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A R T 1 공 부 의 시 작
"감추어진 것은 드러나지 않을 것이 없고, 숨겨진 일은 알려지지 않을 것이 없다.”
- 누가복음, 성경
"사자, 드디어 깨어났군요!"
기뻐하는 기린의 얼굴을 본 사자는 자신이 무리한 요가로 동물들을 진정시키려 했던 순간을 기억했다.
"내가 얼마나 자고 있었던 거지?"
사자가 다람쥐에 묻자, 다람쥐가 말했다.
"거의 닷새 동안 기절해 있었어."
"닷새?"
자신이 거의 일주일 동안이나 누워있었다는 다람쥐의 말에 사자의 마음에 불길한 생각이 스쳤다. 혹시 기린이 그새 공부 프로젝트를 포기하고 동물들을 돌려보내지는 않았을지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기린, 내가 요가를 다시 못하게 되면, 이번 프로젝트는 영영 포기하게 되는 거예요?"
사자의 질문에 기린이 아무 말 없이 다가와 사자를 조용히 안아주었다. 그러자 긍정도 부정도 아닌 기린의 반응이 답답했는지 사자가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제 몸은 괜찮은 것 같아요. 다시..."
사자는 말하는 순간 몸에 저릿하는 느낌을 받았고 다시 자리에 누웠다.
"버니가 '궁극의 자세'를 알아내기 위해 영국이라는 곳까지 갔어요. 전설이 맞다면, 그 자세는 허리가 다친 동물들도 무리 없이 할 수 있는 편한 자세라고 하니... 지금은 버니가 그 자세를 알아와 주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어요."
기린의 말을 들은 사자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동시에, 사자의 머릿속에는 그동안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은 희미하지만, 자신을 품에 안고 앉아 인간의 책을 읽어주던 어머니의 모습, 동물들에게 인간의 지식을 가르쳐 가장 특별한 왕이 되겠다고 결심하던 날, 그리고 최고의 7마리를 설득해 킬리만자로 산에 도착했던 가슴 뭉클했던 순간. 하지만 지금, 그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어 흩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사흘 정도 더 누워있던 사자는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어 혼자 앉아 있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 문병 온 기린과 흑표범 그리고 다람쥐와 함께 버니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독수리랑 버니 둘을 보낸 게 과연 잘한 선택이었을까? 독수리는 예전에 설치류를 운반하다가 배고파서 사고 친 적도 있잖아."
"그건 오랜 전 일이니까 걱정 안 해도 될 거예요. 참고로 버니는 설치류가 아니랍니다. 그리고 그 말을 제일 싫어하기도 하고요."
이렇게 사자와 기린 서로 잡담을 나누고 있을 때, 독수리가 급하게 그들이 있는 곳으로 날아 내려왔다.
"큰일 났어. 버니가 박물관 직원에게 잡혀간 것 같아.”
인간의 요가책을 보기 위해 대영박물관까지 버니와 함께 갔던 독수리가, 결국 혼자서 돌아온 것이었다.
사자가 정상으로 돌아온 것을 기뻐할 새도 없이, 독수리가 전해온 좌절스러운 소식에 기린은 다시 두 앞발로 머리를 싸맸다.
"어떻게 된 거야?"
사자가 다급하게 독수리에게 물었다.
"버니가 박물관에 들어간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나오지를 않는 거야. 약속한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그래서 이 일을 알리려고 급하게 돌아온 거야."
"혹시나 버니가 인간들에게 회유를 당해 우리 프로젝트와 관련한 모든 것을 폭로해 버린다면, 정말로 큰일이 날지도 몰라요.” 1)
기린이 다급하게 말하자,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던 사자가 말했다.
"기린, 팀원들을 다시 불러 모아줘. 이 일을 긴급하게 상의해 보아야겠어. 그리고 다람쥐, 버니가 갔다는 박물관에 대해 조사해봐 줘."
1) 박물관 직원들이 버니를 붙잡고 취조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기린은 인간세계에 대해 많은 것을 알지만, 정작 그들과 직접 생활해 본 경험은 없기에 가끔은 인간에 대해 무지한 면을 보이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