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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튜던트 비 Oct 22. 2024

Chapter 5-3  우리 안의 어둠

P A R T  1   공 부 의  시 작


기린의 명령으로 고양이와 너구리는 각자의 숙소에서 자숙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고, 그날 오후에 예정되어 있던 첫 회의에 나오지 못했다.


"거북이,  너구리와 고양이가 무슨 일로 싸운 거야?"


카피바라가 묻자 싸움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거북이가 아까 일어난 일들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이상한 걸 가지고 싸우네. 하긴 둘 다 처음부터 좀 이상했어. 물리나 경제를 공부하는 동물이라니."


"맞아. 나도 걔네 둘이 처음부터 느낌이 이상하더라."


카피바라의 머리 위로 파랑새가 어느새 날아와 앉으며 말했다.


"그런데 말이지. 나도 하나 의문점이 생겼는데 말이야. 과연 책과 GPT를 가져다준다고 동물들이 공부를 시작할까? 고양이 너구리 말대로 다들 흥미 없어하는 거 아니야?"



"너구리 말대로 공부를 잘해서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를 한 동물들을 보상하면 다들 열심히 할 거야."


파랑새의 대답에 카피바라가 다시 물었다. 


"그렇게 하면 기회가 안 되는 동물은 보상을 못 받을 텐데? 그리고 그렇게 해서 어떤 동물은 잘 살고, 어떤 동물은 못살게 되면 어떻게 할 건데.”


"하. 답답네. 일단 잘하는 애들을 지원해서 세상을 발전시키고 봐야 할 거 아니야."


파랑새의 답답하다는 말에 카피바라가 기분이 상하기 시작했다.


"너를 걱정해서 하는 말이야. 그렇게 경쟁하면 너같이 뇌가 작은 애들이 제일 불리할 텐데?"


"뭐?"


카피바라가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한 파랑새가 카피바라를 노려봤다.


"어이가 없네. 머리 큰 쥐가 언제부터 날 걱정다고... 그리고 여기 있는 동물들 생각이 다 나하고 같아. 우리는 자유와 경쟁을 위해서 여기 있는 거라고."


"그래? 너희들. 내 말이 맞다고 생각하면 왼 앞발을 들고, 파랑새 말이 맞다고 생각하면 오른 앞발을 들어. 하나, 둘, 셋!"


카피바라가 보니 기린과 사자를 제외하고 다람쥐를 포함한 여섯 마리의 동물들이 손을 들었는데, 숫자가 정확히 반반이었다.


"뭐야. 역시 순진하고 답답해 보이는 녀석들이 왼 앞발을 들었네?"


"그래? 내가 볼 때는 뇌가 작아 보이는 애들은 오른 앞발을 들었는데? 파랑새 닮아서 그런가?"


카피바라와 파랑새가 싸우는 모습에 그 자리에 있던 동물들 모두가 두 동물의 분위기에 휩쓸려버렸다. 이런 주제, 즉 정치와 관련된 주제에 대해 여태 태어나서 한 번도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 동물들이었지만, 언쟁의 내용을 듣자마자 가슴속에서 왠지 모를 분노가 끓어올랐던 것이다. 


"파랑새, 모욕을 당하고 가만히 있을 거야? 우파를 대표해 카피바라의 머리털을 뜯어버려!"


뒤에서 누군가가 외쳤고, 자신을 지지하는 동물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파랑새는 톱을 세 카피바라의 머리털을 쥐어뜯으려고 했다.


"대형 쥐! 머리털을 다 뽑아서 대머리로 만들어 버릴 거야!"


이때 다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당하고 있지 마! 카피바라! 저 극우 새의 주둥이를 묶어!"


파랑새와 카피바라의 몸싸움 본 동물들의 흥분은 극에 달하기 시작했고, 기어코 누군가가 책을 진 것을 시작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물건들을 던지기 시작했다. 1)



1) 동물 세계에는 아직까지는 좌우의 개념이 없다. <부록: 동물세계의 정치경제 개념>을 참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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