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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튜던트 비 Oct 29. 2024

Chapter 6-1  아주 오래된 이야기

P A R T  1   공 부 의  시 작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반복할 운명에 처해 있다."

- 조지 산타야나 -




혹독한 요가가 있었던 그날 이후 동물들은 온몸이 배겨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그래도 흑표범의 요가가 효과가 있었는지, 동물들은 얼마 동안 서로 마찰 없이 일을 해 나갔다.


그렇게 한주 정도가 지난 어느 날, 모두가 모여 회의하던 곳에 이번에는 강아지가 얼굴이 사색이 되어 뛰어들어왔다.   


"큰일 났어. 비트 코인이 폭락해 버렸어."


"뭐? 너 혹시 비트코인에 몰빵한거야?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건지나 알아?"


너구리가 강아지에게 달려가 강아지의 멱살을 잡자, 강아지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응."


"그럴 줄 알았어. 네가 무슨 투자를 해. 전문가라는 거 다 뻥이지!"


이번에는 고양이가 앞발을 들며 강아지에게 접근했다.


"너구리, 고양이! 폭력은 안돼. 여기서 싸우면 흑표범이 또 나타나서 요가를 시킬 거야. 다만 이번 기회에 강아지 같이 기여가 없고 쓸모없는 팀원들을 정리했으면 좋겠어."


거북이가 외치자 동물들이 끄덕였다. 다만, 강아지가 자신들 기준에 쓸모없는 녀석이라는 건 모두 이견이 없었는데, 거북이가 지칭하는 다른 쓸모없는 동물이 또 누구인지 궁금했다.


"'녀석들'이라고? 강아지 말고 또 쓸모없는 녀석이 누군데."


동물들이 묻자 거북이가 버니를 가리키며 말했다.


"쟤! 허옇게 생긴 애!"



"내가 왜!"


버니가 외치자 거북이가 바로 받아쳤다.


"버니, 너는 그동안 아무 말도 없고 기여도 없잖아. 도대체 널 왜 이 팀에 불렀는지 아직도 모르겠어."


버니는 거북이의 말을 듣고서는 너무도 억울했다. 동물들이 과학이나 경제경영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뿐 자신의 전공인 문화 예술에 대해서는 말할 기회조차 없었다. 


"억울해."


"억울하면 나처럼 공학을 전공하던지, 예술은 솔직히 팀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되잖아!"


자신을 무시하는 말을 듣자, 버니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소리 질렀다. 


"뭐? 털도 안 난 파충류 따위가 감히 어딜." 1)


"파충류 따위? 넌 그냥 귀만 큰 쥐잖아. 경주에서 나한테 진 쓸모없는 쥐!"


과거의 경주까지 언급하며 자신을 도발하는 거북이에게 분노한 버니는 목뒤로 갈기가 서기 시작했고, 입에서는 그르르 하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한편, 거북이와 버니가 설전을 벌이고 있는 도중에 파랑새가 뒤에서 수군거리는 것이 들렸다.  


"사실 거북이의 기여도 대단한 건 아니야. 그냥 시키는 대로 기계나 만지는 공돌이일 뿐이야. 제대로 된 기여는 나 같은 경영자가 하는 거지."


거북이는 파랑새의 중얼거림을 언제 들었는지, 무서운 눈매를 하고 파랑새를 향해 돌아보더니 말했다.    


"웃기시네. 넌 산수가 잘 안돼서 경영 공부한 거지? 넌 퇴출 대상 3호야."


"뭐? 이 대머리가..."


거북이의 말에 화가 난 파랑새는 발톱을 세우고 거북이를 공격하려는 자세를 취했다. 


"맙소사..."


한편, 팀원들이 모두 야수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던 사자는 급하게 요가책을 펼쳐서 그곳에 적힌 '의자 자세'를 따라 하려고 했다.  '의자 자세'는 서로 자신의 기여가 크다고 하며 싸울 때 효과가 있는 자세였다.




사자가 '의자 자세'를 시작하려고 다리를 구부렸을 때, 뒤에서 갑자기 퍽하는 소리가 들렸다. 사자가 돌아보니, 너구리가 강아지를 붙들고 있었고, 고양이가 붙들린 강아지를 냥냥펀치로 때렸는지 앞발을 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당황한 사자는 의자 자세를 그만두고 다시 책을 펼쳤다. 일전에 본 적이 있는 '금전 손해를 끼쳤을 때' 효과가 있는 자세를 찾아보려 한 것이다. 하지만, 그새 퍽퍽하는 소리가 그치지 않고 들려왔고, 주변은 아수라장이 돼 가고 있었다. 이에 안절부절못하던 사자는 포효하며 크게 외쳤다.


"다들 그만! 나를 따라 해!"


사자는 자신이 책에서 보았던 자세중 가장 어렵다고 느꼈던 '바퀴 자세'를 갑자기 해 보였다. 잘은 모르지만 이런 복합적인 상황에서는 기린 말대로 맨 뒷장의 자세가 효과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자세를 취하자마자 사자의 뒷목에서 뿌드득하는 소리가 났고, 사자는 '억'하는 비명과 함께 뒷목을 잡고 쓰러져버렸다. 처음 해보는 무리한 자세에 목을 삐끗해 버린 것이다.  




1) 원래 야생 동물들은 서로에게 심한 말을 잘 안하며, 특히 상대종을 언급하며 비하하는 말들은 동물세계에서는 금기시 된다. 동물세계에서는 욕설이나 상대를 비방하는 말을 주로 애완견이나 애완고양이나 하는 교양없는 행동으로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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