌이지. 이 여유, 이 핑크빛, 노란빛 공기!' 바닥에 떨어진 도토리를 발견하곤 여기저기 주워 엄마 손에 쥐어줬다. "엄마~! 선물~! 도토리 엄청 많아~! 이쁘지?"...... 응. 하늘아 엄마는 지금 이 시간이, 네가 준 도토리 선물이 진짜 1도 안 보태고 너무너무 좋단다. 로망을 이룬 느낌이랄까. 너희와 함께 이런 시간을 보낸 수만 있다면 긴긴 육아 터널을 아쉬워하지 않고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이 자리를 만든 건 나지만, 이 세상에 들어올 수 있게 초대해줘서 너무 고마워. 앞으로도 자주 초대할 수 있게, 맘 상하게 하지 않는 엄마가 되도록 많은 생각을 하고 시간을 들여야겠지. 우리 서로 다치지 않게 이 시간을 조금씩 늘려 가보자... 엄마가 아주 많이 노력할 거야. 너희 같이 손잡고 갈 수 있도록... 자유이용권을 받을 수 있는 어른이 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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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돈된 안전한 장소에서 아이는 평온함을 느끼나 보다.

바쁨의 압박을 버리고 순응하는 엄마에게 안락함을 느끼나 보다.

의심 없이 호기심을 가지고 자유롭게 탐험하며

엄마를 찾아 쫓아다닌다.

품을 만끽하며 활짝 웃는다.

세상의 중심에 아이와 엄마만 있는 행복한 공간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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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친구가 오자 이 동화 같은 시간은 사라졌다. 비교할 수 없는 즐거운 시간이었지만, 나는 친구로서의 아이 엄마 역할을 맡은 다른 공기 속의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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