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 멍과 계란
(한숨)
상처마저 감상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으니
어제는 무릎에 갓 태어난 붉은 멍을
칠색 꽃이라 명명해 전시를 열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색이 변하는 상처,
아니 칠색꽃의 변화를 놓치지 말라며
관람객들을 모아 온 뒤
완전히 제 색깔로 돌아올 때까지 붙잡는다.
마지막엔 박수갈채 받는 걸 잊지 않는다
어느 한 사람은 나의 꽃을 보곤
붉은 잎새 위에 문지르라며 계란 한 판을
선물하고 떠났다. 고맙게도.
하지만 계란은 치유의 용도로 쓰이지 않는다.
새로 찾아온 사람들에게 한 알씩 나눠 주고
구호에 맞춰 내게 던져주길 부탁한다
하나
둘
셋
날계란이 일제히 온 몸에 부딪히며 깨진다
툭툭 흘러내리는 흰자와 노른자
엉겨붙은 껍질 조각들
약한 살 여러군데 새로이 꽃이 피었다
전시는 계속 된다.