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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ygoing Oct 20. 2023

이상하잖아

왜 바뀐거야? 

나는 (아마도) 탑 랭킹 급 겁쟁이다. 

겁이 얼마나 많으냐 하면, 12세 등급 이상의 영화는 영화관에서 못 본다. (내가 20년째 이야기하듯 주온을 12세 주는 대한민국 클래스)

그런 내가 어디서 소문을 듣고 왕좌의 게임을 시즌 6까지 심지어 무삭제판으로 봤다. 거실 TV로 볼륨 6에 1.2배속 재생이라는 치트키를 썼지만, 어쨌거나 그걸 보고 인생관이 바뀌었다.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목숨에 집착했을까. 저렇게 배 확 갈라서 내장 촥 쏟고 꼴까닥 죽는 건데. 


극소수의 선택된 자들을 제외하고, 지난 6000년간 인간은 반복적인 노동을 하면서 살아왔다. 농기구도 몇 백 년 간 거의 바뀌지 않았다. 수 천 년 간 반복되고 예정된 하나의 생은 연희동 한쌤이 정리해 주신 기준으로 대략 45세가 끝이었다고 한다. 

노동을 돕기 위해 태어나 사춘기 오면 결혼해서 애 낳고 노동력이 떨어질 나이가 되면 죽는다. 가끔 타고난 운으로 오래 살아남게 되면 그것 만으로 능력을 인정받아 후한 대접을 받았다. 삶에는 정해진 패턴이 있었다. 1년 후 10년 후의 내 모습을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런데, 세상에나. 내 바로 윗 세대에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내 할머니 할아버지의 환갑잔치는 아들손자며느리는 물론 사회자에 초대가수까지 동원되는 엄청난 잔치였 다. 한껏 흥분한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 찍은 기념사진은 안방 벽 맨 위에 상장처럼 걸려있었다.   


우리 엄마는 환갑 때 본인이 60살이나 되었다는 게 너무 충격적이고 비참하다며 생일파티를 거부하셨다. 오랜 고민과 토론 끝에 동생들과 돈을 모아 가방을 하나 사드렸는데 더 비싼 것으로 바꿔 오시고 나서야 평정심을 찾으셨다. 오래 살게 된 건 서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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