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사자가 깨어나도 앞으로 요가 자세를 취하기는 쉽지 않을 거예요. 기린, 이 프로젝트는 접어야 할지도 몰라요. "
흑표범이 비장한 표정으로 말하자, 기린은 하늘을 향해 머리를 쳐들더니 마치 세상을 잃은 듯이 처량하게 울기 시작했다. 흑표범도 동물들도 이렇게 애절한 울음소리는 처음 들었다.
"기린, 이번 프로젝트가 잘 안 돼도 좌절하지 않기로 했잖아요."
흑표범이 기린을 위로하려 하자, 기린이 두 앞발로 얼굴을 감싼 채로 흐느끼며 말했다.
"궁극의 자세... 궁극의 자세만 알면 되는데..."
"기린, 이제 인정해요. 그 자세는 평생을 요가 연구에 몰두한 선대 오라클 '킬리만자로의 표범'도 알아내지 못했어요."
이때 옆에서 두 동물의 대화를 듣고 있던 버니가 쭈볏쭈볏 다가와 물었다.
"저기... 궁극의 자세라는 게 뭐죠?"
"어떤 상황에서든 동물을 진정시킬 수 있다는 요가 자세야. 그 자세를 알 수만 있다면 동물들이 싸우지 않고 같이 일할 수 있다고 하지."
흑표범의 말을 들은 버니는 잠시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을 짓더니 다시 귀를 쫑긋이 올리며 물었다.
"대영박물관에 '요가 수트라' 라는 책이 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어요. 혹시 그 책이 도움이 될까요?" 2)
버니의 말에 기린이 흑표범이 놀라서 말했다.
"그런 걸 네가 어떻게 알지?"
"제가 예술 전공이라 박물관에 대해서는 좀 알거든요."
버니의 뜻밖의 말에 기린은 울음을 그치고 버니를 쳐다보자 버니가 이어서 말했다.
"제가 가서 그 책에 궁극의 자세에 대한 설명이 있는지 내용을 보고 올게요."
상황을 이렇게 까지 만든 것에 대해 미안한 생각이 있었는지 버니는 일을 해결해 보겠다고 나섰고, 버니의 말을 들은 기린과 흑표범은 말없이 고개를 끄떡였다.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되는 이 상황에 어쩌면 버니가 마지막 희망이라는 것을 모두 직감했던 것이다.
"오늘 밤에 바로 출발할 수 있도록 독수리를 준비해 줄게요. 보고 와서 알려주세요."3)
"그런데 궁극의 자세가 어떤 자세인지 대충이라도 알 수 있나요?"
버니가 다시 묻자 흑표범이 말했다.
"전설에 의하면 그 자세는 동물들이 한 번만 봐도 직감으로 알아볼 수 있다고 했어. 그게 우리가 아는 다야."
"알겠어요. 대신에 제가 돌아오면 거북이와 정식으로 경주를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주세요. 거북이가 다시는 저한테 기어오르지 못하도록 결판을 낼 거예요."
버니의 말에 기린이 고개를 끄떡이면서 버니의 이마에 앞발을 대었다.
1) 지금 동물팀에는 수의학 혹은 생물학 지식을 가진 동물이 없다. 흑표범이 진단을 내리긴 했지만 사실 의학적 지식은 전무하다.
2)"요가 수트라"는 고대 인도의 철학자 파탄잘리가 (기원전 2세기 정도) 저술한 요가 철학의 경전이자 요가 수행의 지침서이다. 대영박물관에 실제 이 책이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인도가 과거 영국의 영향권에 있었기 때문에 버니의 말대로 대영박물관에 그 사본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3) Student B의 독수리는 "대머리 독수리"로 원래 북미지방 출신이지만 지금은 아프리카에서 기린을 돕고 있다. 대머리도 아닌 자신을 대머리라고 부르는 것이 싫어서 아프리카로 이주했다는 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