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마스테"란 '당신의 신은 평온하신가요?'라는 뜻으로 단순한 인사말을 넘어 상대방을 존중한다는 의미이죠.
- 흰 기린, 백색 오라클 -
혹독한 요가가 있었던 그날 이후 동물들은 온몸이 배겨서 제대로 걷지를 못했다. 그래도 흑표범의 요가는 효과가 있어서, 처음으로 며칠 동안 큰 마찰 없이 일을 해나갈 수 있었다.
그렇게 한주 정도가 지난 어느 날,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모두가 모여 회의를 하던 중 강아지가 얼굴이 사색이 되어 뛰어들어왔다.
"큰일 났어. 비트 코인이 폭락해 버렸어."
"뭐? 투자전문가라며? 너 혹시 비트코인에 몰빵 했어?"
"응."
강아지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하자, 기린이 크게 한숨을 쉬었다. 강아지의 말은 동물 프로젝트에 쓸 자금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설마 우리한테 약속한 보수를 깎는 건 아니겠지?"
누군가의 말에 기린이 가만히 있자, 갑자기 거북이가 나서서 말했다.
"여기 일은 사실상 내가 다하고 있는 거니까 내 해초는 절대로 건드리지 말았으면 해. 굳이 까려면 제일 쓸모없는 녀석의 보수를 까던지."
"그게 누군데."
동물들이 묻자 거북이가 버니를 가리키며 말했다.
"쟤. 허옇게 생긴 애."
거북이 말대로 버니가 그동안 조용히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쓸모가 전혀 없다는 거북이의 말에 버니는 너무나도 기분이 나빴다.
"파충류 따위가 어딜 예술 전공을 폄하해?"
"파충류 따위? 넌 그냥 쥐잖아. 경주에서 나한테 처참한 진 쓸모없는 쥐!"
거북이의 도발에 분노한 버니는 갈기를 세우고 입에서 그르르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맙소사."
사자는 버니 같은 초식동물이 절대로 낼 수 없는 야수의 소리를 내는 것을 보고서는 당황해 요가책을 펼쳐 보기 시작했다.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뒷부분에 서로의 종에 대해 비난할 때 효과가 좋은 자세 27번이 눈에 들어왔다. 사자가 그 자세에 대해 빨리 읽어보려 하던 그때 파랑새가 싸움에 끼어들었다.
"거북이, 너도 기여는 없어. 넌 그냥 시키는 대로 기계나 만지잖아. 제대로 된 기여는 나 같은 경영자가 하는 거지."
사자는 이번에는 거북이의 눈매가 무서워지는 것을 목격했다. 사자는 잠시 고민하더니 일전에 기린이 보여준 '다운워드 독' 자세를 다시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다운워드 독'은 상대의 전공을 무시하며 싸울 때 효과가 있는 자세였다.
하지만, 사자가 나머지 동물들을 부르려고 했을 때 이번에는 더욱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사자가 뒤를 돌아보니, 너구리가 강아지를 두 손으로 멱살을 잡고 있었고, 고양이가 너구리에게 붙들린 강아지를 냥냥펀치로 때리려고 하고 있었다.
"돈을 잃었으니 대가를 치러야지. 알지?"
사자는 다시 "금전 손해를 끼쳐 싸울 때" 효과가 있는 자세를 찾아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고양이가 그새 강아지를 냥냥펀치로 때렸는지 퍽하는 소리가 그치지 않고 들려왔고, 안절부절못하던 사자는 요가책을 내려놓고 크게 외쳤다.
"다들 따라 해!"
사자가 나머지 동물들을 부르려고 자신이 책에서 보았던 자세중 가장 뒷장에서 보았던 '바퀴 자세'를 갑자기 해 보였다. 잘은 모르지만 이런 복합적인 상황에서는 맨 뒷장의 그리고 가장 어려운 자세가 효과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자세를 취하자마자 사자는 '억'하고 뒷목을 잡고 쓰러져버렸다. 처음 해보는 무리한 자세에 목을 삐끗해 버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