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없이 재료를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다행인지 아닌지 남편의 병명은 급성 당뇨. 당 수치가 500까지 올랐으니 매우 위험했던 것이다. 원인을 알게
되었으니 열심히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몸을 돌려놓았다. 덕분에 나도 열심히 식단을 하고 몸을 움직였다. 남편의 건강이 점차 돌아오자 일에 대한 욕심도 생겼다.
출강을 알아보자
첫 출강은 중구에 위치한 새로일하기센터에서 소개해 주셨다. 세 달짜리 강의라 그동안 공방에서 진행하고 있던 클래스를 조금 보완해서 강의를 진행했었다. 강사료는 기관에서 지급되고, 수업을 듣는 분들에게는 무료로 진행되는 수업이었다. 단 재료비는 별도.
전에도 클래스 운영을 위해서 문화센터 수업들 찾아 정리한 적이 있었다. 백화점, 마트, 주민센터 클래스까지 싹 다 홈페이지를 찾아서 자수 강의 리서치를 했다. 무료에서부터 유료 수업까지 다양한 수업이 있지만 대부분 문화센터 강의는 수강료가 저렴하고 기관에서 수수료까지 떼어가니 별로 수익이 남지 않는다. 하지만 문화센터 경력 때문에 많은 강사들이 수업을 진행하고 싶어 한다. 부족한 강사료를 메꾸기 위해 강사들은 보통 재료비로 수익을 낸다. 뻥튀기로 재료비를 받는다기보다는 도매가로 구매해서 소매가 판매로 수익을 낸다고 생각하면 되는 구조다. 결국 도매가를 얼마나 낮출 수 있느냐가 수익을 좌우하는 핵심이 되는 것이다.(물론 네임밸류나 완성품의 퀄리티가 좋으면 반제품 제작과 공임비를 넉넉히 받을 수 있다.)
자수는 다양한 재료가 필요한 수업이다. 수틀, 바늘, 가위, 펜부터 원단과 실까지 한 수업에 필요한 재료가 적어도 열 개나 된다. 실도 얼마나 다양한 색이 필요한지… 수업 전 열심히 동대문과 인터넷을 돌며 재료상을 찾았고, 비교하며 재료를 구입했다. 10개와 100개의 단가는 매우 차이가 있는데 재료를 구입할 때마다 아쉬웠다.
공예가에게 재료는 개미지옥 같아서 마음껏 재료를 구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지금은 깨달았지만, 그때만 해도 언제나 나는 부족한 재정만을 탓하는 못난 사람이었다.
그래도 동대문에 거래처를 만들고, 내 상호로 전화하면 주문이 된다는 것만으로 뿌듯했다.
하지만 도매가로 구입한다고 해도 인터넷 검색만 하면 최저가가 판치는 세상이니 가격 책정이 정말 어렵다.
언제나 이 고민이 먼저 앞서기에 패키지 구성은 너무 어렵다. 공방에서 작업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공간을 운영하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잡일을 해야 한다. 어쩌면 작업의 완성도보다 다른 사업적 수완이 공방 운영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