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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에 책 읽는 나,
“너 좀 이상해.”

챕터 : 나의 첫 사이드 프로젝트

by 재민

내 삶의 변화와 퇴사 고민에 바탕이 되었던 것은 단연 점심시간 책 읽기였다. 나는 점심시간이 되면 회사 건너편 투썸플레이스에서 샐러드 혹은 파니니, 커피를 먹으며 책을 읽었다. 단순히 책 읽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단조롭던 일상에 나를 계속 생각하게 만들었다. 나만의 생각을 다른 작가들의 글을 읽으며 함께 키울 수 있었다. 역시 책 읽기는 퇴사하고 싶어지면서 시작한 가장 탁월한 변화였다.


<요즘 것들의 사생활 | 먹고사니즘>, <나의 첫 사이드 프로젝트>를 읽고 난 후에도 계속 독서를 하며 점심시간을 제대로 활용했다. 평소 읽고 싶었던 책들을 시간을 만들어 읽는 것도 굉장히 뿌듯하고 만족스러웠다. 또한 점심시간 동안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는 것도, 어딘가에 푹 빠져들어 갔다 오는 것도 모두 즐거운 여행을 다녀온 것만 같았다. 책 읽기는 나만의 작은 여행이자 쉼이었다.


굳이 더하자면 매일 무겁게 먹었던 점심도 카페에서 가볍게 먹어서 좋았다. 식사 후 회사로 돌아와 잠을 자거나 핸드폰을 하는 걸 그만두었기 때문에도 더욱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카페에서 본부 사람들과 다 같이 앉아서 주식 이야기를 하거나 회사 이야기하는 것도 즐겁겠지만, 이런 소비적인 시간활용이 아니라 생산적인 시간을 갖는 만족감이 나에게는 훨씬 즐거웠다.


하지만 주위 시선은 그렇게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 당시 같이 아파트 프로젝트를 하던 1팀 차장님이나 같은 팀에 있던 3팀 차장님이 했던 ‘한마디’ 때문이다. 물론 악의적인 의도로 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팀 점심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불만이 있어나 보다. 거기에다 책이 무겁거나 크면 가방을 메고 카페에 갔는데 이 모습으로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기라도 하면 종종 미소와 함께 가방을 멘 나의 모습을 비꼬곤 했다.


하루는 1팀 차장님이 엘리베이터에서 대놓고 “재민아, 너 좀 이상해”라는 말을 했다. 불쾌했으나 나는 개의치 않았다. 왜냐하면 이런 이야기를 들어도 나는 다시 팀 점심으로 돌아가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혼자 밥 먹는 게 외로울 수도 있고 투썸에서 먹는 게 단조로울 수도 있겠지만 팀 점심으로 돌아갈 마음이 나에게는 조금도 없었다. 당연히 이건 팀 점심이 싫어서가 아니라 매일매일 반복되고 갑갑한 꼰꼰 건축 생활에 내가 직접 고른 책을 아무런 압박 없이 자유롭게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게 정말 좋아서였다. 비록 점심시간은 1시간으로 짧았지만, 그 시간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게 평일 하루 중 온전한 행복이었다.


한 가지 덧붙이면 ‘이상해’라는 말에 사실 그다지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분명 기분 나쁜 말투와 단어였다. 하지만 나는 내가 따로 먹고 독서를 하는 게 ‘이상하다’ 라거나 ‘다른 사람과 다르다’ 혹은 ‘너는 왜 그러는 거냐’라고 말하는 사람의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 아니었다. 하루에 1시간, 내가 다른 사람과 다른 삶을 산다는 것에 오히려 긍정적인 생각마저 들었다. 오히려 조금 다르게 살고 싶어 하던 나에게 칭찬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상해’라는 말은 내가 개성 있고 특별하다는 말이고 뻔하지 않게 살고 있다는 확신을 주는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돌이켜 보니 나에게 점심시간에 책을 읽는 시간은 매우 중요했다. 처음 퇴사 고민을 시작했을 때 회사 밖에 있는 다양한 사람의 생각과 경험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물론 회사 사람들과도 많은 생각을 나누었지만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다. 또 책 속의 생각과 경험을 읽으면서 미래를 상상하고 그릴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점심시간 책 읽기가 평일의 루틴이 되어버리니 나는 책 읽기를 멈추는 것이 싫어졌다. 결국 한 권이 두 권이 되고, 두 권이 세 권이 되고… 그렇게 독서는 이어졌다. 그렇게 책 읽는 것을 진심으로 좋아하기 시작했다.

그 후로 나는 사람들에게 책을 추천하고 독서를 추천하고 다닌다. 독서를 통해 새로운 도전이나 변화, 시도에 대한 확신과 용기를 누구든 얻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책에서는 지식뿐만 아니라 다양한 자극과 용기, 믿음이나 좌절까지도 얻을 수 있으니까.


어떻게 보면 나는 조금은 이상한 애가 맞는 것 같다. 나도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 왜냐면 나는 책을 읽으면서 퇴사를 고민한 사람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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