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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튜던트 비 Oct 22. 2024

Chapter 5-3  우리 안의 어둠

P A R T  1   공 부 의  시 작


고양이와 너구리의 다툼은 기린의 개입으로 일단락되었지만, 전공을 가지고 다투었던 고양이와 너구리의 마음속에는 상대에 대한 불편함이 남았다. 둘 다 야생에서 싸움을 해본 적은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 느낌이 확연히 달랐다. 자존심 싸움의 뒤끝에는 알 수 없는 찝찝함이 남았던 것이다.   


한편 이것은 고양이와 너구리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GPT를 만드는 일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서로에 대해 마찰을 빚는 일이 잦아졌다. 인간의 지식을 이해하는 방식이 동물마다 달랐고, 상대의 말을 들을 때마다 서로에게 느끼는 짜증이 커져갔다.    


그렇게 작업이 계속되던 어느 날, 거북이가 여느 때와 같이 논의를 이끌고 있었다.  


"인간의 제도도 GPT에 넣기로 얼마 전에 합의했으니까, 너구리가 그 부분을 준비해 줘."


그리고 이때, 카피바라가 너구리에게 도전하듯 말했다.


"그런데 너구리, 네가 자꾸 경제 얘기를 하니 확인하고 싶은게 있어."


"말해봐."


"우수한 동물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데 힘을 쏟아야 돼 아니면 못하는 동물을 구제해주는데 힘을 쏟아야 돼."


너구리가 카피바라의 기습 질문에 어떻게 답해야 할 지 고민하고 있을 때 파랑새가 갑자기 날아들었다. 


“당연히 우수한 동물에게 힘을 실어줘야지. 그래야, 세상이 발전하는거야."


"동물 세계가 잘사는 동물하고 못사는 동물로 나뉘면 니가 책임질꺼야?


카피바라가 흥분하면서 말하자, 파랑새 역시 지지 않고 말했다.  


"야 대형쥐! 저번에 너구리가 말했잖아. 동기부여가 없으면 동물들이 공부를 시작하지 않을 거라고. 잘하는 동물을 전폭적으로 보상해야지 동물들도 공부를 시작할 거 아니야. 쥐라서 그런지 생각하는 것도 한심하네.”  

카피바라와 파랑새가 말싸움을 하자 동물들은 다 같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인간의 제도나 정치에 대해 주워 들어 보긴 했어도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1) 하지만, 오늘 파랑새와 카피바라가 말하는 내용들을 듣다 보니 가슴속에서 왠지 모를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야 새머리, 여기서 뇌가 제일 작은 건 너잖아. 생각 좀 하고 말하지?"


카피바라가 파랑새의 머리를 앞발가락으로 가리키며 막말로 응수하자, 더 이상 분노를 참지 못한 파랑새가 소리 지르며 카피바라에게 전속력으로 날아갔다.


"대형 쥐! 머리털을 다 뽑아서 대머리로 만들어 버릴 거야!"



분위기에 휩쓸려 흥분하기 시작한 동물들은 다 같이 이빨을 드러내 놓고 그르렁거리기 시작했고, 누군가가 책을 던지자 그것을 시작으로 모두 물건을 집어 들고 서로에게 던지기 시작했다.  



1) 동물 세계에는 아직까지는 좌우의 개념이 없다. <부록: 동물세계의 정치경제 개념>을 참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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