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이 안정을 취하고 숙소로 돌아가자, 자리에 남아있던 사자가 기린에게 말했다.
"순한 녀석들인줄 알았는데..."
"저게 제가 말한 상황이에요. 모여서 진지하게 논의를 시작하기만 하면 싸우게 되는거죠."
"아니 근데 뭐 저렇게 말도 안되는 내용으로 싸우죠?"
사자말대로 방그 너구리와 고양이의 언쟁은 동물로서는 상당히 생소한 모습이었다. 야생에서 영역이나 먹이를 두고 싸우는 모습을 본 적은 많지만 이번 건은 느낌이 좀 이상했다.
"내가 최고라고 논쟁을 하는 거죠. 인간들처럼 싸우는 거죠."
"인간들이라..."
"우리 동물들과 다른 점이라는 것은 그 불쾌함이 남는다는 거예요. 상대방에 대한 불만을 오래 기억하는거죠."
"쿨하지 못하다는 얘기네..."
사자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얼굴을 찌푸리자, 기린이 말했다.
"대책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랍니다. 이제부터 이 책을 열심히 보셔야 해요."
기린은 옆에 들고 있던 아주 오래되어 보이는 책 한 권을 사자에게 건네주었다. 사자가 책을 펴보니 그 안에는 여러 가지 요가 자세가 그려져 있었다.
"책에 적혀 있는 30개 자세중 5번째 자세가 방금 우리가 했던 다운워드 독 자세예요. '내가 배운 공부가 남이 배운 공부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할 때' 효과가 있는 자세랍니다." 1)
사자는 기린이 말을 듣고서는 황당한 표정으로 기린을 바라보았다.
"사안별로 해당하는 자세를 알고 있어야 된다는 이야기죠. 예를 들어 과거의 역사적 사실을 가지고 싸우면 7번.. 세상이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가지고 싸우면 12번..."
"하아...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그렇게 해결책이 복잡해서야..."
사자는 기린의 대책에 대해 듣고서는 마음이 심란해졌는지 크게 한숨을 쉬었다.
"요가도 공부가 필요해요... 하지만 너무 좌절하지는 말아요. 어떠한 상황에도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는 '궁극의 자세'가 존재한다고는 알려져 있으니까요."
"'존재하는 게' 아니라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고요?"
사자가 물었다. 지금 기린의 말은 아직 동물들을 진정시킬 수 있는 완벽한 방법을 모른다는 의미로 들렸다.
"네. 아직은 찾지 못했죠. 사자, 처음 저를 만났을 때 했던 말 기억나죠? 많은 동물들이 머리를 맞대면 정말로 멋진 세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던 말이요."
사자가 끄덕이자 기린이 말했다.
"그 말은 제가 여태 믿어온 동물들이 가야 할 이상과 정확하게 일치해요. 저는 우리가 꼭 할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답니다. 하지만 동시에 쉬운 길은 아닐 거예요."
1) 기린이 사자에게 준 요가책과 관련해서는 <부록 : 요가의 서에 기록된 핵심 자세들> 에 자세한 내용이 설명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