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이 정치 경제와 관련된 주제를 가지고 본능적으로 싸우기는 하지만, 평소에 이런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특히 동물들의 경제관념은 아직 기초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일단 그들의 마음속에 소유라는 개념이 잘 정의되어 있지 않다.
실제 인간이 모든 자연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자기들끼리 이미 정해놓고 있다는 너구리의 설명에 동물들은 깊은 충격을 받게 되는데, 사자는 아프리카의 땅들이 왕인 자기의 소유가 아니라는 사실에 분노하고, 다람쥐는 자기가 살고 있는 나무조차도 인간이 이미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강아지도 마찬가지이다. 여태 이곳저곳에 영역표시를 한 일들이 모두 허사라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아 이틀간을 누워있는다.
동물들은 좌파인가 우파인가
동물들의 정치관념도 당연히 경제와 마찬가지로 기초적인 수준이다. 동물들은 이제껏 새로 만든 물건을 누구에게 어떻게 분배할지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고, 자유가 중요한지 평등이 중요한지 깊게 고민해 본 적도 그 주제로 남과 대립을 해본 기억도 없다. 다만, 흑표범의 걱정대로 동물들이 경제활동을 하고 생각을 깊게 하면 이 주제에 대한 많은 논쟁이 예상된다.
동물 세계에 제도를 도입하는 일을 주도하게 될 너구리는 좌파인가 우파인가
너구리가 동물들을 움직이게 할 방안으로 시장을 언급하기는 했지만, 사실 너구리는 우파도 좌파도 아닌 '양손잡이 경제학자'에 가깝다. 1) 혼자서 공부하던 너구리는 동물세계에 필요한 것은 좌우의 개념이 아니라 '재미'라고 생각한다. 성공을 독려해 삶을 재미있게 만드는 '우파'의 제도와 재미를 잃은 사람에게 다시 기회를 주는 '좌파'의 제도 둘 다 반영해 '재미 지상주의'를 만드는 것이 너구리의 경제 철학이다.
1) 미국 대통령 해리 트루먼은 "한손잡이 경제학자를(one-handed economist) 데리고 오세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 경제학자들이 어떤 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않고, 늘 "한편으로는(on the one hand)"과 "다른 한편으로는(on the other hand)"라고 하면서 말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