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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새로운 팀으로 가야 해

챕터 : 그 전

by 재민

나의 갑작스러운 팀 이동 소식이 들려왔다. 소식을 제일 먼저 접한 건 내 사수인 용 대리님이었다. 용 대리님이 어디서 들었는지 내가 속해 있는 글로벌 설계실에 새로운 팀이 생긴다고 했다.


글로벌 설계실은 회사 내 제일 작은 규모의 본부급 조직이었다. 꼰꼰 건축에서는 조직이 본부로 나누어져 있고 본부급이지만 조금 작은 실이 있었다. 글로벌 설계실 인원은 총 15명밖에 되지 않아 두 개의 팀으로밖에 나뉘지 않았다. 나는 그 중 글로벌 설계실 2팀에 속해 있었다.


2팀에 있던 팀원들은 이 소식을 듣고 아쉬워했다. 같이 1년 동안 팀워크를 맞추면서 잘 지냈는데 막내 사원만 새로운 팀으로 가게 되었으니 말이다. 팀 선배들은 작은 위로를 건네주었다. 무엇보다 너무 예고 없이 나만 팀이 옮겨지는 걸 안타까워했을지도 모른다. 조금은 갑작스러웠던 게 새로운 팀에 내가 들어갈 게 유력하다는 소문도 듣지 못한 상태에서 당장 1월부터 그 팀에 합류해야 했다. 갑작스러운 팀 이동은 내 의사와 전혀 상관없이 일어났다. 그때 배웠다. 회사에서는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을 내가 정하는 게 아니라는 걸.


내가 속해 있던 2팀 팀원들은 사실 난감해했다. 신입사원으로 들어온 나를 챙기고 가르쳐 이제 좀 합을 맞추어 놓았더니 인력을 쏙 빼가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용 대리님과 같은 팀 김 부장님은 글로벌 설계 실장과 짧은 상담을 받았다. 잘 돌아가고 있는 팀에 왜 나는 새로운 팀으로 이동하는 걸까?


며칠 뒤 본부 전체 회의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실장은 글로벌 설계실의 규모를 더 키워 글로벌 본부로 만들고 싶었고 이 목적을 위해 팀을 하나 더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런 비전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이야기가 많았지만 어떻게 보면 이게 실장의 일이고 회사 또한 동의한 사항이었다.


그리고 회의에서 밝혀진 건 새로운 팀에 들어오는 멤버 구성이었는데, 1팀에 있던 김 부장이 소장이 되어 김 소장이 되고, 같은 1팀의 차장님과 대리님이 합류한다고 했다. 거기에다가 새해에 들어올 신입사원까지. 총 5명이 한 팀이 된다는 이야기였다. 아쉽게도 꼰꼰 건축에서 잘 운영되고 있는 팀은 8명에서 10명 정도의 팀원을 가지고 있었는데 새로운 팀은 그에 절반이었고, 기존에 있던 1, 2팀도 인원이 줄어 전체적으로 인원 공급만 시급해진 상태로 새해를 시작하겠구나 싶었다.


나중에 용 대리님과 김 부장님이 했다는 몇 시간의 상담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 있었다. 용 대리님과 김 부장님은 각자 자신의 입장에서 내가 왜 기존팀에 필요한지 설명 한 것 같다. 그리고 자신들이 키워놓은 팀원을 잃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출했다고 한다. 하지만 실 운영권을 쥐고 있는 실장은 실을 키우기로 확고하게 마음을 먹었는지 이 결정이 바뀔 수 없다는 답만 했다고 한다. 물론 실장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결국 자기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걸. 실장은 그저 상담을 통해 작은 위로만 건네줄 뿐이다.


나는 왜 내 의사나 조직 운영에 대한 정보를 미리 공유하지 않고 팀을 꾸릴까도 생각 했었다. 하지만 이미 결정 난 사항이라 바꿀 수는 없다고 하니 새로운 팀에서 잘해보자는 마음으로 태도를 바꿔야 했다.


그 후 크리스마스이브에 있을 종무식을 며칠 남기지 않고 모형실에서 동기 S와 모형을 만들고 있을 때였다. S는 글로벌 설계실 1팀에 있는 내 동기였는데 한참 아파트 현상 프로젝트 모형을 만들고 있었다. 나도 2팀의 대안 설계 프로젝트 모형을 만들고 있었고 우리는 내년에 내가 팀을 옮기면 S가 하고 있는 아파트 현상에 같이 참여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새로 생길 3팀의 팀장인 김 소장이 모형실로 들어오면서 이런 말을 건넸다.


“재민, 1월 2일부터 너도 출근해야 해. 앞으로 잘해보자.”


1월 2일은 새해 첫 토요일이었다. 아파트 현상에 참여하는 것은 둘째 치고 새해를 주말 출근으로 시작해야 한다니…. 나는 그런 김 소장의 말이 싫었지만 일단 알겠다고 대답했다.


‘이런 망했다.’


사실 종무식 이후 첫 출근은 1월 4일 월요일이었는데 휴가 계획에 차질이 생기게 되었다. 그것도 종무식을 1주일도 채 남기지 않았는데. 그렇게 2021년 1월 2일 토요일, 나는 글로벌 설계본부 3팀으로 새해 첫 출근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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