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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으로만 회사를 버티면 안됩니다

노력해야 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야 하는 이유

by 재민

아침마다 회사에 출근해 회의 테이블에 앉는다. 모든 팀원이 회의 테이블에 둘러앉아 오늘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어떤 일이 앞에 기다리고 있는지, 누가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정한다. 나는 매일 하는 아침회의에서 딴생각이 들고는 하며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그럴 때마다 나는 회의에 집중하려고 허벅지를 꼬집거나 노트를 하면서 노력했다. 매일 아침을 ‘노력’으로 시작했다.


나는 노력을 이렇게 정의하고 살아왔다. “하기 싫은 일을 참고 견디며 해내는 것.” 사람마다 노력을 정의하는 게 여러모로 다르겠지만 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노력의 정의를 이렇게 세우고 지켜왔다. 그리고 매사에, 항상, 모든 일에, 모든 관계에 적용해야 된다는 강박이 있었다.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그만큼 만족스러운 보상이 돌아온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퇴사할 회사에 다니는 건 ‘노력’ 아니 ‘노오오오력’ 그 자체였다.




나의 노력에 대한 보상은 딱 한 가지였다.

월급.

300만 원 언저리 되는 과장 월급은 내가 회사에서 아침 회의, 협력업체 조율, 도면 작성, 서류 작성, 각종 출장 등을 버텨야 하는 이유였다. 이미 노력이 몸에 배어 있던 나는 모든 일을 열심히 했다. 그리고 당연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고 최선의 결과물을 뽑아냈다. 그 노력의 결과가 ‘성취’나 ‘보람’이 아니라 ‘소진’과 ‘병’이었던 게 문제였지만.


강박적인 모습이 나에게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이런 강박적 노력은 결국 나를 정신과로 이끌었고 의사 선생님은 소진된 에너지를 회복하지 못해서 공황장애와 우울이 왔다고 했다. 나는 노력에 노력을 더하다가 결국 무너졌다. 그랬더니 의구심이 생겼다. 인생은 노력만으로는 안 되는 건가?


휴직계를 내고 쉬는 와중에 많은 것을 생각했다. 왜 나의 노력이, 강박적으로 철저했던 노력이 나를 망치게 되었는가. 내가 더 참으면서 할 수 없나? 이게 정상이 아닌가? 그러다가 문득 노력의 이유를 월급에서 찾는 게 아니라, 내 마음속에서 찾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물론 이건 내가 부양해야 할 가족구성원도, 혹은 자식이 없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사치스러운 고민일 수도 있다. 사람마다 상황은 다르니 그것은 염두에 두셔라.




내가 만약 건축 설계에 뜻과 열정이 있고 보람을 느꼈으면 내가 회사를 다니는 걸 ‘노력’이라고 불렀을까? 이 질문에서 나는 ‘아니다’라고 답해야 할 것 같다. 내 노력의 정의는 ‘하기 싫은 일을 해내는 것’이니까. 오히려 내가 이 일을 좋아했다면 ‘즐겼다’라고 말했을 것이고 100% 회사에서 하는 모든 일과 관계를 즐기지 못했어도 전체적으로 재밌게 다녔을 것이다. 나에게 건축 설계일을 하는 것은 그냥 ‘참는 일’이었고, 그래서 ‘노력이 과해질 수밖에 없었다’는게 사실이 되어버렸다.



어차피 퇴사할 건데 회사를 오래 다니고 싶다면 ‘노력’으로만 버티지 않았으면 좋겠다. 회사를 오래 버티는 방법은 여러 가지로 많겠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노력’을 최소한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절대로 100% 노력만으로는 회사를 오래 다니는 건 불가능하다.


그리고 회사를 다니면서 내 마음을 채워주는 ‘무엇’이 있어야 한다. 그걸 보상이라 불러도 좋고, 의미라 불러도 좋다.


어쩌면 나에게 맞는 일, 내가 좋아하는 일은…

억지로 참지 않아도 할 수 있고, 할만한 일이어야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바로 내가 정의하는 ‘노력’ 없이 일하는 것이다. 어떤 이유로 퇴사를 꿈꾸는지 사람마다 다르지만, ‘노력’이 최소로 들어가야 내가 원하는 시점에, 준비된 시기에 사직서를 낼 수 있는 베스트 시나리오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여러분은 지금 회사를 100% ‘노력’으로만 다니시고 있나요? 아니면 마음속 깊은 곳에 조금의 보람이나 즐거움을 품고 살고 계시나요? 저는 어차피 퇴사할 회사라도 ‘노력’만 하는 게 아닌 에너지를 채울 수 있는 ‘무엇’을 찾으셔서 버티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여러분의 회사 생활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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