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시작
오늘 네가 헛되이 보낸 하루는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원했던 오늘이라는 잠언이 있다. 놀지 말고 공부하라-는 뜻으로 모든 선생님들의 단골 레퍼토리였지만 나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치명상을 입었다. 어느 날 문득(어떤 생각이 떠오르는 걸 표현하는 다른 말을 알고 있었으면 참 좋겠는데!) 오늘 내가 치러내고 있는 하루는 어제 못 죽은 내가 그토록 원치 않았던 오늘인데, 왜 어제 죽은 이에게 죄책감을 느껴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은 이별이 아니라 소멸이잖아. 억울해졌다. 그리고 ‘이번 생은 지금 접고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갈망 속에서 오늘이 내 생의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고 매일을 살았다.
엉망진창 좌충우돌의 시간을 통과하여 40대가 되자 느닷없이 평화가 찾아왔다.
나는 늙은 사람이구나. 그냥 이 모습 이 상태 이대로 흘러 다닐 수 있는, 성장이니 가능성이니 하는 굴레가 벗겨진 늙은 사람이구나.
그렇게 자유로워진 나는 어정쩡하게 곁을 맴돌던 죽음에게 당당하게 손을 내밀었다.
"어이, 우리 오늘부터 1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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