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이 경제제도를 놓고 본능적으로 싸우기는 하지만, 평소에 이런 주제에 관심이 많았던 것은 아니다. 동물들의 경제관념은 아직 전반적으로 기초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소유라는 개념조차 잘 정의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실제 인간이 모든 자연을 소유하기로 이미 자기들끼리 정해버렸다는 너구리의 설명에 동물들은 깊은 충격을 받는다.
너구리는 좌파인가 우파인가
너구리가 동물들을 움직이게 할 방안으로 시장을 언급하기는 했지만, 사실 너구리는 우파도 좌파도 아닌 '양손잡이 경제학자'에 가깝다. 1) 혼자서 공부하던 너구리는 동물세계에 필요한 것은 좌우의 개념이 아니라 '재미'라고 생각한다. 성공을 독려해 삶을 재미있게 만드는 '우파'의 제도와 재미를 잃은 사람에게 다시 기회를 주는 '좌파'의 제도 둘 다 반영해 '재미 지상주의'를 만드는 것이 너구리의 경제 철학이다.
동물 세계 경제의 미래
동물들이 시장과 사회제도를 적절히 활용해 '재미있고' '환경 효율적인' 경제를 구상하고 있긴 하지만 미래에 난관은 많다. 그중 가장 걱정되는 것은 금융의 도입인데, 동물세계 질서의 수호자인 흑표범은 금융을 도입하게 되면 동물들이 빚을 진 동물과 빚을 내어준 동물로 나뉘어져 그동안 지켜왔던 동물 세계의 전통적인 질서가 와해될 것을 걱정한다.
1) 미국 대통령 해리 트루먼은 "한손잡이 경제학자를(one-handed economist) 데리고 오세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 경제학자들이 어떤 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않고, 늘 "한편으로는(on the one hand)"과 "다른 한편으로는(on the other hand)"라고 하면서 말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