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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6-2 아주 오래된 이야기  

P A R T  1   공 부 의  시 작

by 스튜던트 비 Oct 22. 2024

한편, 온몸에 느낀 극심한 고통으로 한동안을 기절해 있던 사자는 서서히 눈을 떴다.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살펴보니, 아버지의 궁전의 입구에서 보았던 조각상과 비슷한 모습의 사자가 자신의 앞에 서 있었다.


"멜렉(Melek), 너는 다른 동물들보다 머리가 크고 허리가 긴 체형이라 신체활동에는 소질이 없어. 그러니까 요가나 운동을 할 때에는 특별히 조심해야 해."


젊은 사자는 자신의 체형을 보고 지적을 하는 사자를  슬금슬금 뒷걸음치며 피하기 시작했다.


“잠깐, 멜렉. 그건 네 체형이 내 체형과 닮았기 때문이야. 내가 바로 너의 조상, 선대 사자란다.”


의외로 간절하면서도 진솔하게 들려오는 선대사자의 목소리에, 젊은 사자는 멈칫하며 뒷걸음질 치던 걸음을 멈추었다.


“멜렉, 네 모습을 보니 예전 생각이 많이 나는구나. 사실은 나도 어릴 적에 '거인의 어깨'에서 팀원들과 함께 동물들을 공부시키기 위한 준비를 했었단다. 우리는 그때 자신감에 넘쳤었고, 인간들을 뛰어 넘어설 수 있다고 확신했었지.”


선대 사자의 말에 젊은 사자는 눈을 크게 떴다. 선대 사자가 동물 세계를 공부시키려 했었다는 것은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그래. 나는 법률의 천재 '무(Moo)' 그리고 새벽의 천문학자 '꼬꼬닭(Cocodak)' 그리고 당시 오라클인 표범 'Iman'과 함께 동물들이 읽을 책을 쓰기 시작했었지. 하지만 우리는 곧 불화에 휩싸였고, 결국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릴 방법을 찾아야만 했어." 1)


젊은 사자가 집중해서 듣고 있는다는 것을 알아차린 선대 사자는 신이 나서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때 우리는 동물들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이 적힌 요가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 책을 보기 위해 무(Moo)와 꼬꼬닭(Cocodak)이 인간 세계의 도서관을 찾아갔다가 결국은 인간의 밥상에 오르는 신세가 되고 말았지.2)


예전 자신의 동료들이 머리에 떠올랐는지 선대 사자의 눈망울에 회한의 눈물이 맺혔다.  


"멜렉... 잘 들어. 무는 끝내 구출해내지 못했지만, 나는 뒤늦게 동물들의 모든 다툼을 진정시킬 수 있는 하나의 자세가 무엇인지 오랜 통찰 끝에 깨닫게 되었어."


"할아버지가 알아냈다는 그 자세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이야기해 주세요."


"공부를 한 동물들이 싸우게 되는 이유는 결국 하나야. 오로지 자신의 생존만을 챙기기 때문이지. 그것을 깨달았았을 때만 나올 수 있는 자세..."


"할아버지, 앞부분 설명은 빼고 결론을 빨리 말해주세요."


젊은 사자가 급한 마음에 선대 사자를 다그치자, 선대 사자가 말했다.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지금 이 시대에 그 자세를 비슷하게 해낸 동물이 있었단다."


“그게 누군데요?”


“그 동물은 바로 세크메트(Sekhmet). 너의 엄마야.”


“어머니요?”


“그래. 어머니의 모습이 기억이 나더냐?”


젊은 사자는 기억을 되짚어 보려 했지만, 어머니를 마지막으로 보았던 것이 워낙 어린 시절 이야기라 뚜렷한 기억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았다. 겨우 떠오르는 장면은 어머니가 자신을 안고 앉아서 책 같은 것을 읽어주던 희미한 모습뿐이었다.  


“기억이 잘 안 나요. 도대체 어떤 자세를 어머니가 하고 있었던 거죠.”


“그 자세는…”


선대사자가 궁극의 자세에 대해서 말하려는 순간, 젊은 사자는 옆구리를 무언가로 찌르는 불쾌한 느낌을 받고 눈을 번쩍 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다람쥐가 막대기로 옆구리를 찌르고 있고, 기린과 흑표범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자신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젊은 사자는 중요한 순간에 자신을 깨운 다람쥐를 보고서 짜증이 머리끝까지 나, 저도 모르게 앞발을 들어 올리려고 했다. 그러나 목과 허리가 저릿한 통증이 퍼지면서, 결국 들려고 했던 앞발을 그대로 내려놓았다.



1) 로마시대의 동물팀은 역대급으로 똑똑했다. <부록: 고대 동물들의 드림팀>을 참고하자.


2) 무(Moo)와 꼬꼬닭(Cocodak)은 지금은 소실되었지만, 로마 시대 당시 가장 큰 도서관이라고 알려진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 직접 찾아갔다. 그곳에 들어가 정신없이 책을 읽던 무와 꼬꼬닭은 그들을 발견한 인간들에게 잡혀가 가축이 되어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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