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업실시옷 Jun 07. 2024

적당한 공방 수업료는 얼마였을까?

내 한 땀의 가격

 주머니가 가벼워지면 동전 한 잎의 무게도 가볍지 않다. 공방을 운영하며 책정하기 가장 어려웠던 것은 가격을 매기는 일이었다. 너무 싼 가격으로 내 에너지를 평가 절하하고 싶지도 않았지만, 10만 원이 넘어가는 금액은 나에게 부담스러운 돈이었다. 시장 조사를 하고 다른 사람들의 금액에 맞추어 수업료를 책정했다. 십만 원이 조금 넘는 금액. 어디를 가도, 어떤 수업을 들어도 보통 그 정도의 금액을 지불하지만 결혼 이후 나만의 위해 그 정도의 돈을 쓴 일이 거의 없었다. 학창 시절에는 모든 것이 평균 혹은 석차로 설명과 납득이 되었지만, 결혼을 준비하는 것부터 평균을 찾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같은 소득이라고 할지라도 각자의 가치관과 삶의 방식에 따라 매기는 지출의 중요도가 달랐기 때문에 나와 비슷해 보여도 공통점을 찾기 어려웠다. 그렇기에 가격을 정하는 것이 더 어려웠다. 나와 같은 3040의 주부가 자신의 위해 취미로 쓰는 돈이 어느 정도가 될지 도통 감이 오지 않았다.


한 달 4번 2시간 반의 수업에 12만 원, 재료비 별도.

고심 끝에 정한 금액이었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공방 카페와 네이버 동네 강좌에 홍보했다. 다른 홍보 수단을 생각도 못 했지만, 돈이  나가는 홍보는 시도할 수도 없었다.


 첫 수강생이 찾아왔다. 내 또래의 아이 엄마. 근처 길음동에서 아이를 등원시킨 뒤 오신다고 했다. 내 자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른 공방도 있을 텐데 나를 찾아온 이유는 뭔지 내 수업과 작업에 관해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시시한 답변에 실망하지 않기 위해서 최대한 그녀가 하고 싶은 자수에 대해서만 물어보았다. 사실 그냥 내 공간에 와준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자수 공방을 운영하기 전, 동네 카페에서 수업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두 분의 수강생을 만났었는데, 가까워서 오셨다는 분, 딸이 신청해 주신 분이었다. 나이도 어머니뻘 되시는 분들이었고 내 자수가 좋아서 오신 것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그분들이 좋아하시는 자수 스타일은 전형적인 꽃 자수로 내 작업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인지 다음 수업으로 연결이 되지 않았고, 그 덕에 자신감도 많이 하락한 상태였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그녀는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과 비슷했고 성북구를 떠나기 전까지 일 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했다. 우리는 책상에 실과 바늘을 놓고 취향과 생활을 나눴다. 바람의 감촉이 달라지는 시기는 아이의 기침을 걱정했고, 길게만 느껴지는 방학이 다가오면 먹거리를 고민했다. 다음에는 어떤 새로운 재료를 써볼지, 무엇을 만들지 나누는 고민은 정말 즐거웠다. 나의 방향으로 잘 따라와 주었고, 내가 생각하지도 못한 결과물들을 만들어냈다.


 수업을 위해 구성하였지만, 너무 어렵게 느껴져 개인 작품으로만 남겨두었던 작업이 하나 있었다. 사랑스러운 노란 가게에 꽃을 파는 아저씨가 있는 자수 그림. 그 작업을 꼭 집어 배우고 싶다고 문의 전화가 왔다.


‘이건 수업료를 어떻게 받아야 하지?’


 하나를 완성하기까지 수업을 진행하기로 하고 작품당 수강료를 받았다. 바쁜 그녀는 예상과 달리 완성하기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함께 만나 수를 놓는 그 시간에 나누어 주는 이야기들이 너무 재미있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용기 있게 도전하는 그녀 삶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요가 강사인 그녀와는 편견 없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남편과의 관계 같은 사적이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종교, 영혼에 대한 고민까지…


 내가 좋아하는 그녀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서 수강료를 제대로 받을 수가 없었다. 아니 완벽하게 준비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반도 안 되는 수강료를 부끄럽게 받았다. 문제는 그 부담을 고스란히 남편의 몫으로 넘겨주었다는 것이다. 미안함과 자책감을 동시에 안고 지냈다.

 ‘이걸 계속하는 게 정말 맞는 거야??’


이전 10화 생각보다 어려웠던 공방창업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