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짧은 문학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자까 Dec 26. 2022

계면


안정적인 연애는 어찌 절단면까지도 그리 요철이 없는지. 사랑을 적어두었던 포스트잇이 정말 깔끔히 붙어있다가, 흔적도 없이 떨어지는구나.


착한 마음은 왜 질척거릴 줄 모를까. 땜질은 손이 데일만큼 뜨겁기에 융합되고, 가시는 날카롭기에 살갗을 뚫고 박혀있는데. 인내의 대패는 각자의 뾰족함이 서로를 뚫지 못하게 갈아냈지. 다투고, 불완전하고, 아프기를 피하는 원만한 관계의 유일한 접착제는 감정 하나였다. 배려를 남발하는 연인에겐 때론 어린아이 생떼보다 순수한 솔직함이 필요하다. 넘치도록 나다울지라도 이 관계는 굳건할 것이란 신뢰는, 어쩌면 대범치 못한 다툼에 담긴 너와 나의 부족함에 새겨져 있기 때문에.



 빠진 회상이 다시금 밀려오고야 적네.

사랑은 '그럴 수도 있지' 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고.

매거진의 이전글 현충원에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