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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지혜 Aug 02. 2021

모든 가구를 팔고 짐들은 차에 실었다

Photo by Nathalia Segato on Unsplash


이사 2주 전

모든 가구들을 다 팔고 이사 준비를 했다. 늦게까지 안 팔려서 불안했던 큰 소파도 이사 이틀 전에 다행히 팔고, 마지막 일주일은 에어 매트리스에서 잤다. 조금씩 빠진 공기를  매일 밤 자기 전에 다시 채워 빵빵하게 만들고 코드를 뽑고 잤다. 공기를 채우고 뺄 때 나는 소리가 꽤 크다. 미리 생각하지 못해 항상 11시 이후에 해서 옆 집에 들를까 봐 그 20초 정도의 시간이 불안했다.

친구가 놀러 왔을 때 주방 테이블과 의자를 팔았다. 오기 직전 5불을 더 깎아 달라고 해서 알겠다고 했다. 친구는 왜 last minutes에 그러냐며 not cool이라고 했다.  두 명의 남자가 와서 가구를 들고나갔다. 우리는 저녁을 많이 먹어 배가 불러서 산책 나갔는데 아직 그들의 트럭이 집 앞에 있었다. 우리가 조금 걷자 트럭도 움직이고 트럭에 실린 나무 테이블과 의자 4개가 멀어져 갔다. 그걸 보면서 걷는데 슬펐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감정이었다. 가구 팔아서 좋았는데 가구가 남의 차에 실려가는 모습이 보는 게 왜 슬펐을까? 이사 가는 것이 확 실감이 났고 옆에 있던 친구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는지 자신의 감정을 말과 행동으로 표현했다. 우리는 팔짱을 끼고 웃었다 이상한 느낌이라면서. 그 이후에도 내 마음속에 남아서 친구에게 이야기를 했고 친구는 이래서 아마 그렇지 않을까 라고 해주었다. 상가 쪽으로 한 바퀴를 걷고 나니 조금 소화가 되었고. 걷다가 신시내티에서 유명한 Grater's 아이스크림 가게를 발견하고 친구가 아~ 아쉽다 저거 먹었어야 했는데 너 떠나기 전에! 하지만 우리는 배불러서 먹을 수 없었다.. 그리고 상가에 멕시칸 음식점이 있었는데 나도 먹어보지는 않았지만 리뷰가 좋다고 하니 친구가 매우 아쉬워했다. 미국에 멕시칸 레스토랑이 햄버거 레스토랑보다 많다고 해도 나는 안 놀랄 것 같다. 그만큼 많은데도 번화가도 아닌 곳에 있는 식당을 내가 사는 아파트 근처라는 이유로 가보고 싶어 하는 모습에 더 애정이 생기고 고맙기도 했다. 참 작은 것들을 귀하게 여기고 체험을 중시하고 그런 친구의 모습들이 좋았다. 놀러 올 때마다 내가 지내는 곳, 일하는 곳의 장점들을 말하고 진심으로 좋아하는 모습들을 자주 보았다. 그렇지 않은 사람과 보냈던 시간 때문에 그런 친구의 모습이 마음에 와닿았다.

 

친구가 2시간 반 거리의 집으로 돌아가고 나는 모든 짐들을 다시 한 번 더 보면서 점검했다. 모든 물건들을 한번 씩 노려보았다. 쉽게 yes/no가 되는 물건들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물건들의 경우 가져갈지 기부할지 골똘히 고민했다. 이렇게 2차 정리에서도 내가 보내줄 수 있는 물건들이 나왔다. 점점 집이 비워져 가면서 공간이 더 생기고 처음에 이사했을 때의 느낌이 들었다. 그때는 빈 집에 들어와서 하나하나 채우고 몇 년간 살면서 짐들이 늘어났고, 이제 이사를 준비하면서 하나하나 물건들이 사라지고 거실에 박스와 가방들이 하나둘 쌓여갔다.

이사 1주 전

냉장고도 비우고 가기 전에 요리해서 비워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해서 냉동실에 있던 것들을 꽤나 버리고 건조된 음식과 케첩, 고추장 정도만 챙겼다. 비우면서 부피가 작은 여러 가지 물건들도 정리가 되었다. 배달음식과 같이 오는 수저포트과 냅킨들, 약과 밴드, 사무용품들, 중요한 서류들, 카드, 안 뜯은 화장품 및 목욕 용품, 액세서리 등등을 지퍼백에 종류별로 담았다. 벽에 걸려있던 것들과 Command 고리들을 모두 제거하고 스티커 부분을 떼어 버리고 지퍼백에 담았다 추후에 필요할까 봐.


이사 3일 전

이제 더 이상 팔 물건들을 없다. 다행이고 속이 시원하다! 비우는 건 좋은 일이다. 남은 3일간 해야 할 일들과 떠나기 직전 확인할 체크리스트를 적었다. 키 반납, 모든 서랍과 수납장 속안 비었는지 확인하기, 창문 잠그기, 카드 서류 지갑 핸드폰 노트북 다시 한번 점검하기. 작은방은 완전히 비웠고 3개의 옷장들도 헐렁해졌다. 큰 방에는 에어매트리스, 이불, 미니 조명, 커튼, 핸드폰 충전기, 요가매트가 있었다.


이사 하루 전

와 이제 정말 내일이다. 내일 떠난다. 싱숭생숭하다. 저녁 마지막 식사를 하고 짐 싸는 것을 마무리했다. 주차장에 내려가서 차를 입구에 대고 4분의 1 정도의 짐을 차에 실었다. 뒷자리를 접어 평평하게 만들었다. 차를 사고 1년 만에 처음 해보았는데 오른쪽 안전벨트 뒤로 넘기는 것은 유튜브로 보고 배웠다 간단했다. 벨트 고리 꼽는 부분은 벨트 메탈 부분으로 누르면 되었다. 꽤나 공간이 컸다. 진짜 차박도 해봐야지라고 생각하고 큰 캐리어 두 개와 몇 가지 짐을 실었다. 3층이라 짐을 들고 내려갈 때 꽤나 힘이 들었다. 손목과 팔의 힘줄이 조금 아팠다. 아마도 팔에 근육이 가장 없던 시기여서 더 힘들었다 지금은 좀 더 수월할 것이다. 밖은 어두웠고 조용했다. 나도 최대한 조용히 짐들을 싣고, 더 실을까 했지만 힘들어서 그냥 차를 다시 주차장에 대고 집으로 올라왔다. 피곤했다. 어느새 밤 11시였고, 내일 일찍 일어나고 싶었기 때문에 8시간 정도 잘 수 있게 알람을 맞추고 누웠다. 아 마지막 밤이구나 창밖을 좀 보고 누우니 생각들이 떠올랐다. 이사 왔던 기억, 아이케아 가구들을 조립하고 각종 물건들을 계속해서 사고, 출근하고, 장보고, 산책하고, 다운타운 놀러 가고, 친구가 집에 놀라왔을 때의 기억, 요리해서 밥을 먹었던, 토마토를 키워 많이 따먹었던, 앞집의 가족들이 나와서 노는 것을 구경하던, 하늘과 새들을 바라보던, 줌으로 운동을 하던 등등의 수많은 기억들. 새 집이어서 좋았고, 조용해서 좋았고, 모든 게 다 갖추어져 있어서 좋았다. 이제는 다른 곳으로 갈 때가 되어 이 집을 떠난다.    


이사 당일

8시간을 잤는데도 몸이 뻐근하다. 어제 짐 싸고 옮겨서 그런 것 같다. 가뿐하게 떠나는 것을 상상했지만 그래도 잠이 부족하지는 않았다. 세수하고 선크림 바르고 눈 화장도 하고 립스틱도 발랐다. 떠나는 날 사진을 찍고 싶어서. 그걸 가족과 친구에게 공유하고 싶어서. 날씨가 아주 좋았다. 5월 초 해가 쨍쨍하고 바람도 불고 긴팔을 입어도 덥지 않은 날씨였다. 커튼과 커튼 봉, 그리고 훅을 제거했다. 커튼은 챙기고 커튼 봉은 버렸다. 마지막까지 애매했던 겨울 재킷도 버렸다.

미리 꺼내 두었던 옷을 입고 큰 박스들을 먼저 들고 내려갔다 자동적으로 한숨이 나왔다 무겁고 힘들어서. 트렁크를 열고 일단 큰 짐들부터 최대한 빼곡히 실었다. 그리고 작은 짐들은 테트리스처럼 빈 공간에 집어넣었다. 유일하게 포장을 안 하거나 가방에 넣지 않은 물건은 이불과 베개였다. 가장 윗부분에 싣고 최대한 빈 공간이 있는 곳들에 손으로 눌러 넣어서 운전할 때 시야를 가리지 않고 움직이지 않도록 했다. 신기하게도 모든 짐이 다 들어갔고 정말 빈 공간이라곤 없었다. 곰인형 하나와 에코백만 놓을 줄 알았던 조수석까지 정말 꽉 찯다. 신기하기도 하고 공간이 모자라지 않아서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짐을 싣고 마지막 정리하는데 약 2시간 정도 걸렸다. 8-10번 정도를 오르락내리락한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올라와서 에코백을 어깨에 걸고 모든 공간들을 다시 한번 점검했다. 몸이 피곤해서인지 아쉽다는 생각보다는 이제 끝이지?라는 마음이었다. 생각보다 오래 걸렸고 땀도 나고 좀 지쳤다. 후 운전하다가 너무 피곤하면 안 되는데 하는 걱정과 염려들이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실린 짐들 사진을 찍고 셀카도 찍고 내 로드트립 메이트가 될 곰 인형, 아는 동생이 졸업 선물로 사주었던 Indiana 옷을 입은 인형과도 셀카를 몇 장 찍었다. 아파트 오피스에 키를 반납하고 차에 타니 옆 차에 앉아있는 사람이 내 짐들을 흘낏 보았다. 마음속으로 네 저 이사 가요 이제 진짜 가요 다시 돌아오지 않아요라고 하고 핸들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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